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계산하지 않은 위험은 사라지지 않았다. 개미투자자의 계좌와 기초자산 기업의 주가로 넘어갔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을 허용하기 전 금융당국이 확인했어야 할 것은 개별 종목이 급락하고 거래 유동성이 마를 때 벌어질 일이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평가했다고 답했다. 그러나 결과는 내놓지 않았다.
18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이 국무조정실과 금융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금융위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도입 과정에서 ‘국무조정실 규제영향평가’를 거쳤다고 반복해서 발표했다. 국무조정실은 평가한 적도, 금융위나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이끄는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사전 검토나 협의·협조를 요청받은 적도 없다고 답했다. 평가했다고 주장한 금융위에는 결과가 없었고, 평가 주체로 지목된 국무조정실에는 평가 자체가 없었다.
▲뒤섞인 세 가지 검증
이 사안에는 서로 다른 세 가지 검증이 있다. 법령이 정해진 절차에 따라 개정됐는지를 따지는 절차적 적법성, 규제가 국민과 시장에 미칠 비용과 편익을 살피는 규제영향분석, 주가 급락과 유동성 위축이 상품과 시장에 미칠 충격을 측정하는 스트레스테스트다. 금융위는 입법예고와 부처협의, 법제처 심사, 차관회의, 국무회의 등 법령 개정 절차를 모두 거쳤다고 강조했다. 규제영향평가도 실시했다고 세 차례 발표했다.
그러나 개인투자자의 손실과 기초기업의 주가 충격을 측정한 정량적 스트레스테스트 결과는 국회에 제출하지 못했다. 적법하게 제도를 도입했는지는 설명했지만, 안전하게 설계했는지는 입증하지 못한 것이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은 한 기업의 하루 주가 등락을 일정 배수로 추종한다. 상승하면 수익이 커지지만 하락하면 손실도 증폭된다. 등락이 반복되면 음의 복리효과로 손실이 누적될 수 있다.
유동성까지 줄면 기초자산 가격과 상품 시장가격 사이의 괴리가 벌어져 투자자가 원하는 가격에 빠져나오지 못할 가능성도 커진다. 금융당국이 제시했어야 할 것은 행정절차 목록이 아니었다. 기초기업 주가가 급락할 때 투자자 손실이 어디까지 커지는지, 유동성이 마를 때 상품을 정상적으로 처분할 수 있는지, 여러 운용사의 매매가 한꺼번에 몰릴 때 기초주식과 파생상품시장에 어떤 충격이 발생하는지를 계산한 시나리오였다.
▲국회에 제출되지 않은 충격시험
지난 7월 29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송 의원은 이 위원장에게 상품 도입 전 시장영향평가나 스트레스테스트를 실시했느냐고 물었다. 이 위원장은 “네, 네”라고 답하며 자료 제출을 약속했다.
그러나 금융위가 이후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는 개별 종목 급락과 유동성 위축을 전제로 금융위나 외부기관이 실시한 정량적 스트레스테스트 결과가 없었다. 자료가 제출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스트레스테스트 자체를 실시하지 않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실시했다고 답한 평가의 대상과 가정, 산식, 결과는 국회에서 확인할 수 없었다.
사전교육과 기본예탁금도 스트레스테스트를 대신할 수 없다. 사전교육은 위험을 알리고 기본예탁금은 시장 진입을 제한한다. 스트레스테스트는 실제 충격을 상품과 시장이 견딜 수 있는지 수치로 검증한다. 교육을 받았다고 유동성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예탁금을 냈다고 가격 괴리가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투자 손익의 최종 책임은 투자자에게 있다. 그러나 투자자의 자기책임이 금융당국의 상품 설계와 위험 검증 책임까지 없애는 면책조항은 아니다.
▲세 차례 내세운 규제영향평가
금융위는 지난 7월 20일 보도설명자료에서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이 “적법한 절차를 모두 거쳤다”며 ‘국무조정실 규제영향평가’를 제시했다. 8월 4일 같은 표현을 반복했고, 8월 10일에도 필요한 절차 가운데 하나로 ‘규제영향평가’를 포함했다.
국무조정실의 공식 답변은 정반대였다. 동일 종목 투자한도 완화는 규제 신설이나 강화가 아니라 규제 완화에 해당해 규제영향분석과 규제심사 대상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국무조정실은 관련 자료도 보유하지 않았고 금융위나 금감원으로부터 사전 검토나 협의를 요청받은 사실도 없다고 했다.
금융위 설명대로라면 국무조정실이 평가했다. 국무조정실 답변대로라면 평가도 협의도 없었다. 두 설명은 동시에 사실일 수 없다. 성별영향평가와 통계기반영향평가, 개인정보 침해요인 평가, 자치분권 사전협의를 거쳤다는 사실도 시장의 안전성을 입증하지 못한다. 각자의 행정 목적을 가진 절차일 뿐, 개인투자자의 손실과 기초기업의 주가 충격을 측정하는 시장 스트레스테스트가 아니다.
▲규제 완화가 만든 사각지대
이번 사안의 근본적인 문제는 규제와 위험이 반대 방향으로 움직였다는 데 있다. 동일 종목 투자한도를 푼 것은 행정적으로 규제 완화로 규제영향분석 대상에서 빠졌다. 그러나 자금 집중과 손익 증폭 가능성은 커졌다. 금융회사의 규제 부담은 줄었고, 투자자와 기업이 떠안을 위험은 늘었다.
금융위는 이제 이억원 위원장이 실시했다고 답한 시장영향평가와 스트레스테스트의 원문을 공개해야 한다. 어떤 종목과 주가 하락률을 가정했고 개인투자자의 손실과 기초기업의 주가 충격을 어떻게 계산했는지 밝히면 된다. ‘국무조정실 규제영향평가’라는 문구를 누가 작성·검토·승인했는지도 결재선으로 확인해야 한다. 정부는 상품이 들어올 문을 열었다. 개미투자자와 기업은 그 문으로 들어온 위험을 떠안았다.
송언석 의원은 “하지 않은 규제영향평가를 했다고 거짓말하며 책임을 피하려 한 것은 국민과 국회를 기만한 중대한 사안”이라며 “김용범 정책실장의 오판, 금융위의 독주, 금감원의 책무 포기, 국조실의 방관이 빚어낸 총체적 국정 실패”라고 했다.
[뉴스로드] 최지훈 기자 jhchoi@newsroa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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