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는비만약 시대 上] 美·EU 이어 韓 상륙 초읽기…급여 처방 쟁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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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는비만약 시대 上] 美·EU 이어 韓 상륙 초읽기…급여 처방 쟁점은

이데일리 2026-08-11 08:12:02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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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승권 기자] 비만치료제 시장의 무게중심이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연합(EU)에서 경구용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GLP-1) 제제가 잇따라 상용화 궤도에 오르면서, 국내 상륙도 초읽기에 들어갔다.

문제는 '언제 들어오느냐'가 아니라 '어떤 가격으로, 누구에게 처방되느냐'다. 미국이 공적보험 시범사업으로 월 50달러 시대를 연 반면, 한국의 비만치료제는 여전히 100% 비급여다. 팜이데일리는 경구용 비만약의 국내 상륙 시나리오와 급여화 전망을 짚어봤다.

경구용 비만치료제 이미지 (사진=미국 바이오파마 산업 분석 사이트)
경구용 비만치료제 이미지 (사진=미국 바이오파마 산업 분석 사이트)






◇美, 월 50달러 시대…"공적보험 편입이 판을 키웠다"



2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노보 노디스크의 경구용 세마글루타이드 '위고비필'은 지난 15일(현지시간) 유럽집행위원회(EC)로부터 EU 최초의 경구용 GLP-1 비만치료제로 허가를 받았다. 미국·영국·아랍에미리트(UAE)·바레인에 이은 다섯 번째 승인이다. 허가 근거가 된 OASIS 4 임상에서 평균 체중 감량률은 약 17%, 투여군의 3분의 1가량이 20% 이상 감량했다.

미국 시장 반응은 폭발적이다. 올해 1월 5일 출시된 위고비필은 5개월여 만에 누적 처방 300만건을 돌파했다. 대체 수요가 아니라 시장 자체가 커졌다는 의미다. 반면 지난 4월 1일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고 출시된 일라이 릴리의 '파운다요(오르포글리프론)'는 초반 기세가 다소 밀리는 상황이다.

국내 구도는 정반대일 가능성이 크다. 한국릴리는 파운다요의 국내 제품명을 확정하고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 절차를 준비 중이며, 이르면 내년 출시가 거론된다. 노보 노디스크는 위고비필의 국내 도입 시점을 확정하지 않았다. 효과는 위고비필(평균 14~17%)이, 복용 편의성은 비펩타이드 저분자 구조로 식사·시간 제약이 없는 파운다요가 앞선다는 평가다.

경구제 확산의 진짜 동력은 제형이 아니라 지불 구조다. 미국 보건복지부 산하 CMS는 7월 1일부터 메디케어 파트D 가입자를 대상으로 위고비 주사·정제, 젭바운드, 파운다요 등을 용량과 무관하게 월 50달러에 공급하는 '메디케어 GLP-1 브리지'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정부는 18개월간 비용효과 데이터를 축적한 뒤 정식 제도화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가격 자체도 정부가 끌어내렸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해 노보·릴리와의 최혜국(MFN) 약가 합의를 통해 주사제 메디케어 공급가를 월 245달러로 낮추고, 경구제 출시 시 시작 용량을 월 149달러에 공급하도록 선제 합의했다. 실제 위고비필 미국 자가부담 가격은 용량별 149~299달러, 파운다요는 149~349달러로 책정됐다.

유럽·일본 등에서도 급여화는 이어지고 있다. 프랑스는 지난달 15일부터 EU 국가 중 처음으로 중증 비만 환자(BMI 40 이상, 또는 BMI 35 이상+동반질환)에게 위고비·마운자로를 보험 적용률 65%로 급여화했다. 일본은 세마글루타이드를 급여 목록에 넣되 BMI 35 이상 또는 BMI 27 이상+동반질환 2개 이상으로 지정했다. 다만 가격은 25% 가량 낮추기로 했다.

김민정 DS투자증권 연구원은 "단순 가격 인하를 넘어 처방 패턴을 바꾼다"고 분석했다. 제조사가 순가격 월 245달러에 공급하고 환자는 50달러, 정부가 195달러를 부담하는 방식으로, 메디케어 가입자 3000만명 중 300만명 이상이 대상이 되며 연간 88억달러(약 12조원)의 시장 확대 효과가 기대된다는 것이다.

신약개발 관련 이미지 (사진=GPT)
신약개발 관련 이미지 (사진=GPT)






◇韓은 여전히 100% 비급여…'별표2'라는 벽



한국은 다르다. 비만 진료는 '국민건강보험 요양급여의 기준에 관한 규칙' 별표2 비급여대상 1호 사목에 따라 원칙적 비급여다. 비만 관련 합병증 진료, 비만대사수술, 위내 풍선 삽입술만 예외적으로 급여가 인정된다. 즉 경구용 비만약이 허가를 받더라도 '비만 적응증'으로 곧장 급여권에 들어가기 어려운 구조다.

현실적으로 뚫린 통로는 '당뇨 적응증'이다. 세마글루타이드 성분 당뇨약 오젬픽은 지난해 10월 약제급여평가위원회에서 급여 적정성을 인정받아 올해 2월 1일부터 GLP-1 수용체 작용제 급여기준 개별 고시가 시행됐다.

반면 마운자로는 문턱에서 미끄러졌다. 지난해 12월 약평위에서 제2형 당뇨병 적응증 급여 적정성을 인정받았지만, 5월 12일 국민건강보험공단과의 약가 협상이 최종 결렬됐다. 쟁점은 7월 도입된 약가유연계약제(이중약가제) 적용 시 실제 계약가 수준이었다. 비만 적응증으로 월 30만원 안팎에 비급여 처방되는 동일 브랜드의 시장가격이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이 걸림돌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한국릴리는 지난달 급여를 재신청했고, 협상이 순조로우면 내년 상반기 등재가 가능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사례가 경구제에도 그대로 적용될 것으로 보고 있다. 파운다요 역시 당뇨·비만 적응증을 한 브랜드로 묶어 허가받을 가능성이 큰 만큼, 급여 진입 시 '급여 당뇨가격'과 '비급여 비만가격'의 충돌이라는 동일한 난제를 안게 될 것으로 관측된다.

일각에선 정부 기류는 조금씩 바뀌고 있기 때문에 빠른 급여화 가능성도 있다는 관점도 있다. 복지부는 7월 16일 하반기 업무보고에서 탈모와 함께 고도비만 치료제의 급여 적용 검토를 공식화했다.

실제 정은경 복지부 장관은 "고도비만, 탈모 같은 경우 급여화 요구가 있기 때문에 종합적으로 판단해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계획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복지부 보험약제과는 "현재까지 비만치료제에 대해 제약사가 급여 등재를 신청한 사례는 없다"며 신청 시 임상적 유효성·비용효과성·재정영향·오남용 가능성을 종합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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