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프 랭글러 패덤블루 에디션. 스텔란티스코리아 제공
이러한 흐름 속에서 오히려 강한 개성을 앞세운 자동차가 주목받고 있다. 모두에게 편리한 차보다 누군가에게는 특별하고, 특정한 라이프스타일과 취향을 선명하게 대변하는 차에 소비자들이 눈길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지프는 이러한 변화의 흐름을 가장 뚜렷하게 보여주는 브랜드 가운데 하나다.
지프 강점은 수십 년 동안 이어온 독보적인 디자인과 오프로드 헤리티지, 그리고 차를 자신의 취향에 맞춰 완성할 수 있는 폭넓은 선택지가 결합돼 있다는 점이 핵심이다. 특히 랭글러는 지프가 가진 개성이라는 브랜드 가치를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모델이다.
● 지프는 다르다
최근 자동차 디자인은 공기저항을 줄이고 효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전기차를 비롯한 신차 상당수가 매끄럽고 유려한 실루엣을 채택하면서 브랜드와 차종 간 디자인 경계도 점차 흐려지는 모습이다.
반면 지프는 오랜 시간 자신만의 디자인 언어를 지켜왔다. 원형 헤드램프와 세븐 슬롯 그릴, 각진 차체, 돌출된 펜더 등은 멀리서도 지프임을 알아볼 수 있게 하는 대표적인 요소다. 특히 랭글러는 이러한 디자인을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브랜드의 역사와 정체성을 보여주는 상징으로 발전시켜왔다.
효율성을 위해 디자인을 바꾸는 게 당연해진 시대에 지프가 고유한 형태를 고집하는 것은 역설적으로 강력한 경쟁력이 된다. 비슷한 차들 사이에서 쉽게 묻히지 않고, 보는 순간 브랜드와 모델을 인식하게 만드는 아이코닉함이 있기 때문이다. 이는 자신의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을 보여주는 수단으로 생각하는 소비자에게 더욱 강하게 작용한다.
지프 랭글러 41 에디션.
● 랭글러, 무채색 공식 깨다
개성을 표현하는 가장 직관적인 방법은 색 표현이다. 지프는 최근 랭글러를 통해 자동차 시장의 전통적인 무채색 중심 소비 패턴에도 변화를 이끌고 있다. 지프는 2024년 투스카데로 에디션과 스노우 에디션을 시작으로 랭글러 컬러 마케팅을 본격화했다. 이후 2025년에는 군용차 헤리티지를 강조한 41 에디션을 비롯해 모히토, 주스, 패덤 블루 등 개성이 강한 색상을 잇달아 선보였다.
특히 한정판 컬러 에디션이 잇달아 완판되면서 소비자가 자동차의 성능과 가격뿐 아니라 개성을 중요하게 고려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 실제 전체 판매량 가운데 컬러 에디션을 포함한 랭글러의 유채색 판매 비중은 2022~2023년 19.7%에서 2024~2025년 42.5%로 크게 증가했다. 랭글러 구매자 10명 가운데 4명 이상이 흰색이나 검은색 같은 무채색이 아닌 색상을 선택한 셈이다.
판매 속도에서도 변화가 나타났다. 2022~2023년에는 무채색 차량이 유채색 차량보다 평균 4일 빠르게 판매됐지만, 2024~2025년에는 오히려 유채색 차량이 무채색보다 평균 15일 먼저 판매되는 흐름으로 바뀌었다. 핫핑크 계열의 투스카데로 에디션은 강렬한 색상 때문에 출시 전부터 호불호가 예상됐지만, 한 달여 만에 완판되며 지프 컬러 전략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가 됐다. 자동차 색상이 브랜드와 소비자의 개성을 연결하는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 트림-루프까지 달라지는 ‘나만의 랭글러’
지프 개성은 보디 컬러에만 머물지 않는다. 랭글러는 차량을 선택하는 단계부터 소비자가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할 수 있도록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한다. 콤팩트한 차체와 짧은 휠베이스를 앞세운 2도어 모델은 랭글러 본연의 경쾌한 오프로더 감성을 강조한다. 반면 4도어 모델은 보다 넉넉한 공간과 편의성을 바탕으로 일상적인 활용성을 높였다.
트림에 따라 차량의 성격도 명확하게 달라진다. 스포츠는 랭글러 본연의 기능과 실용성에 집중한다. 사하라는 도심 주행과 일상생활에서 요구되는 편의성과 세련된 감각을 강화한다. 루비콘은 보다 강력한 오프로드 장비를 바탕으로 험로 주행이라는 랭글러의 본질을 가장 강하게 드러낸다. 즉, 소비자는 같은 랭글러를 선택하더라도 어떤 트림을 고르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자동차를 경험할 수 있다. 소비자 생활 방식 자체를 자동차에 반영할 수 있도록 하는 지프만의 차별화된 접근이다.
랭글러가 다른 SUV와 더욱 뚜렷하게 구별되는 부분은 개방감이다. 일반적인 SUV에서 선루프는 차량에 추가되는 하나의 편의사양에 가깝지만, 랭글러의 루프 시스템은 차량의 성격을 바꾼다.
3-피스 하드탑은 견고함과 정숙성을 제공하면서도 필요에 따라 지붕을 분리할 수 있다. 스카이 원터치 파워탑은 버튼 조작만으로 지붕을 열어 개방감을 즐길 수 있도록 한다. 선라이더 플립탑은 앞좌석 상단을 간편하게 개방해 오픈 에어링의 즐거움도 선사한다. 여기에 도어까지 분리할 수 있는 랭글러 구조는 일반적인 SUV에서는 경험하기 어려운 특별한 감성을 만들어낸다. 필요에 따라 형태를 바꾸고 자연과 직접 교감하는 경험으로 확장 가능하다.
● 모파가 완성하는 ‘나만의 지프’
지프 개성은 차량 출고 이후에도 이어진다. 모파 순정 부품은 소비자가 자신의 차량을 직접 꾸미고 용도에 맞게 변화시킬 수 있는 또 하나의 수단이다. 외관을 강조하는 드레스업 액세서리부터 캠핑과 여행, 오프로드 주행에 필요한 다양한 장비까지 선택할 수 있어 소비자는 자신의 사용 목적에 맞는 랭글러를 만들어 낸다.
도심은 물론, 캠핑을 즐기는 소비자는 아웃도어 장비를 더할 수 있다. 험로 주행을 즐기는 소비자는 오프로딩에 필요한 장비를 추가해 차량의 성격을 더욱 선명하게 표현한다. 같은 랭글러라도 다양한 액세서리 조합에 따라 전혀 다른 모습이 만들어진다. 이는 지프가 자동차를 완성된 상품으로만 바라보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소비자가 자신의 취향에 따라 자동차를 완성해가는 과정까지 제품 경험의 일부로 바라보는 것이다.
지프 랭글러 제품군.
지프의 목적은 분명하다. 견고한 차체와 사륜구동 시스템을 바탕으로 어떤 길에서도 달릴 수 있는 정통 오프로더다. 하지만 지프 경쟁력을 단순히 오프로드 성능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지프가 오랜 시간 구축해온 가장 강력한 자산은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개성이다. 효율성과 실용성이 자동차 시장의 중요한 가치로 자리 잡은 상황에서 지프는 오히려 자신만의 불편함과 독특함을 강점으로 바꾸고 있다. 역설적으로 나와 닮은 차를 찾는 소비자 욕구는 더욱 커지고 있다. 정진수 기자 brjean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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