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썰 / 임나래 기자] 정부가 1년 만에 네 번째 주택공급 대책을 내놓았다. 지난해 ‘9·7 대책’과 ‘10·15 대책’, 올해 ‘1·29 대책’에 이어 ‘8·13 주택 신속공급 방안’을 발표하며 공급 정책의 총동원령을 내린 것이다. 신규 공공택지와 정비사업, 비아파트, 프로젝트파이낸싱(PF) 금융지원까지 모든 수단을 올인하고 ‘속도전’을 선언했다.
하지만 반복된 청사진 제시에도 시장의 불안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번 대책이 또다시 말뿐인 약속에 그치지 않으려면 서울시 등 지자체와의 협의 난항을 풀고, 금융지원이 실제 민간 현장의 착공으로 이어지는 성과를 증명해야 한다.
◇1년 새 네 번째 공급 카드…시장 안정 신호는 아직
정부가 지난해 ‘9·7 주택공급 확대방안’을 시작으로 ‘10·15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 올해 ‘1·29 도심 주택공급 확대 및 신속화 방안’에 이어 ‘8·13 전월세 및 매매시장 안정을 위한 주택 신속공급 방안’까지 잇달아 발표했다. 세제와 금융, 공급정책을 병행하며 기존 계획을 구체화하고 있지만 시장에 확실한 안정 신호는 없었다.
특히 공급정책을 둘러싼 정부와 서울시의 엇박자가 시장의 불확실성을 키웠다. 정비사업 규제 완화와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활용, 용산국제업무지구 주택 공급 규모 등을 놓고 양측이 서로 다른 입장을 보여온 데다 부동산 정책을 둘러싼 정치권의 공방까지 이어졌기 때문이다.
전월세 시장 역시 변수다. 지난 3일 공개된 세제 개편안으로 일부 임대인의 주택 보유 부담이 커지면 세 부담이 임대료에 전가될 수 있어서다. 임대주택의 보유 유인이 낮아지면 전월세 매물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이번 공급대책으로 시장 안정을 되찾아야 한다.
◇공급량보다 ‘속도’ 방점…PF·비아파트 지원도 확대
이번 대책으로 신규 공공택지 발굴과 기존 사업의 조기 착공, 정비사업 활성화, 민간 주택공급 금융지원 등 공급 과정 전반을 앞당길 예정이다. 민간 공급을 뒷받침하기 위한 PF 금융지원과 비아파트 공급 활성화 방안도 포함됐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이번 대책은 ‘공급 속도 혁신’에 방점이 찍혀 의미가 있다”며 “단기적으로 실효성이 큰 카드는 민간 공급 금융지원으로 볼 수 있고 비아파트 공급 정상화 역시 전월세시장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다만 금융지원 확대에는 PF 부실이 다시 확대될 수 있는 만큼 정책 목적과 금융기관 건전성 사이에서 사업장을 선별적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용산국제업무지구와 과천 경마장, 태릉CC 등 앞서 공급계획이 제시됐던 사업지의 신속한 추진을 재차 강조했지만, 지자체 협의와 기존 시설 이전 등 개별 사업장의 난제를 어떻게 풀어낼지에 대한 구체적인 해법은 여전히 없었다.
대책 발표 직후 정부와 서울시의 엇박자도 다시 불거졌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1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합동브리핑에서 “훼손도가 높은 그린벨트를 적극 활용해 주택을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서울시가 곧바로 반대 입장을 표명해 공급대책의 실행력을 둘러싼 불확실성도 재차 부각됐다.
◇이제는 ‘착공’으로 증명해야…민간 수요 회복도 변수
반복된 공급계획으로 정책 피로감이 누적된 만큼 이제는 발표 물량보다 실제 사업 속도와 입주 시점이 시장의 신뢰를 좌우할 전망이다.
이재명 대통령도 이날 청와대 여민관에서 주재한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공급정책의 실행력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공급, 세제, 금융 정책 전반을 치밀하게 다듬어서 시장을 정상화하고 주거 안정과 주거 사다리의 체계적인 구축을 우직하게 추진해야겠다”며 “법과 제도를 고쳐서라도 파격적으로 확보해 공급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민간 주택수요가 살아나지 않으면 실제 착공 증가로 이어지는 데 한계가 있다. 분양 가능성과 사업성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건설사와 시행사가 신규 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기 때문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민간 주택공급이 부진한 근본 원인은 금융 부족보다 기존 대출 규제 등으로 인한 수요 위축에 있다”며 “분양 등 사업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민간 PF 자금조달이 어려워진 만큼 금융지원이 일부 사업장에는 도움이 될 수 있겠지만 시장 전반의 공급 회복으로 이어질지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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