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내내 신은 샌들이 어느 날부터 발이 꽉 끼는 경우가 있다.
발이 부은 줄 알지만 신발 쪽이 줄어든 것이다. 새로 산 같은 치수와 나란히 놓고 보면 길이도 폭도 눈에 띄게 작아져 있다.
열에 줄어드는 EVA
크록스나 말랑한 여름 슬리퍼는 대개 EVA라는 소재로 만든다. 에틸렌과 초산비닐을 섞은 고분자에 가스를 넣어 부풀린 것이라, 안이 작은 기포로 가득 차 있어 가볍고 물에 뜨며 젖어도 금세 마른다. 이 기포가 이 신발의 장점을 만드는 동시에 약점이 되기도 한다. 열을 받으면 소재가 물러지면서 기포가 눌리고, 식으면 그 상태 그대로 굳는다.
그래서 EVA 신발은 볕과 열에 유독 약하다. 한 번 오그라들면 원래 크기로 돌아오지 않고, 심하면 한두 치수가 통째로 줄어 어린이 신발처럼 작아진다.
위험한 자리는 생각보다 가까운데, 한여름 베란다는 한낮에 40도를 넘고 볕이 드는 차 안이나 트렁크는 그보다 훨씬 높이 올라간다.
물놀이를 다녀와 젖은 신발을 차에 두고 내렸다가 다음 날 못 신게 되는 것이 가장 흔한 경우이고, 젖은 채로 가방에 넣어 둔 것도 안쪽에 열이 갇혀 모양이 틀어진다.
씻을 때부터 물 온도를 살펴야 하는데, 뜨거운 물을 부으면 그 자리에서 소재가 물러지므로 찬물이나 미지근한 물을 쓰고 세제는 중성세제를 조금 풀어 쓴다. 바닥 홈에 낀 모래는 부드러운 솔로 긁어낸다. 락스를 풀어 담가 두면 색이 빠지고 표면이 뻣뻣해지므로, 냄새가 걸리면 베이킹소다를 조금 풀어 문지르는 정도로 그친다.
헹군 뒤에는 마른 수건으로 물기를 닦는다. EVA는 물을 먹지 않는 소재라 겉만 훔쳐 내도 대부분 마르고, 남은 것은 바람이 알아서 걷어 간다.
말리는 자리가 결정적인데, 볕이 들지 않고 바람이 통하는 곳에 세워 두어야 하고 집 안이라면 현관이나 베란다 그늘 쪽이 좋다.
건조기에 넣거나 드라이어로 말리는 것은 볕에 두는 것보다 더 빠르게 망가뜨린다. 신발장에 넣을 때도 볕이 드는 창가 쪽은 피하고, 문이 닫히는 칸 안쪽에 세워 둔다.
이미 줄어든 신발 되돌릴 수 있을까?
줄어든 신발을 되돌리는 방법이 인터넷에 돌기도 한다. 뜨거운 물에 담갔다가 신어서 늘린다는 이야기인데, 소재가 다시 물러지는 것뿐이라 식으면 대개 제자리로 돌아간다.
오히려 더 망가질 수 있는데, 열을 한 번 더 받으면 바닥이 휘거나 한쪽만 늘어나 좌우 모양이 달라지고 그렇게 뒤틀린 신발로 오래 걸으면 발목에 무리가 간다. 값이 크지 않은 신발이라면 바꾸는 편이 낫다.
다만 여름 샌들이 모두 EVA인 것은 아니다. 고무나 다른 합성수지로 만든 것은 열에 조금 더 버티므로, 안쪽 바닥이나 라벨에 적힌 소재를 한 번 확인해 두면 어느 정도까지 조심해야 할지 가늠이 서고, 여러 켤레를 함께 말릴 때 자리를 나누기도 수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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