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1주년 광복절을 맞아 독립운동가들이 생전에 먹었던 음식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독립운동가들이 남긴 기록과 후손들의 증언에는 이들이 타국에서 지내거나 일제의 추적을 받던 때 먹었던 음식에 관한 이야기가 남아 있다. 광복절을 맞아 독립운동가들이 어떤 음식을 먹었는지, 그 음식에는 어떤 사연이 담겨 있는지 살펴본다.
1. 김구 선생이 피신길에 먹었던 ‘쫑즈’
백범 김구 선생은 1932년 윤봉길 의사의 상하이 훙커우공원 의거 이후 일제 경찰의 추적을 피해 중국 여러 지역을 옮겨 다녔다. 이 시기 김구 선생이 먹었던 음식으로 쫑즈가 전해진다.
쫑즈는 찹쌀 등을 대나무잎이나 연잎에 싸서 쪄낸 중국 음식이다. 정부 정책주간지 ‘K-공감’이 독립운동가들의 음식을 다룬 기사에서도 김구 선생이 약 5년 동안 피신 생활을 하며 쫑즈를 먹었다고 소개했다.
한곳에 오래 머무르기 어려웠던 김구 선생에게 들고 다니기 편한 쫑즈는 이동 중 끼니를 해결할 수 있는 음식이었다.
2. 곽낙원 선생이 버려진 배춧잎으로 담근 ‘우거지김치’
김구 선생의 어머니 곽낙원 선생이 버려진 배춧잎을 모아 김치를 담갔다는 이야기는 김구 선생이 쓴 『백범일지』에 나온다.
김구 선생은 상하이에서 생활하던 당시 형편이 어려워 아침과 저녁 끼니를 마련하기도 쉽지 않았다고 회고했다. 곽낙원 선생은 중국인 채소상이 버린 배추 겉잎을 가져와 소금에 절여 김치를 담갔다.
김구 선생은 이동녕·윤기섭·조완구 선생 등과 곽낙원 선생이 담근 우거지김치를 먹었다고 『백범일지』에 적었다. 버려진 배춧잎까지 모아야 했던 당시 임시정부 식구들의 어려운 생활이 이 기록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3. 김구 선생이 평양에서 먹었던 ‘평양냉면’
김구 선생이 평양냉면을 먹었던 일은 그의 비서였던 선우진이 쓴 『백범 선생과 함께 한 나날들』에 기록돼 있다.
김구 선생은 1948년 4월 남북협상을 위해 평양을 방문했다. 당시 김구 선생을 수행했던 선우진의 회고에 따르면 숙소에서 냉면을 주문해 주겠다고 했지만 김구 선생은 직접 냉면집에 가서 먹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일화는 광복 이후의 이야기다. 남과 북으로 갈라지는 상황을 막기 위해 평양을 찾았던 김구 선생의 행적과 함께 남아 있는 음식 기록이라는 점에서 당시 그의 행보를 살펴볼 수 있다.
4. 유관순 열사가 이화학당에서 먹었던 ‘명태 반찬’
유관순 열사가 이화학당에 다니던 시절에는 명태 반찬을 먹었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국가보훈부가 공개한 자료에는 친구의 어머니가 보내준 명태 반찬을 유관순 열사가 맛있게 먹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명태 생각에 빠진 나머지 기도 도중 말을 잘못했다는 일화도 함께 소개됐다.
1919년 아우내장터 만세운동을 이끌었던 유관순 열사는 당시 열여덟 살 학생이었다. 명태 반찬에 얽힌 기록에서는 만세운동에 나서기 전 이화학당에서 친구들과 생활했던 유관순 열사의 학창 시절을 엿볼 수 있다.
5. 오건해 선생이 직접 만든 두부로 차린 ‘납작두부볶음’
대한민국 임시정부에서 활동한 오건해 선생은 독립운동가들의 식사도 챙겼다.
