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로드] 코스닥이 금융당국의 단일종목 레버리지 보완대책 시행을 기점으로 가파른 회복세를 이어가며 코스피와 뚜렷한 차별화를 보이고 있다. 규제 이전 삼성전자·SK하이닉스 레버리지 상품으로 빨려 들어가던 시중 자금이 빠르게 위축되면서, 되레 코스닥으로 수급이 돌아오는 ‘역전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10일 한국거래소와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코스닥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55.66포인트(6.97%) 급등한 854.47에 마감했다. 807.66(1.11% 상승)으로 출발한 뒤 장 초반부터 상승 폭을 키워 장중 한때 855.38까지 치솟으며 7.08%까지 오르기도 했다.
이날 랠리는 외국인과 기관의 동반 ‘사자’에 힘입었다. 코스닥 시장에서 외국인은 1천54억원, 기관은 5천661억원을 순매수했다. 개인은 6천727억원을 순매도하며 차익 실현에 나섰다.
업종별로는 바이오를 필두로 소재·부품·장비(소부장), 2차전지 등 대형주 중심의 강세가 두드러졌다. 코스닥 시가총액 1위 알테오젠은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이 지분 5%를 보유 중이라는 공시가 나오며 14% 넘게 급등했다. 전날 뉴욕증시에서 스페이스X가 보호예수 물량 해제에도 15.83% 뛰어오른 영향으로 국내 관련주 스피어도 8.89% 상승하는 등 우주·항공 관련 종목에도 매수세가 유입됐다.
지수 급등으로 오전 9시 50분께 코스닥 시장에는 매수 사이드카가 발동돼 프로그램 매수호가 효력이 5분간 정지됐다. 이달 들어서만 세 번째 사이드카로, 8월 6거래일 중 절반인 3거래일에서 지수가 급등해 사이드카가 걸린 셈이다. 지난달 31일 코스피·코스닥이 동반 급반등한 이후 7거래일 사이 네 차례 매수 사이드카가 울렸다.
이 기간 코스닥 상승률은 32.5%에 달한다. 보완대책 시행 첫날인 지난달 31일 11.63% 폭등한 데 이어 이달 3일 2.44%, 4일 5.88%, 5일 2.42%, 6일 0.26%로 닷새 연속 올랐다. 7일 0.36% 하락하며 숨 고르기에 들어갔지만 이날 다시 7% 가까이 뛰며 상승 탄력을 이어갔다.
눈에 띄는 변화는 수급 구조다. 규제 전날 12조4천485억원에 달했던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거래대금은 지난 7일 8천452억원 수준까지 급감했다. ‘삼전·닉스’ 레버리지 상품이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던 자금이 줄어들면서 코스닥으로 유입되는 흐름이 뚜렷해졌다.
코스닥 거래대금은 지난달 30일 4조4천929억원에서 보완대책 시행 첫날인 31일 5조4천357억원으로 증가한 뒤, 이달 5일 6조3천827억원, 10일 7조673억원으로 늘며 7조원선을 넘어섰다. 올해 초 10조원대, 5월 중순까지 20조원을 넘나들던 코스닥 거래대금은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이 처음 상장된 지난 5월 27일 이후 뚜렷한 하락세를 보였고, 지난달 27일에는 4조4천616억원으로 연중 최저치를 기록했지만 규제 시행을 기점으로 다시 상승 추세로 돌아섰다.
반면 코스피 거래대금은 상반된 흐름이다. 지난달 30일 38조3천209억원에서 규제 시행 당일 49조5천677억원까지 늘었다가 이후 빠르게 줄어 10일에는 18조8천402억원에 그쳤다. 이에 따라 코스피·코스닥 합산 거래대금에서 코스닥이 차지하는 비중은 이날 27.28%까지 올라섰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 직전인 5월 26일(28.48%)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약 두 달 반 만에 사실상 상장 이전 수준을 회복한 것이다.
레버리지 상장 이후 20% 초반 또는 그 아래에 머물던 코스닥 거래대금 비중은 지난달 31일 9.88%까지 떨어졌으나, 이달 들어 두 자릿수를 회복한 뒤 빠르게 상승하며 30%에 근접한 수준으로 올라섰다.
거래대금뿐 아니라 시가총액 측면에서도 코스닥의 존재감은 되살아나는 분위기다. 이날 코스피와 코스닥 시가총액은 각각 5천194조2천820억원, 469조4천380억원으로 집계됐다. 두 시장 합산 시가총액에서 코스닥 비중은 8.29%로, 약 두 달 만에 8%대를 되찾았다.
올해 초 코스닥 시총 비중은 12.67%에 달했지만, 코스피 대형주 중심 랠리가 이어지며 코스닥 비중은 빠르게 축소됐다. 지난 5월 6일 9.98%로 한 자릿수로 내려온 뒤 6월 25일에는 6.39%까지 떨어져 1999년 5월 12일(6.35%) 이후 약 27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이후 지난달까지 6∼7%대를 오가던 코스닥 시총 비중은 이달 들어 상승세로 돌아서 8.29%까지 올라섰다. 8%대를 회복한 것은 지난 6월 11일 이후 처음이다.
다만 단일종목 레버리지 규제 강화 이후 7월 31일부터 이달 7일까지 상장지수펀드(ETF) 상승률 상위 5개가 모두 코스닥 레버리지 상품으로 채워지는 등 또 다른 ‘풍선효과’ 가능성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특정 상품·섹터로 쏠림이 반복될 경우 변동성이 다시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시장에서는 수급 개선에 더해 정책 모멘텀에도 주목하고 있다. 하반기부터 코스닥 승강제 도입이 구체화되고, 부실기업 퇴출이 본격화될 예정이어서다. 한국거래소는 지난달 1일부터 주가가 30거래일 연속 1천원 미만인 종목을 오는 13일부터 관리종목으로 지정하는 등 ‘동전주’에 대한 상장폐지 요건을 강화했다. 체질 개선과 투자자 신뢰 회복이 중장기적으로 코스닥 시장 재평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신한투자증권 강진혁 연구원은 “코스닥의 상승세는 ‘파죽지세’”라며 “대형주 강세가 이어지며 코스피를 아웃퍼폼하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코스피의 상승 탄력이 주춤한 사이 코스닥이 국내 증시 시가총액의 10분의 1 수준을 다시 회복할 수 있을지 투자자들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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