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전승민 기자] 흔히 ‘바이러스는 시간이 지날수록 독성이 낮아진다’는 이야기가 있다. 변이를 반복하며 점점 더 독성이 약해진다는 것이다. 이는 어느 정도 맞는 이야기이다. 사람이 저마다 개성이 있듯이 바이러스도 개체마다 조금씩 성격이 다르다. 병원성이 강한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환자는 격리 치료를 받아야 하고, 심하면 사망하기도 한다. 반대로 어느정도 병원성이 약한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환자는 주위 사람을 만나며 일상생활을 유지할 가능성이 커진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점차로 바이러스의 독성은 약해져 갈 수 있다.
그러나 무조건 약해지는 것은 아니다. 전파에 유리한 조건만 갖춰지면, 바이러스는 더 이상 약해지지 않고 변이를 반복하며 계속 퍼져나갈 수 있다. 바이러스는 ‘의지’를 갖고 있지 않으며, 무조건 증식해 퍼져 나갈 뿐이다. 인플루엔자(독감) 등의 호흡기 감염 바이러스는 수백 년 이상 인류를 괴롭혀 왔지만, 감염 시 여전히 치명적일 수 있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역시 마찬가지다.
최초의 코로나19 바이러스(원종)의 첫 변종은 ‘알파’로 알려져 있었으며, 이 당시 독성이 매우 강해 많은 사망자가 나왔다. 이후 다시 두 번째 변이종인 ‘베타’가 등장하고, 다시 ‘감마’와 델타를 거치면서 사망자 수는 점차 줄어 나갔다. 그러다 등장한 것이 ‘오미크론(B.1.1.529)’ 변종이다. 2021년 11월 남아프리카공화국과 보츠와나 등에서 처음 보고됐으며, 강력한 전파력과 면역 회피 특성을 보이며 전 세계로 급속히 확산됐다.
코로나19의 사망률이 높은 이유 중 하나가 폐감염을 일으키기 때문인데, 오미크론은 특이하게 폐감염 비율이 낮았다. 대신 기관지 위쪽, 즉 ‘상기도’ 감염 비율이 높았다. 상대적으로 ‘죽거나 격리되지 않고 바이러스를 퍼뜨리고 다닐 환자’의 수도 많아졌다. 이후 다시 시간이 지나며 현재 유행 중인 코로나19 바이러스는 대부분 오미크론의 하위 변종들로 채워지게 됐다. 적당한(?) 독성과 강력한 전파력을 무기로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셈이다.
◇ 중국을 휩쓸고 있는 건 ‘NB.1.8.1’
한국의 환자 증가 추세는 중국에서 다시금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유행하는 것과 조금 다른 시각에서 볼 필요도 있다. 바이러스의 종류가 조금 다르기 때문이다.
현재 중국을 중심으로 급격히 퍼져 나가고 있는 코로나19 변이종의 공식 명칭은 ‘NB.1.8.1’혹은 거기서 다시 조금 변형된 하위 계통이다. 중국 질병예방통제센터(CDC)에 따르면, 주마다 통계에 차이가 있긴 하지만, 발견 환자의 최대 98.8%까지 NB.1.8.1 계열에 감염됐다. 사실상 거의 대부분의 환자가 오미크론 계열, 그 중에서도 한 종류의 변종에 감염되고 있다는 뜻이다.
반면 한국은 상황이 다소 다르다. 같은 오미크론 하위 변종이긴 하지만 여러 종류의 변종이 혼재돼 발견되고 있다. 중국과 같은 NB.1.8.1을 비롯해 BA.3.2(별칭 매미) 등 여러 변종이 두루 발견 되고 있다. BA.3.2는 잠복기가 길어 매미라는 별명이 붙었으며, 세계적으로 볼 땐 중국에서 최근 유행 중인 NB.1.8.1에 비해 상대적으로 나중에 나온 신종이다. 이 밖에 과거 크게 유행했던 JN.1의 하위 변종도 다시 유행하고 있다. 최근엔 ‘님버스 (Nimbus)’란 이름의 신종이 등장했는데, 최근 국내 여름철 확산세를 주도하는 것으로 지목된 신종 변이다. 전파력이 매우 강하며, 확진 시 목이 찢어지는 듯한 심한 인후통을 동반하는 것이 특징이다. 즉 한국인은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대한 기본적 면역이 중국에 비해 더 강하며, 따라서 더 변이가 많이 된 신종 바이러스, 다종 바이러스가 상대적으로 더 많이 발견되는 것으로 여겨진다.
◇ ‘코로나19의 귀환’으로 보긴 어려워
이런 점을 볼 때 따라서 이번 아시아 지역 코로나19 유행 상황은 ‘코로나19의 귀환’이라기 보다는 ‘일상화된 코로나19의 또 다른 유행 파동’이라고 보는 편이 더 정확하다.
현재 주목해야 할 점은 국내 환자의 추이다. 현재 5.9%인 검출률이 앞으로도 계속 상승하는지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중증도 관리 역시 빼 놓기 어렵다. 감염자가 늘더라도 대부분 경증으로 끝난다면 사회적 위험은 제한적일 수 있다. 반대로 감염자 증가와 함께 고령층 입원과 중환자 발생이 급증한다면 상황에 대한 평가가 달라져야 한다.
셋째는 변이 바이러스의 변화다. 현재 중국과 한국에서 유행하는 바이러스는 모두 오미크론 계열이며 새로운 고위험 변이가 확인된 상황은 아니다. 그러나 코로나19는 계속 진화하는 바이러스인 만큼 면역회피 능력이 크게 높아진 새로운 계통이 등장하는지는 지속적으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
질병관리청은 12일 국내 감염병 통계 자료를 발표하며 “코로나19는 9월까지는 유행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면밀하게 모니터링 중”이라고 했다. 또 “어르신 등 고위험군, 의료기관·요양시설 종사자 및 방문객은 마스크 착용이 필요하다”며 “발열, 기침, 인후통 등 호흡기 증상 시 병원에서 진료받고, 아프면 집에서 쉬어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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