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문영서 기자】 수출 호조에 힘입어 한국의 경상수지가 두 달 연속 사상 최대 흑자를 기록했지만 경기 회복의 온기는 기업 전반으로 확산되지 못하고 있다. 반도체 등 IT 수출에 힘입은 대기업·수출기업과 달리 중소기업·내수기업의 체감경기는 여전히 부진한 가운데 연체율과 부실채권까지 늘면서 기업 간 경기 양극화가 은행권 건전성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7일 한국은행(이하 한은)이 지난 6일 발표한 ‘2026년 6월 국제수지(잠정)’에 따르면 6월 경상수지는 497억3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5월 386억1000만달러에 이어 두 달 연속 사상 최대치다. 상품수출은 사상 처음으로 1000억달러를 넘어섰으며 상반기 누적 경상수지 흑자는 1910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크게 늘었다. 반도체를 비롯한 정보기술(IT) 품목 수출이 증가한 영향이 컸다.
다만 수출 호조가 기업 전반의 경기 개선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한은의 지난달 기업경기조사에서 대기업과 수출기업의 심리는 전월 대비 0.8포인트 오른 105.3을, 수출기업은 1.1포인트 상승한 107.5를 나타낸 반면 중소기업은 개선세에도 불구하고 100선을 하회했다.
6월 대기업 기업심리지수(CBSI)는 104.5로 전월보다 1.1포인트 상승해 2022년 5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수출기업 CBSI도 106.4로 올랐다. 반면 중소기업 CBSI는 95.7로 0.5포인트 하락했고 내수기업 CBSI 역시 98.0으로 떨어졌다. 제조업 CBSI는 101.2로 기준선인 100을 웃돌았지만 비제조업 CBSI는 95.4에 머물렀다.
CBSI는 경제 전반에 대한 기업 인식을 종합적으로 판단하기 위해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중 주요 지수를 이용해 산출한 기업 체감경기 지표다. 장기평균치(2003년 1월~2025년 12월)를 기준값 100으로 두고, 100보다 크면 경제 상황에 대한 기업의 기대심리가 장기평균보다 낙관적이라고 본다. 100보다 작으면 비관적이라고 해석한다.
다른 기업경기 조사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났다. 한국경제인협회의 8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전망치는 89.9로 기준선 100을 밑돌았다. 수출 부문은 100.0으로 기준선을 웃돌았지만 투자와 내수, 고용, 자금사정, 채산성 등 대부분의 항목은 기준선을 하회했다. 대한상공회의소의 3분기 제조업 BSI에서도 수출기업 지수는 전분기보다 상승한 반면 내수기업 지수는 큰 폭의 개선을 보이지 않았다.
기업 간 경기 격차는 은행권의 대출 건전성 지표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올해 2분기 말 기업대출 추정손실 규모는 9809억원으로 1년 전보다 26.3% 증가했다. 가계대출 역시 28.1% 늘었다.
중소기업 대출의 연체율도 상승하고 있다. 5월 말 국내은행의 중소기업대출 연체율은 1.00%로 2015년 5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한 가운데 대기업대출 연체율은 0.27%로 중소기업과 차이가 컸다. 2분기 말 기준 4대 시중은행의 중소기업대출 연체율 평균도 0.55%로 2017년 1분기 이후 최고 수준으로 올라섰다. 부실채권 규모도 늘며 2분기 말 5대 은행의 3개월 이상 연체된 고정이하여신 규모는 7조4331억원으로 1년 전보다 약 1조6억원 증가했다.
수출 증가가 반도체 등 일부 품목에 집중돼 있다는 점도 기업 간 격차를 키우는 요인으로 꼽힌다. 6월 IT 품목 수출은 전년 동월보다 160.4% 증가했지만 비IT 품목 수출 증가율은 18.6%에 그쳤다. 전체 수출 증가세가 반도체를 중심으로 나타나면서 관련 대기업과 수출기업의 실적 개선이 다른 업종으로 확산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다.
금리 부담도 취약기업의 자금 사정을 악화시킬 수 있는 요인이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달 기준금리를 연 2.50%에서 2.75%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기준금리 인상에 앞서 시장금리가 먼저 상승하면서 기업대출 금리도 오름세를 보였다.
한은의 6월 금융기관 가중평균금리에 따르면 신규 취급액 기준 기업대출 금리는 4.27%로 한 달 전보다 0.14%포인트 상승했다. 가계대출 금리도 4.50%로 0.04%포인트 올랐다. CD와 은행채 등 시장금리가 상승하면서 7월 기준금리 인상 전부터 대출금리에 금리 상승 기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기준금리 인상까지 현실화한 만큼 중소기업과 자영업자 등 취약 차주의 이자 부담은 추가로 커질 가능성이 있다. 특히 이미 연체율과 부실채권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출금리 상승이 이어질 경우 은행권의 건전성 관리 부담도 확대될 수 있다.
가톨릭대 경제학과 양준석 교수는 “현재 경기가 둔화되고 있어서 중소기업 연체율도 늘고 있는 상황”이라며 “우리나라는 기업대출과 가계대출이 모두 높은 수준이기 때문에 우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동국대 경영학과 강경훈 교수는 “가계부채 관리에 생산적 금융 요구까지 더해지며 은행권에서 기업대출을 늘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소기업 대출도 함께 증가하는 만큼 높은 대출금리도 건전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은행권에서 대출 심사를 철저히 하고 모니터링을 성실히 해야 한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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