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올해 금융권의 가계대출 증가율 관리 목표를 기존 1.5%에서 3%로 상향한다. 이에 따라 금융권이 추가로 공급할 수 있는 가계대출 여력이 약 30조원 늘어나면서 재건축·재개발 이주비와 신축 아파트 중도금·잔금대출 등 실수요자들의 자금 조달에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금융위원회는 13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한 금융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핵심은 가계부채 총량 관리 목표 조정이다. 금융당국은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을 전년 말 대비 1.5% 수준으로 관리할 계획이었지만 이를 3%로 높이기로 했다. 전체 가계대출 잔액이 약 1800조원인 점을 고려하면 연간 대출 증가 여력은 기존 약 30조원에서 60조원 수준으로 확대된다.
금융당국은 하반기 예정된 신축 아파트 입주와 재건축·재개발 사업 등에 필요한 자금 수요를 고려해 총량 목표를 조정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재건축·재개발 사업장의 이주비대출과 신축 아파트 중도금·잔금대출, 청년과 일반 실수요자를 위한 주택담보대출 공급에 무게를 둘 방침이다.
최근 금융권에서 나타난 이른바 '대출 오픈런' 현상도 완화될지 주목된다. 연간 대출 총량 한도가 빠르게 소진되면서 일부 금융회사에서는 대출 접수가 시작되자마자 신청자가 몰리거나 하반기로 갈수록 대출 문턱이 높아지는 현상이 나타났다.
금융당국은 대출 공급 여력이 확대되면 이러한 실수요자의 불편이 상당 부분 해소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금융위는 당초 설정했던 1.5% 증가율 목표가 현재 시장 상황과 맞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목표를 정할 당시에는 주택 거래가 상대적으로 안정적이었지만 4~5월 이후 주택 거래가 증가하고 5~6월에는 주식 등 자산시장 호조에 따라 신용대출 수요까지 늘면서 예상보다 가계대출 증가 속도가 빨라졌다는 설명이다.
다만 가계대출 총량이 확대된다고 해서 기존 부동산 대출 규제가 전반적으로 완화되는 것은 아니다.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비롯한 기존 수요관리 규제는 그대로 유지된다. 규제지역의 LTV는 40%, 은행권 DSR도 40%가 계속 적용된다.
주택가격에 따른 주택담보대출 한도 역시 유지된다. 15억원 이하 주택은 최대 6억원, 15억원 초과~25억원 이하 주택은 4억원, 25억원 초과 주택은 2억원의 한도가 적용된다.
대신 금융당국은 고위험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은행의 자본규제를 강화하기로 했다. 현재 만기일시상환 대출이나 다수 주담대 등에 적용되는 고위험 주담대 범위에 고액·고DSR 주담대와 고가주택·고LTV 주담대 등을 추가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해당 대출에 적용되는 위험가중치도 높일 계획이다. 세부 기준은 은행권 협의와 자본비율 영향 분석을 거쳐 올해 4분기 확정하고 내년 1월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가계부채 위험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높아질 경우 은행에 추가 자본 적립을 요구하는 '가계부문 시스템리스크 완충자본'도 도입한다. 금융권 전체의 대출 공급 여력은 늘리되 상환 능력을 넘어선 고위험 대출까지 확대되는 것은 막겠다는 취지다.
재건축·재개발 이주비대출의 평가 방식도 일부 개선된다. 이주비대출에 적용되는 6억원 한도와 규제지역 LTV 40%는 유지한다.
다만 LTV 산정 과정에서 담보가치를 평가할 때 기존에는 사업 이전의 종전자산평가액을 기준으로 삼았다면 앞으로는 종전자산평가액과 사업 완료 후 신축주택 가치를 추정한 종후자산평가액 가운데 더 큰 금액을 적용할 수 있도록 한다. 이에 따라 사업성이 높은 재건축·재개발 단지에서는 실제 이주비 조달 여력이 개선될 가능성이 있다.
금융위는 14일 금융권과 비공개 회의를 열고 금융회사별 구체적인 총량관리 방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특히 잔금대출과 이주비대출 등에서 실수요자의 자금 조달에 차질이 발생하지 않도록 금융회사에 적극적인 대출 취급을 요청한다는 방침이다.
이번 조치는 가계대출 규제를 풀기보다는 총량 관리의 여유 폭을 확대해 실수요자에게 자금을 우선 공급하는 방향에 가깝다. 금융당국은 늘어난 대출 여력을 주택 공급과 청년 주거 안정, 입주·이주 자금 등 실수요 분야에 집중하는 동시에 신용대출과 고위험 주담대에 대해서는 관리를 강화해 가계부채 증가 속도를 조절할 계획이다.
[폴리뉴스 김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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