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츠 효과' 믿고 샀다간 낭패…20년간 반복된 '방한 테마주' 명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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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츠 효과' 믿고 샀다간 낭패…20년간 반복된 '방한 테마주' 명암

르데스크 2026-08-10 15:45:08 신고

오는 14일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공동창업자이자 현 게이츠재단 이사장의 방한을 앞두고 시장에서는 이른바 '빌 게이츠 효과'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지만 정작 과거 사례를 보면 관련 종목의 상승세는 대부분 단기에 그쳤던 것으로 나타났다. 2000년대 이후 게이츠 이사장이 한국을 찾아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기아, SK그룹 등 국내 주요 기업과 협력 방안을 발표할 때마다 관련 종목이 일시적으로 상승했지만 상당수는 이후 상승분을 반납하거나 하락세로 돌아섰다. 

 

10일 재계에 따르면 빌 게이츠 이사장은 오는 14일 방한해 한성숙 국무총리와 면담할 예정이다. 지난해 방한 당시 인공지능(AI)과 차세대 원전 협력 등을 논의한 데 이어 이번 일정에서도 첨단산업 분야의 구체적인 협력 방안이 주요 의제로 다뤄질 전망이다. 특히 방한 기간 국내 주요 기업 관계자들과 만나 소형모듈원전(SMR) 관련 협력 논의를 이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게이츠 이사장은 차세대 원전 기업인 테라파워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다. 테라파워는 용융염 기반 에너지저장시스템을 결합해 출력 조절이 가능한 차세대 SMR '나트륨' 원자로를 개발하고 있다.

 

국내 증시에서는 벌써부터 이번 방한을 둘러싼 기대감이 감지되고 있다. 일례로 국내 대표 원전주로 꼽히는 두산에너빌리티는 10일 오후 2시 33분 기준 전일 대비 2.59% 오른 7만9100원에 거래되고 있으며 장중 한때 8만원을 돌파했다. 이달 들어서만 주가가 약 25% 오르는 등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시장에서는 빌 게이츠의 방한과 국내 기업 간 추가 협력이 관련주의 새로운 상승 재료로 작용할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지는 모습이다.

 

▲오는 14일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공동창업자이자 게이츠재단 이사장의 방한을 앞두고 시장에선 이른바 '빌 게이츠 효과'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지만, 과거 사례를 살펴보면 관련 종목의 상승세는 대부분 단기간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지난해 8월 방한 당시 국회에서 인사말을 하는 빌 게이츠 게이츠재단 이사장. [사진=연합뉴스]

 

그러나 과거 사례를 살펴보면 게이츠 이사장의 방한과 기업 간 협력 발표가 중장기적인 주가 상승으로 이어진 경우는 제한적이었다. 방한 직후 기대감에 힘입어 주가가 일시적으로 상승하더라도 불과 며칠 혹은 수개월 내에 상승분을 반납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대표적인 사례는 2000년 당시 삼성전자다. 게이츠 이사장은 지난 2000년 6월 13일 한국을 찾아 삼성전자와 MS 소프트웨어를 기반으로 한 차세대 휴대전화의 설계·개발·마케팅에 협력하기로 했다. 삼성전자 주가는 방한 당일 7060원에서 다음 날 7640원으로 8.2% 올랐지만 이러한 상승세는 단 하루 만에 꺾였다. 이후 15일 7000원으로 내려앉은 데 이어 19일에는 6700원까지 떨어졌고, 7월 28일 5730원, 8월 18일 3970원으로 하락했다. 같은 해 10월 18일에는 2730원까지 밀리며 방한 당일과 비교해 약 4개월 만에 61% 넘게 떨어졌다.

 

당시 삼성전자의 가파른 주가 하락은 빌 게이츠 이사장의 방한 효과가 소멸한 것 외에도 글로벌 정보기술(IT) 업황 악화와 증시 전반의 부진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였다. 2000년 상반기까지 닷컴버블 리스크과 커지면서 기술주 전반의 투자 심리가 얼어붙었고 메모리 반도체 업황에 대한 우려까지 겹치면서 삼성전자 역시 하락 압력을 피하지 못했다.

 

지난 2008년 방한 때도 유사한 주가 흐름이 나타났다. 게이츠 이사장은 2008년 5월 6일 방한해 마이크로소프트(MS)가 향후 5년간 국내 자동차 IT, 게임 기술, 교육 정보화 분야 등에 총 1억4700만 달러를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특히 현대자동차·기아와 '차량 IT 혁신센터' 설립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며 자동차와 IT 산업 간 융합에 대한 시장의 기대를 높였다. 

 

당시 현대차 주가는 방한 당일 8만6100원에서 같은 달 15일 8만9600원으로 4.1% 올랐으나 상승세는 오래가지 않았다. 5월 28일 8만 1800원으로 방한 당일 가격을 밑돌기 시작했고, 6월 12일 7만 8,500원, 7월 15일 6만 7,400원까지 하락했다. 기아 역시 5월 6일 1만3100원에서 같은 달 15일 1만4150원으로 약 8% 상승했으나 두 달 뒤인 7월 15일에는 1만400원으로 떨어지며 이후에는 1만원을 밑돌았다.

