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안양] 김진혁 기자= FC안양이 2연패에 빠졌다. 그러나 선수단 사이의 유대감은 여전히 단단하다. 웬만한 신뢰가 아니면 어려울 법한 유병훈 감독의 ‘포지션 파괴’ 기용이 점점 더 과감해지고 있다는 게 그 증거다.
지난 8일 안양종합운동장에서 하나은행 K리그1 2026 22라운드를 치른 안양이 대전하나시티즌에 1-2로 패배했다. 2연패 빠진 안양은 승점 30점을 유지했다. 순위는 6위다. 이날 공식 관중수는 6,039명이었다.
안양이 2연패를 기록했다. 6위 사수도 풍전등화다. 상위권 팀이 승점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공안 안양도 2경기 연속 승점 수확에 실패했다. 중위권의 추격을 직면하면서 어느덧 안양은 9위와 격차도 불과 4점 차로 좁혀졌다. 1경기를 덜 치른 7위 인천유나이티드와도 1점 차다.
어려운 상황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안양 선수단 내부의 신뢰는 여전히 두텁다. 유 감독의 도전적인 선수 기용이 후반기 들어 더욱 과감해지는 걸로 짐작할 수 있다. 이날 유 감독은 주중 팀 K리그 일정을 다녀온 권경원을 벤치 대기시켰다. 이후 전황을 바꾸기 위한 묘수로 후반전 곧장 투입을 결정했는데 이창용, 김영찬과 스리백을 구축할 거라는 예상과 달리 두 센터백 앞쪽에 배치됐다. 수비형 미드필더였다. 경기 막판에는 김영찬과 함께 최전방으로 올라서 스트라이커 역할까지 소화했다.
심지어 변칙 기용 효과는 확실했다. 전반전 안양은 미드필드로 빠져나가는 주민규의 움직임을 잡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홀로 3선 배치된 이진용의 몫이었는데 센터백 위치로 내려가 스리백 형태를 만드는 데 집중하면서 주민규가 방해 없이 공을 잡아 속공을 연결했다. 유 감독은 후반전 권경원의 수비형 미드필더 배치로 대전 공격 패턴을 확실하게 대응했다. 주민규가 움직이는 수비 앞쪽 공간을 미드필더 권경원이 장악하면서 틀어막았다. 여기에 왼발 패스 능력이 좋은 권경원이 허리 중심을 잡으면서 빌드업 안정화에도 기여했다. 덕분에 안양 수비 라인도 점차 전진할 수 있게 됐고 마테우스 투입으로 활력을 찾은 공격에 더욱 힘을 불어넣을 수 있었다.
한 점이 절실했던 경기 막판에는 권경원이 김영찬과 함께 최전방 투톱으로 배치됐다. 전반기 때도 몇 차례 선보였던 변칙 기용이다. 전방으로 선 굵게 투입되는 공을 향해 두 센터백이 공중전을 벌였고 그 과정에서 김영찬이 몇 차례 위협적인 위치에서 파울을 얻어냈다. 키커 마테우스가 아쉽게 결정짓지 못하며 바라던 동점골까지 연결되지 않았지만, 센터백 전진 배치의 효과는 무시할 수 없었다. 비록 경기는 졌지만, 유 감독이 후반전 경기력 반전을 위해 결정한 ‘포지션 파괴’ 기용은 분명 효과가 있었다.
단순히 수비수를 미드필더 혹은 공격수 포지션에 둔다고 얻을 수 있는 효과가 아니다. 통상적으로 포지션 변경은 감독과 선수 간의 깊은 신뢰가 바탕이 돼야 한다. 비교적 개조가 쉬운 어린 유망주급 자원이 아니고서야 특히 축구적 성장이 완료된 베테랑 자원들을 새롭게 손보는 건 더욱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유 감독의 손길은 어린 선수도, 30대 베테랑에게도 손쉽게 뻗쳤다. 지난해 여름 합류 후 줄곧 왼쪽 스토퍼로 기용된 국가대표 출신 권경원도 유 감독의 지도 아래 익숙하지 않은 수비형 미드필더로 45분을 소화했다.
올 시즌 유 감독은 이러한 변칙 기용으로 리그 내 주목을 받고 있다. 전반기 때도 센터백 4인을 최전방 배치한 ‘쿼드러플 타워’ 전술로 전북현대를 괴롭힌 바 있다. 후반기에는 권경원의 수비형 미드필더 배치를 통해 경기력 개선까지 가져오면서 그 과감성을 더하고 있다.
‘포지션 파괴’ 당사자인 권경원은 “신인 때 수비형 미드필더를 해봤었는데 저도 감독님께서 그런 선택을 하셔서 ‘나를 미드필더로도 생각하셨었나?’라고 생각하기도 했다”라며 분명 어색한 포지션임을 인정했다. 그러나 권경원은 본인을 비롯한 선수단의 유 감독에 대한 유대감이 워낙 단단하기에 나올 수 있던 선수 기용이라고 밝혔다.
“신뢰가 너무 두텁다. 감독님이 준비하시는 부분에 대해 ‘왜 이런 걸 시키지’라고 생각하는 선수도 없다. 감독님이 준비하신 전술을 경기장에서 하면 편하게 할 수 있다. 당연히 안 될 때도 있다. 안 되면 또 바로바로 여쭤본다. 그럴 때마다 유연하게 대처해 주신다. 개인적으로도 신뢰를 많이 하고 있다”라며 유 감독에 대한 선수단의 강한 신뢰를 증언했다.
안양은 오는 15일 제주SK 원정을 떠난다. 5위 제주는 8승 7무 7패 승점 31점을 확보 중이다. 불과 1점 차 뒤진 안양은 이날 승리로 연패 탈출은 물론 순위 상승까지 노릴 심산이다. 베테랑 권경원까지 변칙 기용을 한 만큼 선수단과 남다른 유대감을 맺고 있는 유 감독이 남은 후반기 동안 또 어떤 파격적인 선택을 내릴지 기대해 볼 만하다.
사진= 풋볼리스트,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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