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미국이 통제"라지만…통과 선박 대부분 '이란 항로'로

실시간 키워드

2022.08.01 00:00 기준

트럼프 "미국이 통제"라지만…통과 선박 대부분 '이란 항로'로

이데일리 2026-08-13 03:34:24 신고

3줄요약
[뉴욕=이데일리 성주원 특파원] 미국과 이란 간 종전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진 가운데,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양측의 주장이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해협을 완전히 통제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실제로 해협을 오가는 선박 대부분은 미국이 아닌 이란이 정한 항로를 따르고 있다.

지난 10일(현지시간) 이란 남부 반다르아바스 앞 호르무즈 해협을 선박들이 통과하고 있다. (사진=AFP)
지난 10일(현지시간) 이란 남부 반다르아바스 앞 호르무즈 해협을 선박들이 통과하고 있다. (사진=AFP)


12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란은 최근 군 수뇌부 인사를 통해 ‘공세적 교리’로의 전환을 예고했다.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신임 사령관의 자문역인 모하마드 레자 나그디 장군은 이날 국영TV 인터뷰에서 “여건이 갖춰지고 명령이 떨어지면 작전을 적진으로 확대할 수 있어야 한다”며 전쟁 전 방어 위주 교리에서 벗어나겠다는 뜻을 밝혔다. 개전 6개월째에 접어든 이번 전쟁이 장기화 국면으로 굳어지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을 완전히 통제하고 있다”고 썼다. 그러나 실제 항로 이용 현황은 정반대를 가리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지난 11일 해협을 통과한 14척 중 11척이 이란이 관할하는 항로를 택했다. 이달 들어 발생한 166건의 통과 사례 가운데 미국이 뒷받침하는 오만 쪽 항로를 이용한 경우는 단 2건에 불과했고, 나머지 절반은 이란 항로로, 나머지 절반은 위치추적기를 꺼둔 채 ‘깜깜이 항해’로 통과했다. 선박들이 안전해서가 아니라 이란이 정한 규칙을 따라야 안전이 보장되기 때문에 그 항로를 택하고 있다는 의미다.

해협 봉쇄는 대규모 군사력이 아니라 산발적 공격만으로도 유지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신미국안보센터(CNAS)의 레이철 지엠바 선임연구원은 “이란은 실제 물리적 위험에 대한 공포심을 이용해 통제력을 유지하고 있다”며 “대다수 유조선 입장에서는 위험 대비 수익이 맞지 않는 상황”이라고 짚었다. 해상보험 중개업체 마시에 따르면 호르무즈 통과 시 전쟁위험보험료는 선박 가치의 최대 10%까지 치솟았는데, 이는 개전 전(0.25%) 대비 40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CNBC가 해운데이터업체 케플러(Kpler) 자료를 인용해 집계한 5일 평균 통행량은 약 13척으로, 지난 5월 12일 이후 3개월 만에 최저 수준이자 전쟁 전(하루 130척) 대비 약 90% 감소한 수치다.

다만 원유 수출량은 우회 경로를 통해 일정 수준 유지되고 있다. 크리스 라이트 미 에너지장관은 호르무즈를 통한 원유 수출이 최근 7일 평균 하루 900만배럴에 달한다고 밝혔고, 파이프라인을 포함한 걸프 지역 전체 수출량은 하루 1500만배럴 수준이라고 전했다. 전쟁 전 호르무즈를 통한 수출량이 하루 2000만배럴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여전히 상당폭 위축된 상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6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 집무실에서 출생시민권과 폴리실리콘 산업 관련 행정명령에 서명하는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6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 집무실에서 출생시민권과 폴리실리콘 산업 관련 행정명령에 서명하는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지난 6월 17일 파키스탄 중재로 체결된 잠정합의는 사실상 붕괴한 상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7일 “합의는 끝났다”고 밝혔고, 이란 외무부도 일주일 뒤 “합의를 정지한다”고 선언했다. 60일 협상 시한 만료를 앞두고 연장 여부를 둘러싼 공방도 진행 중이다. 로이터에 따르면 이란 고위 소식통은 튀르키예 아나돌루통신이 보도한 ‘연장 합의’ 소식을 정면으로 부인하며 “애초에 연장할 기간 자체가 없다”고 주장했다. 미국이 합의 체결 48시간 만에 이를 위반하고 곧이어 탈퇴했다는 게 이란 측 주장이다. 반면 하와자 아시프 파키스탄 국방장관은 “일정 형태의 합의에 근접했다”고 블룸버그에 말해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모흐센 레자이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 사무총장도 강경 기조를 재확인했다. 그는 지난 11일 미국이 이란 측 조건을 수용하기 전까지 호르무즈 해협을 완전히 개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란 국영매체 IRIB에 따르면 레자이 사무총장은 중국의 콩페이우 주이란대사 면담 직후 “미국이 전쟁을 끝내고 동결된 이란 자산을 해제해야 한다”는 요구를 중재국들을 통해 워싱턴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오만과 별도로 논의 중인 부분적 통항 허용 방안은 해협의 전면 재개방 논의와는 별개라고 선을 그었다.

홍해 바브엘만데브 해협에서도 상황이 악화하고 있다. 예멘 후티 반군이 지난 11일 탄자니아 국적 화물선을 공격해 선원 4명이 숨졌다. 이번 전쟁 발발 이후 후티의 선박 공격으로 인한 첫 사망자로 기록됐다. 다만 파키스탄 외교장관은 같은 날 자국민 3명을 포함해 6명이 사망했다고 밝혀 사상자 집계에 차이를 보였다. 미 해군도 봉쇄를 어기고 이란 항구로 향하던 파나마 국적 화물선에 헬파이어 미사일을 발사해 조타장치를 무력화시켰다.

유가는 혼조세 속 관망하는 분위기다. 브렌트유는 배럴당 88~89달러,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82~83달러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개전 이후 한때 배럴당 126달러까지 치솟았던 것과 비교하면 진정된 수준이나, 국제에너지기구(IEA)는 6월 합의 붕괴 이후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다시 폐쇄된 상태라고 평가했다. 웬디 셔먼 전 미 국무부 부장관은 블룸버그TV에 “우리는 분명 교착 상태에 있다”며 “미국이 이란과 오만에 자발적 통행료를 허용하거나 대규모 제재 완화를 제공하지 않는 한, 해협이 지속적으로 열리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예측 가능한 미래 동안, 어쩌면 영구히 이란이 호르무즈를 통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모흐센 레자이 전 이란 혁명수비대 총사령관이 지난 2021년 5월 15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 내무부에서 대통령 선거 후보 등록을 마친 뒤 취재진과 이야기하고 있다. 레자이는 최근 이란의 최고 국가안보기구 수장으로 임명됐다. (사진=AFP)
모흐센 레자이 전 이란 혁명수비대 총사령관이 지난 2021년 5월 15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 내무부에서 대통령 선거 후보 등록을 마친 뒤 취재진과 이야기하고 있다. 레자이는 최근 이란의 최고 국가안보기구 수장으로 임명됐다. (사진=AFP)


Copyright ⓒ 이데일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실시간 키워드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0000.00.00 00:00 기준

이 시각 주요뉴스

알림 문구가 한줄로 들어가는 영역입니다

신고하기

작성 아이디가 들어갑니다

내용 내용이 최대 두 줄로 노출됩니다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이 이야기를
공유하세요

이 콘텐츠를 공유하세요.

콘텐츠 공유하고 수익 받는 방법이 궁금하다면👋>
주소가 복사되었습니다.
유튜브로 이동하여 공유해 주세요.
유튜브 활용 방법 알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