지난 4년간 인공지능(AI) 노출도가 높은 업종을 중심으로 청년 일자리가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신규채용 감소뿐 아니라 기존 청년 근로자의 이탈도 늘면서 청년층이 직장에 진입해 경험과 숙련을 쌓는 경력 사다리가 약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은행 조사국 고용연구팀은 18일 'BOK 이슈노트: 청년고용 위축, AI 탓인가? 변화하는 경력 사다리와 대응 과제' 보고서에서 이같이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6월부터 올해 6월까지 청년층(15~29세) 취업자 수는 28만5000명 감소했다. 이 가운데 26만8000명은 AI 노출도가 높은 업종에서 줄었다. 전체 청년고용 감소분의 94.0%에 해당한다. 반면 같은 기간 50대 취업자는 23만명 늘었고, 증가분 가운데 17만3000명(75.2%)은 AI 고노출 업종에서 발생했다.
AI 노출도가 높은 업종에서 청년고용 감소세가 특히 두드러졌다. 정보서비스업의 청년 취업자는 31.4% 감소했고 출판업은 27.4%, 컴퓨터 프로그래밍·시스템 통합 및 관리업은 16.6%, 전문서비스업은 11.6% 줄었다.
연령대별 격차는 AI가 초급 업무를 중심으로 영향을 미친 결과일 가능성이 있다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오삼일 한은 고용연구팀장은 "AI는 매뉴얼에 있는 업무를 주로 하는데, 이는 청년층을 대체할 수 있다"며 "시니어 업무는 조직의 성격과 맥락을 이해해야 하는 특화된 업무에 기반하는 경우가 많아 AI가 대체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AI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서도 청년고용에 미치는 영향은 달랐다. AI에 과업 수행 자체를 맡기는 '자동화' 활용 비중이 높은 업종에서는 청년고용 감소폭이 컸지만, 초안 작성이나 검증 등 기존 업무를 보조하는 '증강' 활용 비중이 높은 업종에서는 같은 패턴이 나타나지 않았다.
청년고용 부진은 신규채용 감소에 그치지 않았다. AI 고노출 업종에서는 기존 청년 근로자의 이탈도 늘었다. 한은이 2016년 1월~2019년 12월과 2022년 7월~2026년 6월을 비교한 결과, AI 고노출 업종의 청년층 월평균 유출량은 3700명에서 4900명으로 약 32% 증가했다. 반면 월평균 유입량은 3만2600명에서 2만9100명으로 약 11% 감소했다. 신규 진입은 줄고 기존 근로자의 이탈은 늘어난 셈이다.
한은은 다만 이 같은 현상을 AI의 단독 효과로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급격히 늘었던 채용이 정상화되는 과정과 기업의 경력직 선호, 기업 내부 교육 축소, 장기고용 관계 약화 등이 함께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재택근무 확산 역시 주니어의 비공식적 학습 기회를 줄이고 경력직 선호를 강화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특히 AI와 재택근무가 결합하면서 기존의 경력 사다리 약화가 더 빨라졌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재택근무가 가능한 일자리는 AI 노출도가 높은 일자리와 상당 부분 겹친다. 재택근무로 주니어의 숙련 형성이 어려워지는 가운데 사무실에서 이뤄지던 반복 업무가 표준화·모듈화되면서 AI가 이를 자동화하기 쉬워졌다는 설명이다.
한은은 "AI가 모든 원인이라기보다는 기존의 경력 사다리 약화를 AI가 더 가속화한 것으로 이해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밝혔다.
향후 청년고용 전망은 아직 불확실하다. 한은은 AI 확산 초기에는 청년층이 타격을 받고 있지만, 청년층이 AI 활용과 새로운 기술에 상대적으로 빠르게 적응하는 만큼 장기적으로는 AI 확산의 수혜자가 될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AI에 따른 생산성 향상이 중장기적으로 노동수요를 확대하고 새로운 경력 개발 경로를 만들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정책도 기존 일자리를 단순히 보전하는 데 그치기보다 AI 시대에 맞게 청년의 경력 사다리를 다시 설계하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AI 활용법을 전달하는 단기 교육보다 실제 업무와 AI 활용, 숙련자의 지도를 결합한 직업훈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기업의 멘토링·훈련 비용을 지원하고 고용 유지 등 성과와 연계한 '경력 형성 지원금'을 도입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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