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암보다 두렵다는 치매, 아밀로이드 베타에서 찾은 관리의 실마리

실시간 키워드

2022.08.01 00:00 기준

[기자수첩] 암보다 두렵다는 치매, 아밀로이드 베타에서 찾은 관리의 실마리

투어코리아 2026-08-10 14:27:59 신고

3줄요약
건국대학교병원 신경과 문연실 교수 발표
건국대학교병원 신경과 문연실 교수 발표

[투어코리아=배소은 기자] 기억을 잃어간다는 것. 이 말 앞에서 태연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실제로 대한치매학회가 지난해 전국 성인 10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인식조사에서 응답자의 90.4%가 치매에 두려움과 부담감을 느낀다고 답했다. 열 명 중 아홉 명꼴이다. 치매는 여전히 한국인이 가장 두려워하는 질병 중 하나로 꼽힌다.

8월 10일 오전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한국에자이의 알츠하이머병 미디어 세션 '알츠하이머병을 이해하는 열쇠, 아밀로이드 베타 바로알기'는 이 막연한 두려움의 실체, 즉 '아밀로이드 베타'라는 단백질을 중심으로 병의 기전과 진단, 치료 패러다임의 변화를 짚어보는 자리였다. 이날 자리에는 문연실 건국대학교병원 신경과 교수와 문소영 아주대학교 신경과 교수가 패널로 나서 조기 진단의 중요성과 질병조절치료(DMT)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치매는 하나의 질병명이 아니라 인지기능 저하를 특징으로 하는 여러 질환을 아우르는 증후군이다. 이 중 가장 흔한 원인이 바로 알츠하이머병으로, 전체 치매의 약 60~80%를 차지한다. 뇌 안에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이 비정상적으로 쌓이고, 이와 맞물려 타우 단백질의 형성과 확산, 신경 염증, 세포 손상이 복합적으로 일어나면서 인지기능이 서서히 무너지는 만성 퇴행성 질환이다.

주목할 점은 알츠하이머병이 하루아침에 치매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인지기능 저하가 비교적 경미해 일상생활은 대체로 유지되는 '경도인지장애' 단계를 거쳐, 시간이 지나며 가족이나 보호자의 도움이 필요한 '알츠하이머병 치매' 단계로 진행된다. 문제는 경도인지장애 단계에서는 정상적인 건망증과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전문의의 정확한 진료와 검사 없이는 "그저 나이 들어 깜빡하는 것"으로 넘기기 쉽다는 얘기다.

이 병이 가진 사회적 무게도 가볍지 않다. 2023년 기준 국내 65세 이상 노인의 추정 치매 유병률은 9.25%였고, 2044년에는 치매 인구가 20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중앙치매센터에 따르면 연간 국가치매관리비용은 GDP의 0.95%에 해당하는 약 22조 9천억 원에 달한다. 같은 해 경도인지장애 유병률은 약 28%였으며, 이 인구는 2033년 약 4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한국에서 이 수치들은 더 이상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세션에서 특히 인상 깊었던 대목은 아밀로이드 베타가 '한 번 제거하면 끝'이 아니라는 설명이었다. 아밀로이드 베타는 신경세포막의 아밀로이드 전구단백질(APP)이 효소에 의해 절단되면서 생성되는데, 원래는 신경세포 간 신호 전달을 돕는 등 정상적인 생리 기능을 수행한다. 문제는 생성과 제거의 균형이 깨질 때다. 단량체(모노머)로 시작한 아밀로이드 베타는 올리고머, 프로토피브릴을 거쳐 최종적으로 플라크 형태로 뇌에 축적되는데, 이 중에서도 올리고머와 프로토피브릴 같은 가용성 응집체가 신경독성이 강한 병적 형태로 주목받고 있다. 이들은 신경세포 간 연결 부위의 기능을 무너뜨리고 타우 단백질의 병적 변화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설명이다.

