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회사에서 퇴사와 재입사를 반복하며 실업급여를 여러 차례 받는 사례가 역대 최대 규모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한 근로자는 같은 사업장에서 이 과정을 21차례나 되풀이하며 1억원이 넘는 실업급여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실업급여가 실직자의 생계를 받치는 사회안전망이 아니라 사실상 특정 사업장의 인건비를 대신 메워주는 수단으로 쓰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경제신문은 김위상 국민의힘 의원이 고용노동부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인용해 17일 인터넷판으로 이같이 보도했다.
글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AI 툴로 만든 사진.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같은 사업장에서 실업급여를 3차례 이상 받은 사람은 2만1537명으로 집계됐다. 2021년 1만3678명과 비교하면 59.6% 늘어난 수치다. 2024년에는 2만1835명까지 불어나 역대 최대를 기록했고, 지난해 소폭 줄었지만 여전히 2만명을 웃돌았다.
동일 사업장 3회 이상 반복 수급자는 2019년만 해도 9000명 수준이었으나 6년 만에 2.4배로 늘었다. 올해도 5월까지 이미 1만1868명이 수급해 지난해 규모를 넘어설 가능성이 크다.
같은 사업장에서 실업급여를 5회 이상 받은 사람은 증가세가 더 뚜렷하다. 2021년 3430명에서 2022년 4323명, 2023년 6112명, 2024년 6574명으로 매년 늘더니 지난해에는 처음으로 7000명을 넘어선 7033명을 기록했다. 올해도 5월 기준 3589명이 5회 이상 받았다.
지난해 실업급여 누적 수급액 상위 10명을 분석했더니 한 근로자는 같은 사업장에서 퇴사와 재입사를 최대 21차례 반복하며 총 1억400만원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런 반복 수급이 가능한 것은 제도에 별도의 횟수 제한이 없기 때문이다. 현행 제도에서는 이직 전 18개월 동안 피보험 단위 기간이 180일 이상이면 구직급여를 받을 자격이 생긴다. 자격 요건만 충족하면 몇 번을 받든 지급 자체를 막는 규정은 두고 있지 않다. 같은 사업장에서 퇴사와 재입사를 되풀이해도 요건만 갖추면 반복해서 받을 수 있는 구조인 셈이다.
이 때문에 정부와 국회에서는 반복 수급자에 대한 제재 방안을 두고 오랜 기간 논의를 이어왔다. 5년간 3회 이상 구직급여를 받은 반복 수급자의 급여액을 수급 횟수에 따라 감액하고 지급을 기다리는 대기 기간을 기존 7일에서 최대 4주까지 늘리는 것이 골자다. 세부 감액 폭은 시행령에 위임하되 3회 10%, 4회 25%, 5회 40%, 6회 이상 50% 감액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단기 근속자가 유독 많은 사업장의 사업주에게는 실업급여 보험료를 최대 40% 더 물리는 방안도 함께 거론됐다.
다만 이 감액 방안은 2021년 국회에 제출됐다가 21대 국회 임기 만료로 폐기된 뒤 재추진되는 등 입법 과정이 순탄치 않았다. 저임금·일용 근로자 등 노동시장 약자는 반복 수급 횟수 산정에서 빼기로 하는 등 보완 장치가 함께 논의됐지만 노동계는 고용 불안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실업급여를 반복해 받는 사람들을 사실상 부정수급자로 몰아가는 접근이라며 반발해왔다. 반복 수급을 제재하기에 앞서 청년·취약계층의 고용 안정을 보장하는 것이 먼저라는 주장이다.
매체에 따르면 전체 실업급여 지급액도 최근 5년 사이 최대치를 기록했다. 특히 수급자 10명 중 3명은 2회 이상 받은 반복 수급자였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구직급여 수급자는 172만2000명이었고, 이 중 최근 5년 이내 2회 이상 받은 사람은 49만6000명으로 전체의 28.8%에 달했다.
실업급여 재원인 고용보험기금의 재정 부담이 커지는데도 정부는 오히려 적용 범위를 넓히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청년이 자발적으로 이직한 경우에도 생애 한 차례 구직급여를 지급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고, 예술인·노무제공자의 고용보험 적용 대상도 현재 약 95만명에서 최대 160만명까지 늘릴 계획이다.
내년에는 실업급여 하한액도 오른다. 2027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3.7% 오른 시간당 1만700원으로 결정되면서 최저임금의 80%에 연동되는 구직급여 하한액도 하루 6만6048원에서 6만8480원으로 2432원 인상된다.
이에 3회 이상 반복 수급자에 대해서는 접근을 달리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고의적 반복 수급자는 걸러내되, 구조적인 이유로 실직을 되풀이하는 사람에게는 실업급여 대신 취업 지원으로 정책 방향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국정책학회보에 실린 논문 '실업급여 반복수급 효과 분석과 정책제언'에 따르면 3회 이상 반복 수급 집단에서는 실업급여 지급이 근로성과를 개선하지도, 악화시키지도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들이 구조적으로 고용이 불안정한 계층일 가능성이 크다며 장기적이고 포용적인 고용 지원이 필요하다고 결론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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