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 등 생성형 인공지능에 라면을 추천해달라고 물었을 때 답변에 등장하는 제품 대부분이 농심·오뚜기·삼양식품·팔도 등 이른바 ‘라면 4사’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뉴스1
최근에는 제품을 고를 때 포털 검색 결과를 하나씩 비교하는 대신 생성형 AI에 직접 조건을 입력해 추천을 받는 이용 방식이 확산하고 있다. “인기 있는 봉지라면을 알려줘”, “가성비 좋은 라면을 추천해줘”처럼 브랜드명을 특정하지 않고 질문하면 챗GPT나 제미나이 등이 조건에 맞는 제품을 추려 답변하는 식이다.
에이아이빅스랩은 이처럼 실제 소비자가 물을 법한 질문을 챗GPT와 제미나이, 퍼플렉시티, 클로드 등 4개 생성형 AI에 반복 입력해 봉지라면·컵라면·비빔면 3개 카테고리 73개 제품의 AI 브랜드 경쟁력 지수 ‘AIBIX’를 측정한 결과를 11일 공개했다.
라면 73개 점수 합쳤더니…97.5%가 4개 업체에 집중
봉지라면·컵라면·비빔면 등 라면 분야 3개 카테고리 AIBIX 지수 랭킹 분석 결과. / 에이아이빅스랩 제공
이번 조사에서 라면 3개 카테고리 73개 제품이 받은 AIBIX 점수를 모두 합하면 878.5점이었다. 이 가운데 농심·오뚜기·삼양식품·팔도 제품이 받은 점수는 856.1점으로 전체의 97.5%를 차지했다.
특히 봉지라면과 컵라면에서는 상위 20위까지 모두 이들 4개 업체 제품으로 채워졌다. 점수를 받은 제품 자체도 봉지라면 24개, 컵라면 29개가 전부 라면 4사 제품이었다.
봉지라면에서는 농심 신라면이 51.7점으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오뚜기 진라면이 47.4점으로 뒤를 이었고 삼양식품 불닭볶음면 37.1점, 농심 안성탕면 36.3점, 너구리 35.8점 순이었다.
컵라면에서는 신라면컵이 47.8점으로 1위를 차지했다. 진라면컵은 40.3점, 육개장 사발면은 33.5점, 불닭볶음면컵은 32.2점, 참깨라면은 24.0점을 기록했다.
비빔면에서는 팔도비빔면이 53.4점으로 가장 높았다. 진비빔면이 44.2점, 배홍동이 43.5점으로 뒤를 이었고 하림의 더미식 비빔면이 20.7점으로 4위에 이름을 올렸다.
라면 4사 제품이 아니면서 점수를 받은 제품은 모두 비빔면 카테고리에서 나왔다. 더미식 비빔면을 비롯해 더미식 메밀비빔면이 1.3점, 노브랜드 비빔면이 0.4점을 기록했다. 반면 하림의 봉지라면 장인라면은 이번 측정에서 4개 AI 답변에 한 차례도 등장하지 않았다.
김준현 에이아이빅스랩 대표는 “라면은 수십 년간 축적된 조리법, 후기, 커뮤니티 기록 등이 그대로 생성형 AI의 참고 자료가 되는 카테고리”라며 “후발 브랜드는 자료 축적분이 비어 있는 만큼 유통망이나 광고 확보와 별도로 AI가 읽고 인용할 수 있는 정보를 따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같은 ‘삼양라면’인데 봉지는 31.2점, 컵은 2.9점
봉지라면·컵라면·비빔면 등 라면 분야 3개 카테고리 AIBIX 지수 랭킹 분석 결과. / 에이아이빅스랩 제공
이번 조사에서는 같은 이름을 사용하는 제품도 봉지라면과 컵라면 가운데 어떤 형태로 질문하느냐에 따라 점수 차이가 크게 벌어졌다.
삼양라면은 봉지라면 카테고리에서 31.2점을 받아 7위에 올랐지만 컵라면에서는 2.9점에 머물렀다. 두 제품 사이의 점수 차이는 28.3점이었다.
안성탕면도 봉지라면에서는 36.3점을 기록했지만 컵라면에서는 9.0점으로 27.3점 낮았다. 너구리는 봉지라면 35.8점에서 컵라면 14.3점으로 21.5점 떨어졌다.
반대 사례도 나타났다. 육개장은 봉지라면에서는 챗GPT·제미나이·퍼플렉시티·클로드 모두 0점을 기록했지만 컵라면에서는 33.5점을 받아 전체 3위에 올랐다. 참깨라면도 봉지라면 12.1점에서 컵라면 24.0점으로 상승했다.
신라면은 봉지라면 51.7점, 컵라면 47.8점으로 점수 차이가 3.9점이었다. 불닭볶음면은 각각 37.1점과 32.2점, 진라면은 47.4점과 40.3점으로 두 카테고리에서 비교적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김 대표는 “생성형 AI는 브랜드를 하나의 덩어리보다 개별 제품 단위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며 “대표 제품이 잘 나온다고 해서 같은 이름을 단 라인 전체가 함께 올라가지는 않는다는 점이 이번 측정에서 확인됐다”고 말했다.
챗GPT는 신라면컵, 제미나이는 육개장 사발면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생성 이미지
같은 컵라면을 두고도 어떤 생성형 AI에 질문하느냐에 따라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제품이 달랐다.
챗GPT와 클로드에서는 신라면컵이 1위에 올랐다. 반면 제미나이와 퍼플렉시티에서는 육개장 사발면이 가장 높은 평가를 받았다.
육개장 사발면의 서비스별 점수 차이도 컸다. 제미나이에서는 50.7점을 기록했지만 클로드에서는 14.3점에 머물렀다.
생성형 AI는 같은 질문을 받아도 학습 데이터와 검색·답변 구성 방식 등에 따라 서로 다른 제품을 제시할 수 있다. 여기에 가격이나 매운맛, 가성비, 조리 편의성처럼 조건을 추가하면 추천 제품과 순서도 달라질 수 있다.
에이아이빅스랩이 앞서 식음료·프랜차이즈 30개 카테고리를 분석했을 때도 20개 카테고리에서 AI별 1위 브랜드가 서로 달랐다. 당시 커피 프랜차이즈와 피자, 소주 등 여러 분야에서 실제 시장 순위와 AI 답변 속 브랜드 순위가 엇갈리는 사례가 확인됐다.
이번 라면 조사에서는 이 같은 차이가 제품군 단위에서도 나타났다. 소비자가 단순히 “라면을 추천해줘”라고 묻는지, 봉지라면이나 컵라면으로 범위를 좁혀 묻는지에 따라 같은 브랜드 안에서도 AI 답변 속 위치가 크게 바뀔 수 있다는 의미다.
AIBIX는 답변에서 특정 제품이나 브랜드가 얼마나 자주 등장하는지, 전체 언급에서 어느 정도 비중을 차지하는지, 공식 홈페이지 등 관련 자료가 답변의 근거로 활용되는지 등을 분석해 100점 만점으로 환산한 지표다. 실제 판매량이나 시장점유율, 제품 품질과 소비자 선호도를 평가하는 순위와는 성격이 다르다.
에이아이빅스랩은 지난 6일 식음료·프랜차이즈 30개 카테고리의 첫 측정 결과를 공개했으며 앞으로 뷰티와 생활가전, 자동차, 금융·교육·보험 등으로 조사 분야를 확대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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