 

▲ 국내 증시에선 빌 게이츠 방한 직후 기대감에 힘입어 관련 종목의 주가가 일시적으로 상승하더라도 며칠 또는 수개월 내 상승분을 반납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사진은 지난 2022년 8월 이재용 당시 삼성전자 부회장 (왼쪽)과 악수하는 빌 게이츠 게이츠재단 이사장. [사진=연합뉴스]

 

지난 2013년 방한 당시에도 삼성전자 주가에서는 어김없이 '반짝 상승 후 하락' 흐름이 재현됐다. 마이크로소프트(MS)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자선사업가로 활동 영역을 넓힌 게이츠 이사장은 2013년 4월 20일부터 22일까지 한국을 방문해 삼성전자 서초사옥 방문 등의 일정을 소화했다. 그는 당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을 만나 컴퓨터 산업의 미래와 양사 간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방한 직전 2만원대 중반이었던 삼성전자 주가는 회동 이후 상승세를 타며 5월 3일 3만700원까지 올랐다. 그러나 약 한 달 뒤인 6월 13일에는 2만7140원을 기록하며 방한 직전 가격을 밑돌았고 8월 8일에는 2만4340원까지 하락했다. 빌 게이츠 이사장과의 회동이 단기적인 투자 심리를 자극하는 데는 성공했으나 중장기적인 상승 동력으로 이어지지는 못한 셈이다.

 

게이츠 이사장이 9년 만에 다시 한국을 찾은 지난 2022년에는 관련주들이 방한 당시부터 부진한 흐름을 보이기도 했다. 게이츠 이사장은 2022년 8월 22일 최태원 SK그룹 회장,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 등과 회동하고 글로벌 공중보건 증진을 위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특히 게이츠재단과 오랜 기간 백신 분야에서 협력 관계를 다져온 SK바이오사이언스에 시장의 관심이 집중됐다. 

 

그러나 SK바이오사이언스 주가는 방한 당일 11만2500원에서 다음 날 10만9000원으로 하락한 데 이어, 9월 19일 9만7700원, 10월 21일 7만1800원을 기록하며 불과 두 달 만에 방한 당일 대비 36% 넘게 하락했다. SK디스커버리 역시 8월 22일 3만5600원에서 같은 달 26일 3만6050원으로 소폭 반등하는 데 그쳤고, 한달 뒤에는 9월 30일에는 2만9800원으로 내려앉았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게이츠재단과의 협력이라는 상징적 호재보다 부진했던 개별 기업의 실적과 제약·바이오 업황 등 본질적인 주가 변수가 시장에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한 결과로 풀이했다. 

 

▲ 전문가들은 2000년대 이후 빌 게이츠의 주요 방한 사례를 종합하면 국내 기업과의 만남이나 협력 발표가 단기적으로 투자심리를 자극할 수는 있지만, 지속적인 주가 상승을 이끄는 재료로 보기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사진은 10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표시된 코스피·코스닥 지수. [사진=연합뉴스]

 

가장 최근인 지난해 8월 방한에서는 관련 종목들이 상승세를 보였지만 이를 '빌 게이츠 효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당시 게이츠 이사장은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최윤정 SK바이오팜 부사장 등 SK그룹 경영진을 비롯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기선 HD현대 회장과 잇따라 만나 다양한 분야의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당시 삼성전자 주가는 8월 20일 7만500원에서 9월 18일 8만500원, 10월 27일 10만200원을 기록하는 등 상승세를 보였다. SK바이오팜 역시 8월 20일 9만7000원에서 11월 26일 14만700원까지 올랐고, HD현대도 8월 20일 12만8500원에서 9월 17일 16만1800원, 10월 27일 21만2500원까지 가파른 오름세를 보였다. 다만,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당시 국내 증시 전반의 강세와 정부의 자본시장 활성화 정책 기대감, 반도체 업황 개선과 조선·전력기기 등 개별 산업의 호재가 동시에 반영된 만큼 주가 상승의 주된 배경을 빌 게이츠 방한에서 찾기는 어렵다고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2000년대 이후 빌 게이츠의 주요 방한 사례를 종합하면 국내 기업과의 만남이나 협력 발표가 단기적인 투자심리를 자극할 수는 있지만 지속적인 주가 상승을 담보하는 재료로 보기는 어렵다고 분석한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과 교수는 "빌 게이츠 방한 시기에 따른 개별 종목 주가 추이를 보면 방한 이후 시간이 지날수록 관련 종목의 주가는 개별 기업의 실적과 산업 전망, 국내외 증시 상황에 따라 서로 다른 방향으로 움직였다"며 "세계적인 기업인과의 만남이 단기 투자심리를 자극하는 재료가 될 수는 있어도 주가의 추세 자체를 결정하는 요인으로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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