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한스경제 김창수 기자 | 에쓰오일이 대규모 재고이익 없이도 2분기 1조원에 가까운 영업이익을 냈다. 정제마진 강세에 윤활기유가 역대 최대 이익을 기록, 실적에 기여했다. 하반기에도 정유·윤활 업황은 양호할 것으로 예상되나 석유화학 적자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샤힌 프로젝트’ 수익성 확보가 차기 과제로 떠올랐다.
▲ 에쓰오일, 2Q 영업익 9650억…윤활기유 수익성 상향 두드러져
에쓰오일에 따르면 회사는 올해 2분기 연결 기준 매출 11조3435억원, 영업이익 9650억원, 순이익 5146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0.9%, 전분기보다 26.8% 증가했다. 영업손익은 전년 동기 3440억원 적자에서 흑자로 돌아섰다. 다만 영업이익은 1분기(1조2311억원)보다 21.6% 줄었다.
외형 성장과 전분기 대비 영업이익 감소는 재고효과 급감에 따른 현상이다. 2분기 재고 관련 이익은 1137억원으로 1분기(6434억원)보다 5297억원 줄었다. 그럼에도 같은 기간 전사 영업이익 감소폭은 2661억원에 그쳤다.
정제마진 상승과 윤활기유 수익성 개선이 재고이익 감소 상당분을 상쇄한 셈이다. 2분기 환율 관련 이익도 1168억원 가량 반영됐다.
정유 부문은 매출 9조293억원, 영업이익 5324억원을 거뒀다. 영업이익은 1분기(1조390억원) 대비 절반 가까이 줄었지만 전분기 실적에 포함됐던 대규모 재고이익 및 정기보수 영향을 감안하면 선방이란 평가다.
중동과 러시아 정제설비 차질로 공급이 빠듯해진 가운데 경·등유를 중심으로 정제마진이 강세를 유지했다. 정기보수로 인해 울산 정유공장 원유정제설비(CDU) 가동률이 1분기 85%에서 76%로 낮아진 점도 영업이익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
2분기 회사 실적을 떠받친 ‘일등공신’은 윤활 부문이다. 윤활 부문은 매출 1조3017억원, 영업이익 4774억원으로 분기 최대 실적을 냈다. 영업이익이 전분기 대비 187% 늘며 전사 영업이익의 49.5%를 도맡았다. 영업이익률도 36.7%에 달했다. 이는 중동 생산설비 차질과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따른 물류 제약으로 고급 윤활기유 그룹Ⅲ 공급이 부족해지며 제품가와 스프레드가 대폭 오른 결과다.
중동은 세계 그룹Ⅲ 윤활기유 생산 중 약 30%를 차지한다. 에쓰오일은 전체 윤활기유 생산능력에서 그룹Ⅲ 비중이 40%를 웃돌아 상대적으로 가격 상승 효과를 크게 누렸다. 일부 정유사들이 윤활기유 대신 수익성이 높아진 디젤 생산을 늘린 것도 공급 병목을 가져왔다.
반면 석유화학 사업은 부진했다. 석유화학 부문은 매출 1조125억원, 영업손실 448억원을 기록, 전분기 대비 적자전환했다. 파라자일렌(PX) 스프레드 부진과 정기보수에 따른 판매량 감소, 납사 가격 하락에 따른 재고손실 등이 겹쳤다.
하반기 정유 업황은 당분간 긍정적 분위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정제설비 피해와 제품 수출 제한이 이어지는 데다 유럽 폭염에 따른 발전용 디젤 수요, 동절기 재고 확보 수요가 맞물리고 있다.
미국 정제설비 가동률이 높은 데도 휘발유 재고가 낮은 수준에 머무는 점도 마진 확대에 유리한 요소다. 다만 중동 긴장이 완화돼 정유제품 공급이 정상화되면 최근 고마진 기조는 꺾일 수 있다.
▲ 중동 원유 조달·샤힌 프로젝트 본가동, 향방 가를 최대 변수로
원유 조달 비용도 변수다.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사인 아람코 공식판매가격(OSP)은 5월 역대 최고 수준까지 오른 뒤 6월부터 하락했다. 8월 선적분 역시 역대 최대 폭으로 줄었다. OSP 하락은 에쓰오일 원유 도입비 절감에 도움이 될 전망이다.
다만 홍해 항로가 다시 막히면 수에즈 운하 우회로 운송기간이 늘고 운임과 운전자본 부담도 커질 수 있다. 에쓰오일은 얀부항 대체 선적과 비중동산 원유 도입, 정부 비축유 및 긴급 현물 원유 활용 등을 대응책으로 마련했다.
공사비 9조2000억원을 투입한 샤힌 프로젝트는 내년 본격 가동을 앞두고 에쓰오일 경영 최대 화두로 떠올랐다. 해당 프로젝트는 현재 설비 성능을 검증하며 시운전을 병행 중이다. 회사는 올해 설비투자를 기존 계획안인 2조1000억원 수준에서 집행하고 내년부터 유지보수 등 경상투자 중심으로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샤힌’은 원료 83%를 기존 정유설비에서 조달하고 신기술(TC2C)을 활용, 화학제품 수율을 70%까지 높인다. 이로써 기존 공정 대비 설비·운영비를 30~40% 줄일 수 있다는 게 에쓰오일 측 설명이다.
그러나 실제 사업 수익성 시현 여부에는 의문부호가 따라붙는다. 아시아 에틸렌 공급과잉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대규모 신규 물량을 안정적으로 판매하고 현금흐름을 창출해야 투자 효과를 입증할 수 있을 것이란 평가다.
업계 한 관계자는 “에쓰오일은 2분기 실적으로 향상된 정유·윤활부문 체력을 입증했다”며 “샤힌 프로젝트로 석유화학 적자를 메울 수 있느냐가 이후 실적 지속성을 가를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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