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G 랜더스 투수 최민준(27)이 묘한 웃음으로 답했다. 아쉬움과 뿌듯함이 교차하는 모습이었다.
최민준은 14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KBO리그 LG 트윈스와의 원정 경기에 선발 투수로 나섰다. 이날 등판 예정이었던 토머스 해치가 어깨 불편함을 호소해 그 대신 급하게 투입됐다. 올 시즌을 선발로 시작했던 그는 7월부터 불펜으로 이동한 터였다.
게다가 유니폼을 챙겨오지 못한 그는 아이러니하게도 해치 옷을 빌려 입었다. 어수선하게 시작된 피칭은 5회까지 '완벽'에 가까웠다. 볼넷 하나를 내줬을 뿐 무피안타 무실점으로 LG 타선을 막은 것이다. 전날까지 21경기에서 1승 5패 평균자책점 5.25를 기록한 그는 이날 6가지 구종을 효과적으로 섞어 던지며 LG 타선을 압도했다.
그러나 최민준은 딱 한 고비를 넘기지 못했다. 6회 1아웃을 잡은 뒤 신민재에게 2루타, 2사 후에는 송찬의에게 2루타를 맞고 실점했다. 2-1로 쫓기는 상황에서 마운드를 김민에게 넘겼다. 이후 김민이 오스틴 딘에게 동점타를 맞아 최민준의 실점은 2개로 늘었다. SSG가 8회 김재환의 결승포에 힘입어 5-3으로 승리했지만, 최민준의 승리는 이미 날아간 뒤였다.
경기 후 만난 최민준은 "볼넷 하나를 내준 건 알았지만 피안타는 전혀 의식하지 않았다. 5회까지 노히트 노런을 한 것도 마찬가지다. 6회 안타를 맞았을 때 '맞았구나' 하는 생각 뿐이었다"며 "(승리투수를 하지 못한 것보다) 퀄리티 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 이하)를 하지 못한 게 아쉽다"라고 말했다.
그에겐 올 시즌 최다 이닝 경기였다. 이전에는 5와 3분의 1이닝 피칭이 두 번 있었다. 취재진이 기록을 확인해주자 "그래도 하나씩은 올라가고 있네요"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퀄리티 스타트에 아웃카운트 하나가 모자랐던 장면을 떠올리며 "열 받는다"라며 고개를 저었다.
SSG 선수단 모두 그의 피칭에 박수를 보냈다. 김재환은 "최민준이 승리 투수가 되지 못해 아쉽다"고 했고, 이숭용 SSG 감독은 "오늘 경기의 수훈선수는 최고의 피칭을 보여준 민준이다"라고 칭찬했다. 최민준은 "다들 잘 던졌다고 말해줬다. (승계주자 득점을 허용한) 김민이 미안하다고 했는데, 내가 깔아놓은 주자이니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취재진이 "어제 저녁에 선발 등판한다는 걸 알았을 텐데 유니폼을 왜 챙겨오지 못한 것이냐"라고 묻자, 최민준은 잠시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는 "LG 타자들을 연구하느라 집중해서 그렇다"며 웃었다. 이날 피칭이 마음에 들면서도 아쉬움이 남았는지 그는 "다음 선발 기회가 오면 꼭 퀄리티 스타트를 하겠다"라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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