더 눈여겨볼 부분은, 항아밀로이드 치료로 기존에 쌓인 아밀로이드 베타를 제거하더라도 아밀로이드 베타는 계속 새롭게 생성된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치료를 중단한 환자를 추적한 연구에서는 정상 수준까지 낮아졌던 아밀로이드 농도가 다시 증가하기 시작했고, 인지기능 악화 양상도 치료를 받지 않은 경우와 비슷하게 나타났다. 결국 아밀로이드 베타로 인한 질병 진행을 억제하려면 일회성 치료가 아니라 치료제 특성에 맞춘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기억력 저하 같은 임상 증상이 나타나기 약 15~20년 전부터 뇌에 아밀로이드 베타가 축적되기 시작한다는 설명도 인상적이었다. 인지기능이 정상인 고령자의 3분의 1에서도 아밀로이드 베타 축적이 확인된다는 연구 결과는, 증상이 없다고 안심할 수만은 없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과거 알츠하이머병 치료는 콜린성 가설에 근거해 인지기능 저하를 일시적으로 완화하거나 행동·심리 증상을 조절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약 30년간 사용되어 온 아세틸콜린분해효소 억제제가 대표적이다. 그러나 이러한 약물은 병의 근본 원인에 개입하지는 못한다는 한계가 있었다.

최근에는 아밀로이드 연쇄 가설에 기반해 아밀로이드 베타 자체를 표적으로 삼는 질병 수정 치료(DMT)가 등장하며 치료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뇌에 쌓인 아밀로이드 베타를 제거하고 추가 응집을 억제해 질병의 진행 경로 자체를 바꾸는 것을 목표로 한다. 알츠하이머병으로 인한 경도인지장애나 경도 알츠하이머병 치매, 즉 '초기 알츠하이머병' 단계에서 치료를 고려할 수 있으며, 실제 임상 연구에서도 아밀로이드 베타 축적이 비교적 적은 시점에 치료를 시작한 환자에서 인지기능이 개선되는 경향이 확인됐다.

이날 세션에서 나온 진단 과정 설명도 짚어볼 만하다. 알츠하이머병은 아밀로이드 베타의 유무만으로 판단하지 않는다. 환자와 보호자 문진, 신경계 진찰, 신경심리검사 등 인지기능평가, 혈액검사, 뇌영상검사 등을 종합해 진단한다. 뇌의 아밀로이드 병리를 확인하는 대표적 검사인 아밀로이드 PET과 뇌척수액(CSF) 검사가 있지만, 올리고머나 프로토피브릴 같은 가용성 응집체는 현재의 임상 검사로 정확히 구분하거나 정량하기 어렵다는 한계도 있다고 한다.

행사가 마치고 개인적으로 기자는 발표 내내 머릿속을 맴돌던 질문 하나를 던졌다. 아밀로이드 베타가 증상이 나타나기 15~20년 전부터 뇌에 쌓이기 시작한다면, 그 이전 단계에서 개인이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냐는 물음이었다. 이에 대해 강연자는 꾸준한 신체 활동과 사회적 관계 유지의 중요성을 짚었다.

규칙적인 운동은 뇌 혈류를 개선하고 신경세포의 건강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으며, 다양한 사람들과 어울리며 대화하고 활동하는 사회적 교류는 인지기능을 자극해 뇌의 예비력을 키우는 데 기여할 수 있다는 답변이었다. 집 안에 머물며 혼자 시간을 보내기보다 몸을 움직이고 사람을 만나는 일상의 습관 자체가 치매 예방의 첫걸음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마치며 남은 인상은 하나였다. 알츠하이머병이 더 이상 손쓸 수 없는 병으로만 여겨지지는 않는다는 것. 당뇨병이나 고지혈증처럼 조기에 발견하고 꾸준히 관리하면 중증 치매로의 진행을 최대한 늦추고, 노년기에도 자신다운 일상을 더 오래 지켜낼 수 있는 질환으로 그 성격이 바뀌고 있다는 설명이었다.

다만 그 전제 조건은 명확하다. 평소의 꾸준한 운동과 사회적 활동을 통한 예방, 조기 발견과 정확한 진단, 그리고 치료를 시작한 이후에도 아밀로이드 베타가 계속 생성된다는 점을 고려한 지속적인 관리다. 두려움의 대상이었던 질병이 관리 가능한 질환으로 옮겨가는 과정, 그 열쇠를 쥔 것은 결국 일상에서부터 얼마나 일찍, 얼마나 꾸준히 대비하느냐에 달려 있는 셈이다.

실시간 키워드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0000.00.00 00:00 기준

이 시각 주요뉴스

알림 문구가 한줄로 들어가는 영역입니다

신고하기

작성 아이디가 들어갑니다

내용 내용이 최대 두 줄로 노출됩니다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이 이야기를
공유하세요

이 콘텐츠를 공유하세요.

콘텐츠 공유하고 수익 받는 방법이 궁금하다면👋>
주소가 복사되었습니다.
유튜브로 이동하여 공유해 주세요.
유튜브 활용 방법 알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