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드라큘라’가 다시 한번 관객을 핏빛 로맨스의 세계로 이끈다.
브램 스토커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뮤지컬 ‘드라큘라’는 4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단 한 여인을 사랑한 드라큘라 백작의 비극적인 사랑을 그린 작품이다. 공포의 상징으로 익숙한 뱀파이어를 ‘죽음을 초월한 사랑’이라는 시선으로 풀어내며 국내에서 꾸준히 사랑받아온 스테디셀러 뮤지컬이다.
2026년 시즌은 지난 7월 10일 LG아트센터 서울 LG SIGNATURE홀에서 막을 올렸다. 이번 시즌에는 신성록, 김준수, 전동석, 고은성이 드라큘라 역을 맡았으며, 미나 역에는 조정은, 박지연, 김환희가 이름을 올렸다. 반 헬싱은 강태을과 임정모, 조나단은 진태화와 임현준, 루시는 이예은과 이아름솔, 렌필드는 지원선과 조성린이 맡았다.
기자는 지난 8월 9일 오후 1시 LG아트센터 서울에서 신성록, 김환희, 임정모, 임현준, 이아름솔, 조성린이 출연한 공연을 관람했다.
이번 관람이 더욱 특별했던 이유는 2023년에도 같은 작품을 직접 관람했기 때문이다. 당시 샤롯데씨어터에서 김준수, 아이비, 손준호, 진태화, 최서연, 김도하가 출연한 공연을 관람한 뒤 약 3년 만에 다시 ‘드라큘라’를 만났다.
같은 작품이지만 무대가 달라지고 배우가 달라지면서 ‘드라큘라’가 전하는 인상 역시 조금씩 달라졌다.
2026년 공연에서 가장 먼저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단연 신성록의 드라큘라였다.
신성록은 이번 시즌으로 ‘드라큘라’ 세 번째 시즌에 참여하고 있다. 이미 2021년 첫 출연 당시부터 드라큘라 역을 맡아온 그는 이번 무대에서 캐릭터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바탕으로 한층 안정적인 연기를 선보였다. 특히 거대한 체격에서 비롯되는 존재감과 낮고 깊은 음색은 드라큘라가 가진 위압감을 자연스럽게 만들어냈다.
그러나 신성록의 드라큘라는 단순히 위협적인 뱀파이어에 머물지 않는다. 사랑하는 여인을 잃은 뒤 400년의 시간을 견뎌온 인물의 고독과, 미나를 다시 만난 순간 흔들리는 감정까지 섬세하게 표현하며 ‘괴물’과 ‘연인’ 사이를 오간다.
특히 드라큘라의 솔로 넘버에서는 오랜 세월 한 사람을 기다려온 인물의 절절함이 무대 전체를 채웠다. 화려한 뱀파이어의 이미지보다 사랑 때문에 인간성을 잃고, 다시 사랑 때문에 마지막 선택을 해야 하는 비극적인 인물에 초점을 맞춘 연기가 인상적이다.
김환희의 미나 역시 이번 시즌에서 새로운 색깔을 보여줬다. 드라큘라에게 이끌리면서도 자신의 선택을 놓지 않는 미나의 모습을 비교적 당당하게 그려내며 이야기의 중심을 잡았다. 드라큘라와 미나 사이에 흐르는 긴장감은 작품의 핵심인 만큼 두 배우가 만들어내는 관계 역시 극의 몰입도를 높이는 요소로 작용했다.
임정모가 연기한 반 헬싱은 드라큘라와 맞서는 인물의 강한 에너지를 보여줬으며, 임현준의 조나단은 미나를 향한 사랑과 불안 사이에서 흔들리는 인물의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했다. 이아름솔의 루시는 극이 진행될수록 순수함에서 욕망과 파멸로 변화하는 인물의 폭을 보여주며 극적 긴장감을 더했다. 조성린의 렌필드 역시 극의 어두운 분위기와 긴장감을 뒷받침했다.
무대 역시 ‘드라큘라’의 강점이다.
트란실바니아의 거대한 성채를 연상시키는 무대와 회전 구조물, 고딕 양식의 공간을 완성하는 세트와 조명이 장면마다 분위기를 바꾼다. 붉은빛과 푸른빛이 교차하는 조명은 드라큘라의 치명적인 매력과 서늘한 공포를 동시에 강조하며 관객을 작품 속으로 끌어들인다. 이러한 시각적 장치가 배우들의 연기와 어우러지면서 무대 자체가 하나의 캐릭터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2023년 샤롯데씨어터에서 만났던 ‘드라큘라’와 2026년 LG아트센터 서울에서 다시 만난 ‘드라큘라’. 같은 작품을 두 번 관람했지만 기억에 남는 지점은 분명 달랐다.
2023년 공연이 배우들의 개성과 강렬한 넘버를 중심으로 ‘드라큘라’의 매력을 만났다면, 이번 시즌은 오랜 시간 쌓여온 작품의 세계관과 배우들의 해석이 한층 안정적으로 어우러졌다는 인상을 남겼다.
무엇보다 신성록의 드라큘라는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깊어진 모습이었다. 처음 만났던 드라큘라가 치명적인 뱀파이어의 이미지에 가까웠다면, 이번 무대에서의 드라큘라는 사랑을 잃고 400년을 살아온 한 남자의 고독과 집착, 그리고 마지막까지 놓지 못한 사랑에 더욱 가까웠다.
공포의 아이콘이었던 드라큘라를 사랑에 빠진 비극적 연인으로 바라보게 만드는 것. 그것이 2026년에도 관객이 ‘드라큘라’를 다시 찾게 되는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뮤지컬 ‘드라큘라’는 오는 10월 18일까지 LG아트센터 서울 LG SIGNATURE홀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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