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제훈이 연속해서 차기작 악재를 만났다. 함께 호흡을 맞춘 상대 배우들이 잇따라 논란에 휩싸이면서 이제훈이 출연하는 작품마다 방송 일정이 흔들리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이번에는 SBS 드라마 '승산 있습니다'에서 공동 주연을 맡은 배우 하영의 가족사가 발목을 잡았다.
배우 이제훈. / 뉴스1
하영 증조부 친일 행적 논란, 소속사 입장 번복
하영의 소속사 비스터스엔터테인먼트는 11일 공식 입장을 새로 내고 하영의 증조부가 일제강점기 의사 안상호라는 사실을 인정했다. 앞서 하영 측은 증조부 친일 의혹에 대해 "사실무근"이라며 선을 그었다.
소속사는 안상호가 1916년 친일단체 대정친목회 평의원으로 이름을 올린 기록이 확인되었다면서 결국 고개를 숙였다. 조선총독부 기관지였던 매일신보에 안상호가 '일선동화'의 모범사례로 소개된 기록까지 알려진 상황에서 소속사는 다시 입장문을 내고 앞선 해명을 정정했다. 소속사는 "충분한 검증 없이 사실무근이라 성급히 답변해 혼란을 드린 점 사과드린다"고 밝히며 대정친목회 평의원 명단에 실제로 안상호의 이름이 올라있음을 인정했다.
하영은 앞서 예능 방송 프로그램 등에 출연해 집안이 4대째 의료가업을 이어왔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 발언이 알려지면서 증조부 행적에 대한 검증 요구로 이어졌고, 결과적으로 친일 행적 논란까지 번지게 됐다. 소속사는 추가 입장을 예고한 상태이며, 하영 본인도 이번 사안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전했다.
넷플릭스 신작 '이런 엿같은 사랑' 출연한 배우 하영. / 뉴스1
'승산 있습니다', 2027년 상반기 방송 앞두고 부담
'승산 있습니다'는 이제훈이 사무장 권백을, 하영이 신참 변호사 여심희를 맡은 코믹 법조 탐정물이다. SBS는 2027년 상반기 방송을 예고한 상태다. 두 사람은 지난 6월 1일 'SBS 드라마: 넥스트 에피소드' 행사에 나란히 참석해 작품에 대한 기대를 드러냈다. 당시 촬영 중이던 이제훈은 현장에서 캐릭터 간의 호흡이 좋고 에피소드 확장성이 크다며 다음 시즌까지 함께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SBS가 힘을 싣고 이제훈 역시 SBS와의 협업을 이어가는 작품이지만, 주연 배우의 가족사 논란이라는 변수를 만나면서 방송 전부터 부담을 안게 됐다.
이제훈, 상대 배우 리스크 '세 번째'
이제훈이 상대 배우 논란으로 곤혹을 치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21년 방송된 '모범택시'에서는 출연자 이나은이 에이프릴 전 멤버 괴롭힘 가담 의혹에 휩싸이면서 제작사 스튜디오S가 전체 촬영이 약 60퍼센트가량 진행된 시점에서 출연진을 교체했다. 제작사는 이나은 출연분을 모두 재촬영했고, 배우 표예진이 안고은 역에 새로 투입됐다. '모범택시'는 이후 흥행 가도를 이어갔다.
이제훈. / 뉴스1
지난해 8월 촬영을 마친 tvN 드라마 '두번째 시그널'에서는 공동주연 조진웅이 그해 12월 소년범 논란 이후 연예계 은퇴를 선언하면서 편성 자체가 불투명해졌다. 당초 올해 6월 방송이 예정돼 있었지만 현재까지 편성이 확정되지 않았다. 11월경 편성설이 돌기도 했으나 tvN은 "편성은 확정된 바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두 작품 모두 외적 변수, 향후 관전 포인트
결과적으로 이제훈의 차기작 두 편 모두 작품 자체의 완성도와는 무관한 외적 변수에 발목이 잡힌 모습이다. '두번째 시그널'은 조진웅의 은퇴 이후 편성 여부조차 불투명한 상태가 이어지고 있고, '승산 있습니다'는 하영의 가족사 논란이 방송을 앞두고 불거지면서 예정된 일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가 관심사로 떠올랐다.