오건해 선생의 외손녀 박천민 씨는 ‘K-공감’과의 인터뷰에서 외할머니가 중국에서 직접 두부를 만들어 먹었다고 전했다. 오건해 선생은 콩으로 두부를 만든 뒤 무거운 돌을 올려 물기를 뺐다. 이후 생강과 간장을 넣어 조리고 채를 썰어 납작두부볶음을 만들었다.
오건해 선생은 1926년 남편 신건식 선생이 있던 중국으로 건너간 뒤 이동녕·박찬익 선생 등을 돌봤다. 1938년 김구 선생이 창사에서 총상을 입었을 때도 곁에서 식사와 간호를 맡았다.
독립운동가들이 활동을 이어가는 동안 먹을 밥을 마련하고 아픈 사람을 돌보는 일 역시 누군가는 해야 했다. 오건해 선생은 그 몫을 맡았던 사람 가운데 한 명이었다.
6. 오건해 선생이 임시정부 요인들에게 차려준 ‘홍샤오로우’
오건해 선생이 임시정부 요인들에게 자주 만들어준 음식으로 홍샤오로우도 전해진다.
홍샤오로우는 돼지고기를 간장에 졸여 만드는 중국 음식이다. 박천민 씨가 전한 이야기에 따르면 오건해 선생은 중국식 향신료를 빼고 간장과 얼음사탕 등을 넣어 김구·이동녕·박찬익 선생 등의 입맛에 맞게 음식을 만들었다.
오랜 기간 고향을 떠나 중국에서 생활해야 했던 임시정부 요인들에게 오건해 선생이 차린 음식은 하루 끼니를 해결하는 밥상이었다. 서로 한 식탁에 앉아 밥을 먹는 시간도 그들의 망명 생활 가운데 한 부분이었다.
7. 지복영 선생이 즐겨 먹었던 ‘총유병’
한국광복군에서 활동한 지복영 선생이 즐겨 먹었던 음식으로 총유병이 전해진다.
총유병은 밀가루 반죽에 파를 넣어 구운 중국 음식으로, 우리나라의 파전과 비슷하다. 독립운동가들의 음식을 소개한 KBS ‘한국인의 밥상’과 국가보훈부 자료에서도 지복영 선생이 먹었던 음식으로 총유병을 다뤘다.
지복영 선생은 아버지 지청천 선생을 따라 중국에서 생활했고 한국광복군에서 선전 활동 등을 맡았다. 그가 즐겨 먹었던 총유병에는 중국에서 보낸 오랜 생활의 흔적도 남아 있다.
8. 안희제 선생이 동지들과 나눠 먹었던 ‘망개떡’
백산 안희제 선생이 즐겨 먹었던 음식으로는 고향 경남 의령의 망개떡이 있다.
안희제 선생의 손녀 안경란 씨는 정부가 운영하는 대한민국 정책브리핑과의 인터뷰에서 할아버지가 집을 떠날 때 여러 종류의 떡을 보자기에 싸서 가져갔다고 말했다. 그 가운데 망개떡도 있었다.
안희제 선생은 자신이 먹기 위해서만 떡을 챙긴 것이 아니었다. 안경란 씨는 할아버지가 끼니를 제대로 챙기지 못한 독립운동 동지들과 허기를 달래기 위해 떡을 나눠 먹었다고 전했다.
안희제 선생은 부산에 백산상회를 세우고 독립운동 자금을 마련했다. 집을 자주 비우며 활동했던 그가 고향을 떠날 때 챙긴 망개떡은 길에서 만난 동지들과 나누는 한 끼가 됐다.
독립운동가들이 먹었던 음식은 화려하지 않았다. 일제의 추적을 피해 이동하면서 먹었던 쫑즈가 있었고, 버려진 배춧잎으로 담근 김치가 있었다. 직접 만든 두부와 끼니를 거른 동지에게 건넨 망개떡도 있었다.
이 음식들은 독립운동가들이 어떤 환경에서 하루하루를 보냈는지 보여주는 기록이기도 하다. 제81주년 광복절을 맞아 독립운동가들의 이름과 함께 그들이 먹었던 한 끼에 얽힌 이야기도 되새겨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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