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트리뷴=이우진 기자] 슈퍼카 시장에서 800마력은 더 이상 낯선 숫자가 아니다. 그러나 패들시프트도 자동변속기도 없이 클러치 페달과 기어봉으로 이 힘을 다뤄야 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파산과 오랜 법적 분쟁을 겪은 네덜란드 수제차 브랜드 스파이커가 ‘C8 프리에이터 XXV 쿠페’로 다시 돌아왔다. 생산량은 단 25대다.
10년 전 모델과 무엇이 다른가
신차는 미국 몬터레이 카 위크의 ‘더 퀘일’에서 처음 공개됐다. 차명과 전체적인 실루엣은 2016년 등장했던 C8 프리에이터를 떠올리게 한다. 다만 스파이커는 단순한 부분변경이 아니라 백지에서 다시 설계한 완전한 신차라고 강조했다.
알루미늄 스페이스프레임은 자체 설계했으며, 외장 패널도 모두 새로 제작했다. 영국 코번트리 프로토타입 패널스의 장인이 알루미늄을 직접 성형한다. 탄소섬유가 보편화된 슈퍼카 시장에서 손으로 가공하고 광택을 낼 수 있는 알루미늄을 고집한 셈이다.
800마력을 6단 수동으로
차체 중앙에는 4.0리터 V8 트윈터보 엔진이 탑재된다. 최고출력은 800마력, 최대토크는 약 102kgf·m(1,000Nm)에 달한다. 동력은 6단 수동변속기를 거쳐 뒷바퀴로 전달된다. 패들시프트나 자동화 장치는 선택할 수 없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2.7초, 최고속도는 350km/h 이상이다. 건조중량은 1,525kg이며, 6피스톤 캘리퍼와 카본 세라믹 디스크가 제동을 맡는다. 절대적인 성능보다 800마력을 운전자가 직접 제어하도록 만든 구성이 더 눈길을 끈다.
비행기 집착은 더 강해졌다
스파이커 특유의 항공기 디자인도 한층 짙어졌다. 차체 곳곳에는 NACA 덕트가 배치됐고, 후미등은 전투기 애프터버너를 닮았다. 루프에서 후면으로 이어지는 대형 핀은 1919년형 C1 에어로코크에서 영감을 받았다. 삼각형이 반복되는 항공우주 구조 ‘아이소그리드’ 문양은 그릴과 흡기구, 페달, 배기구 메시, 시트까지 이어진다.
차량 한 대를 만드는 데 약 2,100시간이 필요하다. 스티어링 휠만 한 명의 장인이 두 개의 바늘로 4시간 동안 꿰매며, 실내 나사 머리 방향까지 손으로 맞춘다.
화면 하나만 남긴 실내
실내에서 디지털 화면은 헤드업 디스플레이 하나뿐이다. 나머지는 아날로그 계기판과 금속 스위치로 채웠다. 센터터널 위에 그대로 드러난 기어 연결장치도 유지했다. 버튼 하나를 누르면 도어와 앞뒤 패널, 엔진룸이 함께 열리는 ‘버터플라이 모드’도 적용됐다.
25대가 진짜 부활 증명할까
가격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스파이커 공동창업자 빅터 뮐러는 2025년 10월 법적 분쟁 끝에 브랜드 권리를 되찾았고, 2026년 6월에는 암호화폐 사업가 볼로디미르 노소프가 지분을 인수해 공동 소유주가 됐다.
스파이커는 이번 차를 시작으로 D8 페킹 투 파리 SSUV 개발과 GT3 레이스 복귀까지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과거에도 화려한 신차와 사업 계획이 실제 양산으로 이어지지 못한 전력이 있다. 결국 이번 부활의 성패는 공개 행사가 아니라 약속한 25대를 고객에게 인도할 수 있느냐에 달렸다.
이우진 기자 lwj@autotribu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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