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로드] 정부 세제 개편안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는 납입 한도 이월과 계약기간을 중심으로 ‘핀셋 손질’이 이뤄질 가능성이 커졌다. 반면 부동산 세제와 주가 누르기 방지책은 기본 골격을 유지한 채 국회 논의에서 세부 조정이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17일 관계 당국에 따르면 정부는 세제 개편안 입법 예고 이후 투자자·시장 의견을 수렴하면서 쟁점별 수정 필요성을 검토 중이다. 특히 ISA의 연간 납입 한도 이월 폐지와 계약기간 제한에 대한 비판이 집중되자, 이 부분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조정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논의되고 있다.
정부는 당초 생산적 금융 ISA를 신설하면서 연간 납입 한도 이월을 없애고 납입기간을 최대 10년으로 제한했다. 기존 ISA에도 이월 불가와 5년 납입기간 제한을 적용하는 안을 내놨다. 그러나 수입이 들쭉날쭉한 자영업자·프리랜서에게 불리하고, 장기투자와 복리 효과를 저해한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이에 정부는 기존처럼 연간 납입 한도를 이월할 수 있도록 하고, 계약기간도 사실상 무기한 연장이 가능하도록 하는 방향을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다. 이 경우 조정 내용은 기존 ISA와 생산적 금융 ISA에 동일하게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생산적 금융 ISA의 ‘우대 구조’는 유지된다. 정부안에 따르면 일반 ISA 총 납입 한도는 1억원, 생산적 금융 ISA는 2억원으로 설정돼 있고, 생산적 금융 ISA에 대해선 투자수익 비과세 혜택도 더 크다. 투자 대상 역시 국내 주식·국내주식형 펀드·국민성장펀드 등으로 제한하는 현행 설계를 그대로 가져갈 가능성이 높다. 시장 일각에서 제기된 해외주식형 상장지수펀드(ETF) 편입 요구는 수용이 어렵다는 분위기다. 제도 취지가 국내 자본시장 활성화에 맞춰져 있고, 일반 ISA와 생산적 금융 ISA를 동시에 가입할 수 있다는 점이 고려된 것으로 풀이된다.
부동산 세제는 종합부동산세(종부세) 세 부담 상한, 부부 공동명의, 비거주 예외 요건 등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그럼에도 정부는 공제 방식과 세율 등 기본 틀을 유지한 채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고, 세부 쟁점은 국회 심의 과정에서 조정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특히 수도권 지역구 의원들을 중심으로 종부세 세 부담 상한을 현행 150%에서 200%로 올리려는 정부안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급격한 세 부담 증가를 완화하기 위해 상한선을 150%로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부부 공동명의 문제에 대해 정부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고 있다. 부부 공동명의 1주택자가 1세대 1주택자 특례를 신청하면 단독 명의와 마찬가지로 종부세 기본공제 12억원(개편 후 14억원)을 적용받을 수 있어, 납세자가 유리한 방식을 선택하면 된다는 설명이다.
비거주 예외 요건은 법률이 아닌 시행령으로 규정할 수 있는 사안인 만큼, 입법 예고 과정에서 제기된 구체 사례 일부를 추가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정부안은 취학·직장 변경·질병·전학·해외 체류·부모 봉양 등 부득이한 사유로 다른 지역으로 이주한 경우 비거주 기간을 최대 3년까지 거주기간으로 인정하고, 재개발·재건축 공사 기간도 거주기간으로 인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여기에 손주 돌봄, 학군지 전세 이주 등 현실적인 사유를 어디까지 예외로 포함할지를 두고 추가 의견이 제기되면서, 시행령 단계에서 예외 사유가 보다 구체화될 가능성이 있다.
주가 누르기 방지책은 정부안의 골조를 유지하되 일부 보완하는 방향이 논의된다. 동시에 상법·자본시장법 개정안과 연계해 국회에서 종합적으로 다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상속·증여세 부담이 상속재산을 초과하지 않도록 ‘캡’을 씌우거나, 세법상 평가 기간을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안은 최근 13개 반기 중 누적 12개 반기 동안 주가순자산비율(PBR)이 코스피 업종별 하위 25% 또는 코스닥 하위 10%에 해당하거나, 최근 1년간 중복상장·교환사채 발행 등과 함께 주가가 최근 3년 평균보다 30% 이상 떨어진 경우 등을 ‘주가 누르기’ 추정 요건으로 제시했다. 해당 요건에 걸리면 평가 기간을 넓혀 최소 30% 할증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시장과 정치권에서는 일부 기간의 PBR만 관리해도 규제를 피할 수 있는 등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단순히 상속·증여세 평가 방식만 손보는 것으로는 인위적인 저평가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더불어민주당 김현정 의원이 발의한 자본시장법 개정안들은 주주 보호와 기업가치 제고를 통해 ‘정당한 주가 형성’을 유도하는 보완책으로 주목받고 있다. 김 의원의 3월 발의안은 2년 연속 PBR 1 미만 상장사에 기업가치 제고 계획서 작성·공시를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았다. 4월 발의안은 공개 매수 시 발행인의 찬반 의견과 이사 이해관계를 의무 공시하고, 주주 이익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안을 주요 사항 보고서에 포함하도록 했다.
정부의 주가 누르기 방지법이 세법을 통해 인위적인 저평가를 억제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면, 국회에 계류된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지배구조와 공시를 개선해 시장에서 주가가 제대로 평가받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로 기능한다는 평가다.
정부는 오는 20일까지 입법 예고를 진행한 뒤 의견 수렴 결과를 반영해 수정안을 마련, 차관회의와 국무회의를 거쳐 다음 달 초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다양한 목소리를 최대한 폭넓게 경청하고 이를 토대로 제도 개편의 취지를 충실히 살릴 수 있도록 심사숙고해 합리적인 보완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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