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에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전장보다 0.17% 내린 7785.76에 거래를 마쳤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종합지수는 0.28% 하락한 2만6729.16,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0.2% 떨어진 5만3732.41을 기록했다. 전날 S&P500지수는 사상 처음 장중 7800선을 넘어서고 종가 기준으로도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바 있다. 이날 하락에도 S&P500은 주간 기준 0.36% 올라 3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금리 인상 우려 낮췄지만…이번엔 소비가 문제
이날 시장의 시선은 미국 소비에 쏠렸다. 미 상무부에 따르면 7월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0.6% 감소했다. 시장에서는 0.1% 증가를 예상했지만 오히려 큰 폭으로 뒷걸음쳤다. 소매판매가 감소한 것은 9개월 만이다. 자동차·휘발유·건축자재·외식 등을 제외해 국내총생산(GDP)의 소비 지출 산출에 반영되는 소매판매 통제그룹도 0.4% 감소했다. 시장 예상은 0.3% 증가였다.
소비심리도 악화했다. 미시간대가 발표한 8월 소비자심리지수 잠정치는 51.0으로 7월 55.2에서 떨어졌다. 시장 예상치 54.5에도 못 미쳤다. 두 달 연속 이어졌던 소비심리 개선세가 다시 꺾인 것이다.
미국 경제에서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약 70%에 달하는 만큼 소비 둔화는 기업 실적과 경기 전망에 직접적인 부담이 된다. 최근 물가지표 둔화와 맞물려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를 추가 인상해야 한다는 압력은 낮아졌지만, 시장에는 ‘나쁜 경제지표가 무조건 좋은 뉴스’라는 공식이 더 이상 통하지 않았다.
이언 린젠 BMO캐피털마켓 전략가는 이날 소비 관련 지표를 두고 “소비자의 전반적인 건전성에 우려스러운 업데이트였다”며 “이는 다음달 연준의 금리 동결 근거를 강화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시장은 현재 9월 금리 동결 가능성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이날 트레이더들은 9월 FOMC에서 연준이 금리를 동결할 확률을 67%, 0.25%포인트 인상할 확률을 33%로 반영했다.
문제는 금리 인상을 피하는 이유가 경기 약화라면 주식시장에도 마냥 반가운 소식이 아니라는 점이다.
브렛 켄웰 이토로 미국 투자분석가는 “한 달간의 부진한 소비만으로 경제가 절벽에서 떨어지고 있다고 볼 수는 없지만, 실망스러운 GDP와 고용지표까지 함께 보면 이를 무시하기 어려워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투자자들은 자신들이 바라는 것을 조심해야 한다”며 “0.25%포인트의 금리 인상을 피하기 위해 경제 약화라는 대가를 치르는 것은 크다”고 강조했다.
다만 소비 둔화를 곧바로 침체 신호로 단정하기는 이르다는 평가도 있다. 올해 2분기까지 소비가 강했던 데다 아마존이 프라임데이를 지난해 7월에서 올해 6월로 앞당기면서 일부 소비가 6월로 선반영된 영향도 있다는 분석이다. 일부 이코노미스트들은 증시 상승에 따른 자산효과 등을 감안하면 소비가 급격하게 무너질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잘해도 떨어지는 AI주…높아진 눈높이 부담
AI 관련주에 대한 높아진 기대치도 증시의 부담으로 작용했다.
반도체 장비업체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는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실적과 전망을 내놨지만 이날 주가는 약세를 보였다. AI 데이터센터 투자 열풍을 타고 올해 주가가 두 배가량 뛴 만큼 웬만한 호실적으로는 높아진 시장 기대를 충족하기 어려워졌다는 평가다. 브로드컴과 인텔 등 일부 반도체주도 하락했다.
토머스 마틴 GLOBALT인베스트먼츠 수석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현재 시장의 많은 동력이 AI의 여러 분야를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다”며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가 실적 전망을 높였음에도 “기대치가 높았기 때문에 주가가 매도됐다”고 분석했다.
이는 사상 최고치 부근까지 올라온 뉴욕증시가 직면한 고민을 보여준다. S&P500지수의 향후 12개월 예상이익 기준 주가수익비율(PER)은 약 20배로, 7월 말 약 19배보다 높아졌다. 금융정보업체 런던증권거래소그룹(LSEG)에 따르면 S&P500 기업들의 2분기 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50% 이상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으며, 상당 부분을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MS) 등 AI 대형주가 이끌었다.
◇호르무즈 긴장에 유가·국채금리↑
중동의 지정학적 긴장도 다시 시장을 압박했다. 호르무즈 해협에서 선박 공격이 이어지고 미국이 이란에 대한 경제적 압박을 강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국제유가가 상승했다. 에너지주는 유가 상승에 힘입어 강세를 보였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1.4% 오른 배럴당 82.38달러를 기록했다. 채권시장에서는 미 국채 10년물 금리가 5bp(베이시스포인트, 1bp=0.01%포인트) 상승한 4.69%를 나타냈다.
유가 상승이 다시 인플레이션 압력을 높이고 장기금리 상승세를 자극할 경우 연준의 금리 동결에도 금융여건이 충분히 완화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시장의 부담으로 작용했다.
다만 월가에서는 이날 하락을 본격적인 추세 전환보다는 사상 최고치 경신 이후 숨고르기로 보는 시각도 있다. 2분기 실적 시즌이 막바지에 접어든 가운데 기업이익 증가세가 여전히 강하고 S&P500과 나스닥이 3주 연속 주간 상승세를 이어갔기 때문이다.
제이 햇필드 인프라스트럭처캐피털어드바이저스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움직임을 실적 시즌 이후 나타나는 시장의 ‘평탄화’ 과정으로 평가했다. 그는 기업 실적 증가세가 유지되고 호르무즈 봉쇄에도 유가가 배럴당 80달러대에 머물며 연준이 금리를 동결한다는 전제 아래 S&P500지수가 연말 8100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결국 사상 최고치에 올라선 뉴욕증시의 다음 관건은 물가가 식는 동시에 소비와 고용이 급격하게 꺾이지 않는 ‘연착륙’이 가능하느냐로 옮겨가고 있다. 금리 인상 우려가 후퇴한 자리를 경기 둔화 우려가 채우기 시작하면서, 투자자들은 이제 낮아지는 물가뿐 아니라 미국 소비의 체력까지 확인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
Copyright ⓒ 이데일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