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컬처 이상완 기자] 현재 국가무형유산 전승 생태계는 극단적인 피라미드 형태다. 가장 넓은 바닥 층을 구성하는 이수자는 방대하지만 최상위 정점인 보유자는 극소수로 고령화 현상이 극심하다. 올해 6월 말 기준 국가유산청 현황에 따르면 국가무형유산 보유자는 175명, 전승교육사는 239명이다. 국가승인통계(2025년 기준)에 따른 이수자는 7천877명이다.
기준 시점이 서로 달라 직접 합산은 어렵지만 동일 시점인 국가통계포털(KOSIS) 승인 통계를 세부적으로 쪼개어 보면 인력 구조의 맹점이 보인다. 전체 8천286명의 전승자 중 보유자는 176명(2.1%), 전승교육사는 233명(2.8%)에 불과하다. 반면 이수자는 7천877명이며 전체의 95.1% 비중을 차지한다. 신규 이수자는 지난해에만 342명이 배출돼 바닥 층을 지탱하고 있으나 상위 계층 진입 통로는 극도로 좁다.
◇고령화에 빠진 최상위… 명맥 잃어가는 지역 무형유산
최상위 전승 계층인 보유자 집단은 심각한 고령화 단계다. 국가유산청 연구 자료와 국회 제출 통계를 대조하면 국가무형유산 보유자의 평균 연령은 75.8세에 달한다. 70세 이상 고령층이 전체 보유자의 73.4% 비중을 차지해 10명 중 7명 이상이 고령층에 속한다. 이수자 7천877명 대비 전승교육사 233명이라는 급감 현상 이면에는 엄격한 정원 통제와 승급 지연 문제가 존재한다. 전승교육사 정원이 한정된 탓에 대다수 이수자는 수십 년간 대기 상태를 감내해야 한다. 세대교체 주기가 길어지면서 청년층 전수자들은 기약 없는 승급을 기다리다 결국 전승 활동을 포기하는 구조적 한계에 직면한다.
이러한 상위 계층의 고령화와 승급 적체는 지역 환경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힌다. 전국 163개(지정 당시 기준) 국가무형유산 중 보유자가 전무한 종목이 나주의 샛골나이, 백동연죽장, 문배주, 바디장, 배첩장, 누비장 등 6개에 달한다. 보유자가 단 1명뿐인 종목도 34개다. 국립무형유산원 전승지원통합플랫폼에 등록된 72개 전승단체 소재지를 집계한 통계를 살피면 서울에 19개 단체가 편중됐다. 청년층이 빠져나간 지방 무형유산은 고령의 보유자만 남겨진 채 다음 세대에 대를 잇지 못하고 소멸 위기에 처해 있다.
◇95% 이수자 소외된 공공 예산… 지원 패러다임 재설계 시급
경제적 보상 체계의 불균형은 하위 전승자 이탈을 부추기는 주된 요인이다. 국가유산청의 올해 총지출 예산 1조4천971억 원 중 무형유산 분야 예산은 906억 원이며 무형유산전승 세부 프로그램에 594억4천100만 원이 편성되어 있다. 공공 재원은 철저히 최상위 계층에 집중된다. 올해 기준 월 지급 단가는 보유자 200만 원, 전승교육사 90만 원이다. 반면 피라미드의 95% 비중을 구성하는 7천877명의 이수자에게 주어지는 정기적인 월정 지원금은 전혀 없다. 이들은 불안정한 공연 수당이나 외부 강습료, 생계형 아르바이트에 의존하며 예술 활동을 힘겹게 이어간다. 수백억 원 규모의 공공 예산이 미래 인간문화재를 육성하는 바닥 층에 닿지 못하는 구조적 모순을 노출하고 있다.
보유자 중심의 지원금 지급 방식에서 탈피해 전승 생태계 전반의 생존력을 높이는 방향 전환이 절실한 시점이다. 공적 예산 배분 체계를 재설계해 사각지대에 남겨진 우수 이수자들에게 정기적인 활동 수당을 신설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 아울러 공공 재원 의존 구조 개선을 목표로 민간 시장 내 전통예술 수요를 창출하고 경제적 자생력을 확보하는 중장기 대책이 절실하다. 무형유산 종목 수나 이수자 규모 유지에 급급할 단계를 지났다. 얇아진 허리 계층의 생계를 보장하고 실질적인 인력 육성을 담보할 정책 대안 실행을 시급한 과제다.
뉴스컬처 이상완 prizewan2@nc.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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