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인공지능(AI) 투자 사이클의 향방을 가늠하려면 빅테크의 투자 규모보다 자본공급자의 움직임을 주목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빅테크는 AI 투자에 따른 미래 수익을 기대할 수 있어 쉽게 투자를 줄이기 어렵지만 은행·벤처캐피털(VC)·연기금 등 자본공급자는 손실 가능성이 커질 경우 자금 공급을 중단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은택 KB증권 리서치본부 전략총괄은 18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2026 하반기 자산시장 전략' 기자간담회에서 "하반기 증시도 괜찮다고 보지만 사이클은 점점 후반부로 다가가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자본공급자의 움직임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총괄은 "빅테크가 스스로 투자를 멈출 가능성은 매우 낮다"며 그 이유로 투자 구조의 차이를 들었다. 그는 "하이퍼스케일러들은 현금흐름이 어떻든 끝까지 밀어붙여 성공을 하면 떼돈을 벌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멈추기 쉽지 않다"고 짚었다.
반면 자본공급자는 투자 성공에 따른 추가적인 이익보다 원금 회수 가능성에 더 민감하다는 설명이다. 결국 AI 투자 사이클의 변곡점을 판단하려면 빅테크가 얼마나 투자할지를 살피기보다 자본공급자가 언제 자금 공급을 멈출 수 있는지를 눈 여겨봐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 총괄은 과거 세 차례 버블 붕괴에서도 기업이 스스로 투자를 줄이기보다 자본공급자가 자금 공급을 중단하면서 투자 사이클이 꺾였다고 분석했다. 자본공급자의 판단을 바꾸는 요인으로는 경기 둔화와 금리 상승을 제시했다. 경기가 둔화되고 기업 이익이 꺾이면 자금 공급자의 위험 인식이 높아지고, 금리가 오르면 상대적으로 안전한 자산으로 자금이 이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그는 과거 세 차례 버블 붕괴 사례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난 현상으로 금리의 추세적인 상승을 꼽았다. 다만 동시에 단순히 금리가 올랐다는 사실만으로 시장의 버블 붕괴를 예측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 총괄은 "10번의 금리 상승 중 9번은 저가 매수 기회"라며 "마지막에 버블을 붕괴시키는 금리 상승의 조건이 중요하다"고 짚었다. 즉 투자자들이 주목해야 할 것은 금리 상승 자체가 아니라 금리가 더 이상 내려가기 어렵다고 시장이 판단하는 '노 웨이 백(No Way Back)' 상황이라는 의미다.
그는 인플레이션을 이 같은 상황을 만드는 대표적인 요인으로 꼽았다. 인플레이션이 높아지면 중앙은행이 금리를 낮추거나 완화적인 정책으로 전환하기 어려워져 금리 상승이 장기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현재 시장에서 주목해야 할 구체적인 금리 수준으로는 미국 10년물 국채금리 5% 초반을 제시했다. 이 총괄은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가 5% 초반을 추세적으로 돌파하면 그건 좀 위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5%를 넘어가면 2007년 이후 최고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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