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어려운 이웃을 위해 자신의 것을 아낌없이 내어줬던 ‘의령 봉사왕’ 고(故) 공도연 할머니가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나눔을 실천했다. 세상을 떠난 뒤 자신의 몸마저 의학교육과 연구를 위해 기증한 그는 남편과 함께 마지막 봉사를 마치고 편안한 안식에 들었다.
17일 경상남도 의령군에 따르면 공 할머니와 남편 고(故) 박효진 씨는 지난 14일 진주시 안락공원에서 함께 화장됐다. 두 사람의 유골은 같은 날 경상국립대학교 의과대학 생명존중실에 나란히 안치됐으며 앞으로 30년간 이곳에 모셔진다.
공 할머니는 2023년 9월13일 향년 82세로 별세했다. 생전 남긴 “시신을 의대에 기증해라”는 유언에 따라 유족들은 고인의 시신을 경상국립대 의과대학에 기증했다.
앞서 2022년 4월 세상을 떠난 남편 박씨 역시 같은 뜻을 남기고 시신을 기증했다. 먼저 기증된 남편의 시신이 대학에 보존돼 있던 가운데 공 할머니도 뒤이어 같은 곳에 몸을 맡기면서 부부는 생의 마지막 봉사까지 함께하게 됐다.
두 사람의 시신은 지난 7월 말 의대생들의 해부학 실습과 교수진의 임상 연구에 활용됐다.
강윤식 경상국립대 의과대학장은 “시신 기증은 의학교육과 의학 발전에 큰 힘이 되는 숭고한 나눔이자 그 자체로 엄청난 봉사”라며 “고인의 소중한 기증은 훌륭한 의료인을 길러내는 밑거름이 됐다”고 말했다.
유족들도 두 사람의 마지막 길을 지켜보며 고인의 뜻을 되새겼다.
장남 박해곤 씨는 “이제 두 분이 하실 일을 모두 마쳤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놓이면서도 마지막으로 보내드리는 것 같아 서운한 마음도 크다”며 “이제는 정말 편히 쉬셨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장녀 박은숙 씨는 “엄마에게 봉사는 삼시 세끼 자식 밥을 챙기는 것처럼 당연한 일이었다”며 “가족을 돌보듯 정말 많은 사람을 거두고 살았다. 사람들이 그런 엄마를 오래 기억해주면 고맙겠다”고 말했다.
공 할머니의 나눔은 50년 넘게 이어졌다. 17살에 천막집에서 시집살이를 시작할 만큼 어려운 생활을 겪었지만, 형편이 나아진 30대부터는 자신보다 어려운 이웃을 돕는 일에 앞장섰다.
새마을부녀회장으로 활동하며 농한기 소득 증대 사업을 추진하고, 사비를 들여 마을 간이상수도 설치와 지붕개량을 지원했다. 1985년에는 의료시설 부족으로 불편을 겪던 주민들을 위해 대지 225㎡를 직접 구입해 의령군에 기탁했고, 이곳에 송산보건진료소가 들어섰다.
어려운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원하고 명절마다 이웃돕기 성금을 내는 일도 이어갔다. 80세가 되던 해에는 35㎏의 몸으로 리어카를 끌며 나물을 팔고 고물을 주워 번 돈까지 이웃을 위해 내놓았다.
이 같은 선행으로 박정희 대통령부터 문재인 대통령까지 받은 표창은 60여 차례에 달하며, 2020년에는 국민훈장 석류장을 받았다.
공 할머니는 자신의 ‘봉사일기’에 “없는 자의 비애감을 내 이웃들은 느끼지 않도록 도와주고 싶습니다”라고 적기도 했다.
오태완 의령군수는 “공도연 할머니는 평생 이웃을 위한 나눔을 삶으로 보여주시고 마지막까지 봉사로 삶을 완성하신 분”이라며 “고인이 보여준 한결같은 이웃 사랑은 우리 사회가 오래 기억해야 할 참된 봉사의 모습”이라고 말했다.
Copyright ⓒ 경기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