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기사가 남의 집 현관문을 열고 들어갔다가 범칙금 처분을 받았다. / JTBC '사건반장' 영상 캡처
음식 배달기사가 한밤중 남의 집 현관문을 열고 들어갔다가 경찰로부터 범칙금 처분을 받았다. 이 같은 사연은 13일 JTBC '사건반장'을 통해 전해졌다.
매체에 따르면 제보자 A씨는 지난달 23일 오후 11시쯤 집에서 잠을 자다 황당한 일을 겪었다.
시끄러운 소리에 잠에서 깬 A씨는 홈캠을 확인하고 낯선 남성이 집 안에 들어와 있는 것을 발견했다. 급히 거실로 나가 보니 오토바이 헬멧을 쓴 남성이 현관 쪽에 서 있었다. A씨가 깜짝 놀라 집에 들어온 이유를 묻자 남성은 "문이 열려 있었다"며 "OO 치킨 안 시키셨냐"고 되물었다. 남성은 주문자가 술에 취해 자고 있는 줄 알았고 문이 열려 있어 들어왔다고 해명했다.
당시 상황은 A씨의 홈캠에 그대로 담겼다. 영상엔 A씨가 배달원을 향해 "나가요, 나가요"라고 외치며 당황해하는 모습이 담겼다. A씨는 처음에는 남성이 왜 들어왔는지조차 몰랐고, 나가라고 한 뒤에야 옷차림을 보고 배달원이라는 것을 짐작했다고 한다.
A씨는 이날 치킨을 주문한 사실이 없었다. 배달원의 설명과도 상황이 달랐다. A씨는 도어락만 고장 나 있었을 뿐 현관문은 분명히 닫혀 있었고, 배달원이 초인종도 누르지 않은 채 문을 열고 들어왔다고 반박했다. 실제로 홈캠에는 배달원이 문을 몇 차례 두드린 뒤 대답이 없자 손잡이를 돌려 문을 열고 들어오는 장면이 고스란히 담겼다.
A씨는 배달원이 집을 잘못 찾은 경위를 배달 전표에서 짐작했다. 전표에 주소가 동 구분 없이 호수로만 적혀 있어 다른 동의 같은 호수에서 시킨 주문을 A씨의 집으로 착각한 것으로 보인다는 게 A씨 설명이다. A씨는 "인기척이 없었다면 문을 두드리고 물건을 두고 가거나 먼저 주문자에게 전화를 했어야 했다"며 곧바로 남의 집 문을 열고 들어온 배달원의 행동을 지적했다.
A씨의 신고로 경찰이 출동했다. 방송에 따르면 경찰 6명이 현장에 도착했다. 경찰은 현장에서 배달원에게 경범죄처벌법상 무단출입을 적용해 범칙금 2만원을 부과했다.
경범죄처벌법은 출입이 금지된 구역이나 시설, 장소에 정당한 이유 없이 들어간 행위를 무단출입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를 위반하면 10만원 이하의 벌금이나 구류, 과료로 처벌받을 수 있고, 경미한 사안은 경찰서장의 통고처분에 따라 범칙금을 내는 방식으로 처리된다. 실제 범칙금 액수는 위반 행위의 종류에 따라 대통령령으로 정해진다. 이번 사안에서 배달원에게 부과된 2만원 역시 이 같은 통고처분에 따른 것이다.
배달원에게 더 무거운 혐의인 주거침입죄가 적용되지 않은 이유도 방송에서 다뤄졌다. 주거침입죄는 고의로 남의 집에 들어가야 성립하는 범죄인 만큼, 동·호수를 착각해 들어온 경우에는 성립하기 어렵다는 취지의 법률적 설명이 이어졌다. 고의가 인정되지 않으면 형사처벌 대상인 주거침입죄로는 다루기 어렵고, 허락 없이 남의 주거 공간에 발을 들인 행위 자체는 경범죄처벌법상 무단출입으로 제재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번 일이 남성인 A씨가 아니라 혼자 사는 여성에게 벌어졌다면 훨씬 더 큰 충격이었을 것이라는 우려도 방송에서 제기됐다. A씨 역시 한밤중 낯선 사람이 아무런 예고 없이 집 안까지 들어온 상황에 큰 충격을 받았다면서 배달원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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