과거 '모범택시' 사례처럼 출연진 교체와 재촬영을 거쳐 흥행으로 이어진 경우도 있는 만큼, 이번 논란이 실제 편성이나 캐스팅 변경으로까지 이어질지, 아니면 소속사의 추가 해명과 사과로 일단락될지는 하영 측의 다음 대응에 달려 있다. 하영 소속사는 앞으로 추가 입장을 발표하겠다고 예고한 상태이며, SBS 측이 이와 관련해 별도 입장을 내놓을지도 지켜볼 부분이다.
배우 하영. / 뉴스1
조상 친일 논란, 왜 반복되나
연예인, 유명인 등의 조상 친일 논란은 잊힐 만하면 다시 불거지는 연예계의 민감한 화두다. 당사자가 직접 저지른 과오가 아님에도 대중적 반발이 큰 이유는 역사적 비극이 주는 무게와 공인에게 요구되는 도덕적 잣대가 함께 작용하기 때문이다.
이런 사안에서는 '연좌제적 비난'과 '역사적 책임에 대한 평가'를 구분하는 기준이 필요하다.
헌법은 연좌제를 금지한다. 후손이라는 이유만으로 개인의 인격과 활동을 전면 부정하는 것은 현대판 연좌제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조상의 행적을 후손이 선택할 수는 없었던 만큼, 무조건적인 퇴출 요구나 분풀이식 비난은 논의를 생산적으로 이끌지 못한다.
다만 대중이 반발하는 지점은 조상의 과오 자체보다 이를 대하는 당사자의 인식과 대응 방식에 있다. 친일 행적을 부인하거나 미화하는 태도, 조상이 남긴 자산과 기득권의 수혜를 누려왔으면서도 역사적 부채 의식을 전면 부정하는 태도는 반감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전날 하영 소속사의 대응 방식도 이런 맥락에서 비교된다. 처음 사실무근이라 선을 그었다가 관련 기록이 추가로 확인되자 입장을 정정하고 사과한 흐름은, 부인으로 일관하다 뒤늦게 인정하는 사례들과 대조를 이룬다. 역사적 사실을 인정하고 겸허한 자세를 보이는 쪽과, 조상의 죄와 후손 개인의 삶을 냉정히 구분해 바라보는 시선이 함께 맞물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4대째 의사 가문이라고 소개된 하영 집안. / KBS2 '옥탑방 문제아들'
다음은 하영 소속사 공식입장(입장 번복) 전문.
안녕하세요, 비스터스엔터테인먼트입니다.
최근 보도된 배우 하영의 가족사와 관련하여 당사의 입장을 전해드립니다.
먼저, 저희가 앞서 ‘사실무근’이라고 말씀드렸던 부분에 대해 말씀드립니다. 추가 확인 결과, 증조부 안상호 선생이 1916년 대정친목회의 평의원 명단에 이름이 올라있는 기록이 실제로 존재함을 확인했습니다. 충분한 검증 없이 ‘사실무근’이라 성급히 답변하여 혼란을 드린 점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배우 하영은 최근 방송 프로그램 출연 중 질문에 응하는 과정에서, 집안의 4대 의료가업 이력을 언급한 바 있습니다. 이로 인해 의도치 않게 논란이 빚어진데 대해 배우 본인은 마음이 매우 무거운 상황입니다.
당사는 역사적 사실과 한 인물의 이력을 대중에 전하는 일에 얼마나 신중한 검증이 필요한지 이번 일을 통해 깊이 깨달았습니다.
배우 하영 역시 이번 일로 심려를 끼쳐드린 점을 깊이 새기고, 앞으로 더욱 신중하고 겸허한 자세로 임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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