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트리뷴=이우진 기자] 700만 원 안팎의 예산으로 9인승 공간과 사륜구동, 프레임 구조를 한꺼번에 얻을 수 있는 국산 중고차는 흔하지 않다. 쌍용 코란도 투리스모가 단종된 지 시간이 흘렀는데도 캠핑과 낚시, 차박을 즐기는 소비자 사이에서 꾸준히 거론되는 이유다.
하지만 가격만 보고 접근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코란도 투리스모는 가장 오래된 매물이 출시 후 10년을 훌쩍 넘겼고, 같은 연식이라도 누적 주행거리와 사용 환경, 정비 이력에 따라 상태 차이가 크다. 저렴하게 산 뒤 밀린 정비를 한꺼번에 처리하면 차량 가격의 장점이 빠르게 사라질 수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가장 싼 차’보다 ‘무엇을 언제 교환했는지 확인되는 차’를 고르는 편이 유리하다. 구매 전 반드시 확인해야 할 일곱 가지를 정리했다.
1. 연식보다 엔진·변속기 조합부터 확인
코란도 투리스모는 판매 기간 중 엔진과 변속기 구성이 달라졌다. 초기형 2.0 디젤과 이후 2.2 디젤은 출력뿐 아니라 변속기 조합과 배출가스 장치가 다르다. 2018년형 2.2 디젤에는 7단 자동변속기와 DPF가 적용됐으며, 사륜구동은 트림에 따라 기본 또는 선택 사양이었다.
따라서 등록 연도만 보고 차량 사양을 단정하면 안 된다. 자동차등록증의 형식과 배기량, 실제 차량의 구동 선택 장치, 출고 당시 가격표를 함께 대조해야 한다. 9인승과 11인승은 승차정원뿐 아니라 자동차 분류와 사용 이력도 달라질 수 있다.
2. 시동은 반드시 엔진이 식은 상태에서
판매자가 미리 시동을 걸어놓은 차량은 냉간 시동 상태를 확인하기 어렵다. 방문 전에 엔진을 예열하지 말아 달라고 요청한 뒤, 시동 지연과 초기 진동, 금속성 소음, 배기색을 살피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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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 직후 잠깐의 소음만으로 고장을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엔진이 충분히 따뜻해진 뒤에도 진동이 심하거나 출력이 고르지 않고, 경고등과 매연이 함께 나타난다면 인젝터와 흡배기 계통을 포함한 정밀 진단이 필요하다. 엔진룸에서는 냉각수와 오일 누유 흔적, 터보·인터쿨러 호스 주변의 과도한 오염도 확인한다.
3. 변속 충격은 ‘주행 중’과 ‘정차 상태’ 모두 확인
자동변속기는 정차 상태에서 P·R·N·D를 천천히 오가며 체결 지연과 충격을 먼저 확인한다. 시승에서는 저속 가감속과 오르막 출발, 충분히 열이 오른 뒤의 변속 상태를 살핀다. 특정 단수에서 회전수만 오르거나 충격이 반복되면 단순 오일 교환으로 해결될 것이라고 섣불리 판단해서는 안 된다.
정비 명세서에 변속기 오일 교환 기록이 있는지도 중요하다. 판매자의 구두 설명보다 날짜와 주행거리가 적힌 정비 내역을 우선하는 편이 안전하다.
4. 4WD는 버튼 불빛이 아니라 실제 작동을 봐야
코란도 투리스모의 장점으로 꼽히는 사륜구동도 작동 상태가 확인돼야 가치가 있다. 계기판 표시만 들어온다고 모든 장치가 정상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구동 전환 모터와 배선, 트랜스퍼 케이스, 전후 프로펠러 샤프트의 유격과 누유를 함께 살펴야 한다.
4WD 전환 시험은 차량 취급설명서의 조건을 따르고, 가능하면 정비업체에서 진행하는 것이 좋다. 마른 포장도로에서 4WD를 연결한 채 급하게 회전하는 식의 시험은 구동계에 불필요한 부담을 줄 수 있다.
5. 프레임과 하체 부식은 리프트 점검이 필수
캠핑장과 낚시터, 눈이 많이 오는 지역에서 운행한 차량은 하체에 흙과 염화칼슘이 오래 남았을 가능성이 있다. 바닥에 엎드려 보는 것만으로는 프레임 안쪽과 용접부, 서스펜션 연결부 상태를 확인하기 어렵다.
리프트에 올려 프레임과 크로스멤버의 부식, 오일 누유, 고무 부싱 균열, 쇼크업소버 상태, 타이어 편마모를 확인해야 한다. 표면에 얕게 생긴 녹과 구조 강도에 영향을 줄 정도의 부식은 구분해야 하므로 전문가 판단이 필요하다.
6. DPF는 경고등이 꺼져 있어도 운행 패턴을 묻자
디젤 미립자필터(DPF)는 일정 조건에서 쌓인 매연을 태워 재생한다. 짧은 거리의 도심 운행만 반복한 차량은 장거리 위주 차량과 배출가스 장치 상태가 다를 수 있다.
계기판 경고등 유무와 별개로 최근 DPF 관련 정비와 강제 재생 이력, 출력 저하 경험을 확인하는 것이 좋다. 진단기로 고장 코드를 읽을 때는 현재 코드뿐 아니라 과거에 지워진 흔적과 주요 센서값을 함께 확인해야 한다.
7. 넓은 실내만 보지 말고 에어컨·시트까지 전부 작동
다인승 차량은 확인할 장비도 많다. 앞좌석만 시원하다고 에어컨 전체가 정상인 것은 아니다. 전후석 송풍구의 풍량과 온도, 좌석 슬라이딩과 폴딩, 안전벨트, 창문과 도어 잠금장치를 하나씩 작동해봐야 한다.
차박 구조로 개조된 차량은 좌석 탈거와 구조변경이 적법하게 처리됐는지 자동차등록증에서 확인한다. 바닥 고정 장치가 임의로 변경됐거나 배선이 난잡하게 추가된 차량은 원상복구 비용까지 고려해야 한다.
구매가는 계약금이 아니라 ‘정비 완료 가격’으로 봐야
코란도 투리스모의 가격 경쟁력은 분명하다. 그러나 오래된 디젤 다인승 차량은 타이어와 브레이크, 각종 오일처럼 기본 소모품만 한꺼번에 교환해도 초기 지출이 커질 수 있다.
따라서 매물 가격에 이전 비용과 보험료만 더할 것이 아니라, 인수 직후 필요한 정비 항목의 견적까지 받은 뒤 비교해야 한다. 700만 원짜리 관리 이력 없는 차량보다 가격이 조금 높더라도 주요 정비를 마치고 기록을 보관한 차량이 결과적으로 저렴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차량번호나 차대번호를 이용해 국토교통부 자동차리콜센터에서 미조치 리콜이 있는지 확인하고, 성능·상태점검기록부와 보험사고 이력의 내용이 실제 차량과 일치하는지 대조해야 한다. 코란도 투리스모는 여전히 독보적인 쓰임새를 가진 차지만, 그 가치는 정상적으로 관리된 차량에서만 온전히 살아난다.
이우진 기자 lwj@autotribu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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