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러진 복숭아나 자두가 많이 남으면 잼으로 만들어 두는 집이 많다. 이때 건강을 생각해 설탕을 줄이려는 경우가 흔하다. 단맛을 줄일수록 몸에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서다.
레시피에 적힌 설탕량을 보고 임의로 절반쯤 덜어내는 경우도 적지 않다. 맛이야 조금 심심해져도 상관없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문제는 맛보다 보존력 쪽에서 먼저 나타난다.
시간이 지날수록 곰팡이가 피거나 발효 냄새가 나는 식으로 티가 난다.
하지만 잼에서 설탕은 단맛을 내는 재료가 아니라 보존과 겔화를 함께 담당하는 구조 재료다. 일정 비율 아래로 줄이면 잼이 아니라 상하기 쉬운 조림에 가까워진다. 겉보기엔 그럴싸한 잼처럼 보여도 냉장고 밖에 며칠만 둬도 금세 상해 버리는 이유다.
잼이 굳는 세 가지 조건
잼이 굳는 데는 펙틴, 당, 산 세 가지가 함께 작용해야 한다. 이 중 하나라도 부족하면 아무리 오래 졸여도 걸쭉한 액체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세 요소의 균형이 맞아야 비로소 젤리처럼 탱글하게 굳는다.
복숭아처럼 펙틴이 유독 적은 과일은 이 균형이 특히 깨지기 쉽다. 레몬즙을 넣어 산도를 보태 주면 펙틴이 그물처럼 엉기는 것을 도와 잼이 제대로 굳는다. 사과나 감귤류 껍질을 함께 넣어 펙틴을 보충하는 방법도 널리 쓰인다.
완성 시점과 병입 요령
잼이 다 됐는지는 눈대중보다 찬물 테스트로 확인하는 것이 정확하다. 끓는 잼을 한 방울 떠서 찬물에 떨어뜨렸을 때 풀어지지 않고 그대로 뭉치면 완성된 것으로 본다. 흐물흐물 퍼지면 아직 덜 졸여진 상태다.
이 단계를 건너뛰고 시간만 보고 불을 끄면, 겉보기엔 되어 보여도 식은 뒤 물처럼 흘러내리는 경우가 생긴다. 냄비 안에서는 뜨거운 상태라 점도가 낮게 느껴져 판단이 헷갈리기 쉽다. 테스트용 접시를 미리 냉동실에 넣어 두면 좀 더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다.
다 끓인 잼은 뜨거운 상태에서 소독한 병에 바로 담고 뚜껑을 닫아 거꾸로 세워 식히면 된다. 뜨거운 잼이 뚜껑 안쪽까지 닿으며 자체적으로 밀봉되는 방식이라 별도 장비가 없어도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다. 뚜껑 가운데가 오목하게 들어가 있으면 밀봉이 잘된 상태라는 신호다.
설탕을 줄인 저당 잼을 만들었다면 보존력이 떨어진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실온이 아니라 냉장 보관하고, 만든 뒤 최대한 빨리 먹는 것이 안전한 소비 방식이다. 오래 두고 먹을 생각이라면 처음부터 설탕 비율을 지켜 만드는 편이 훨씬 낫다.
여름 과일이 물러지기 시작하는 시기마다 이 순서만 지키면 잼 만들기 실패를 크게 줄일 수 있다. 남은 과일을 버리지 않고 오래 즐기는 방법이기도 하다. 한 번 배워 두면 자두, 살구 같은 다른 여름 과일에도 그대로 응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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