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미-이란, 종전 협상 불투명…이란 "병력철수·배상금 달라" vs 트럼프, 무기고갈에 경제압박으로 로키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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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미-이란, 종전 협상 불투명…이란 "병력철수·배상금 달라" vs 트럼프, 무기고갈에 경제압박으로 로키 대응

폴리뉴스 2026-08-10 13:16:24 신고

이스라엘 기지의 패트리엇 미사일 포대 [사진=EPA=연합뉴스]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을 위한 미국과 이란의 협상이 다시 불투명해졌다. 

이란이 해협 개방의 조건으로 미군 병력철수와 배상금 지급 등 강경한 조건을 내걸면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출구전략에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일단 트럼프 대통령은 미사일 등 무기 재고가 바닥을 드러내자 군사적 압박에서 경제적 압박으로 선회하려는 뜻을 내비치고 있다. 이란의 경제적 위기를 고조시키는 방식으로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에 서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조건으로 美 병력 철수·전쟁 피해 배상 요구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을 둘러싼 협상이 막바지에 이른 가운데, 이란이 미국을 향해 강경한 추가 조건을 내걸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9일(현지시간) 이란 국영 IRNA 통신에 따르면 이란 최고 국가안보회의(SNSC) 모하마드 바게르 졸가드르 사무총장은 성명을 통해 해협 재개방을 위한 6개 요구 사항을 발표했다.  

이란은 ▲미국의 해상 봉쇄 및 제재 해제 ▲주변 지역 미군 철수 ▲두 차례 '침략 전쟁' 피해 배상 ▲동결 자산 조건 없는 해제 ▲레바논·팔레스타인·예멘·이라크 등 역내 동맹국 공격 중단 ▲이란에 대한 위협과 모욕 중단 등을 요구했다. 졸가드르 사무총장은 "미국이 행동을 바로잡을 때까지 호르무즈 해협은 열리지 않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이는 앞서 미국과 이란이 합의한 종전 양해각서(MOU)보다 훨씬 강경한 조건이다. 당시 MOU에는 미국이 최종 핵 합의 일정에 맞춰 제재를 종료한다는 내용이 담겼지만, 이번 성명은 재개방의 전제조건으로 즉각적인 제재 해제를 요구하고 있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미국과 직접 협상하고 있지 않다"며 "중재자를 통한 메시지 교환만 있을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미국이 MOU 위반 행위를 중단하고 배상할 때까지 협상 재개 가능성은 없다"고 강조했다.  

이란 혁명수비대(IRGC) 대변인 사르다르 모헤비 역시 "적이 우리의 모든 조건을 수용할 때까지 호르무즈 해협을 사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란, 초강경파 혁명수비대 총사령관 출신 최고안보수장 임명

이란은 초강경파 인사를 국가안보 수장에 임명하며 강경 노선을 강화하는 모습이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 대변인은 9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를 통해 모흐센 레자이(72) 최고지도자 군사고문이 이란 최고 국가안보회의(SNSC) 신임 사무총장으로 임명됐다고 밝혔다.  

레자이는 이란 혁명수비대(IRGC) 최장수 총사령관 출신으로, 1981년부터 1997년까지 16년간 재임하며 신정체제를 수호하는 혁명수비대의 틀을 만든 핵심 인물로 평가된다. 그는 1978년 미국 석유회사 경영진 암살 사건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았고, 1994년 아르헨티나 유대인센터(AMIA) 폭탄 테러 사건의 배후로 지목돼 인터폴 적색수배 대상에 올랐다. 2020년에는 미국 재무부 특별제재대상(SDN) 명단에도 포함됐다.  

전문가들은 이번 인사가 미국과의 협상을 주도해온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국회의장을 견제하기 위한 조치라고 분석한다. 하미드레자 아지지는 "강경파가 체제 내 우위를 점하게 된다는 의미"라고 평가했으며, 사이드 골카르 교수 역시 "레자이의 승진은 혁명수비대가 주요 결정을 주도하고 있다는 신호"라고 말했다.  

직전 사무총장이었던 모하마드 바게르 졸가드르가 갈리바프 의장과 가까운 인물로 알려진 만큼, 이번 인사는 최고지도자가 갈리바프의 영향력을 제한하려는 의도라는 해석도 나온다.  

한편, 온건 협상파로 분류되는 페제시키안 대통령의 입지는 좁아지고 있다는 관측도 있다. 반이란 성향 매체 이란인터내셔널은 하메네이 가문의 인척인 성직자 모하마드 바게르 카라지가 "페제시키안 대통령이 최근 최고지도자에게 28차례 사퇴 의사를 밝혔고, '다음에 또 사표를 내면 수리될 것'이라는 경고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란 대통령실은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트럼프, 이란 문제 군사 압박 대신 경제 제재 강화 시사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완전히 개방하면 전쟁에서 승리했다고 선언하는 방안을 참모들과 논의했다. 핵협상이 타결되지 않더라도 해협 문제를 해결하면 전쟁에서 발을 뺄 수 있다는 구상도 검토했다.

하지만 이란이 강경한 태도로 나오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군사 압박 보다 경제 압박으로 선회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9일 미국 온라인매체 악시오스(Axios)와의 통화에서 이란 문제와 관련해 "우리는 로키로 대응하고 있다(We are low keying it)"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그들과 부분적으로 협상(semi-negotiating)하고 있을 뿐"이라며 이란이 심각한 인플레이션과 자금난에 직면해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이란은 군인들에게 지급할 자금조차 없으며, 미국의 해상 봉쇄가 경제 위기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최근 국제 유가가 배럴당 75달러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미국 소비자들이 전쟁 부담을 덜 느끼고 있다고 강조했다. 협상 상황에 대해서는 "잘 해결될 것"이라며 "항상 잘 해결되곤 한다. 체스 게임과 같다"고 표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발언에서 새로운 군사적 위협을 언급하지 않았으며, 이란이 오만과의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합의 발표를 미루고 있는 데 대해서도 분노나 좌절감을 표하지 않았다. 

악시오스는 "트럼프 대통령은 군사 공격 지시보다는 경제적 압박을 강화할 준비가 돼 있음을 시사했다"고 보도했다.  

미 언론들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했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이 공습을 당분간 중단하고 경제적 압박을 강화할 것임을 시사했다"고 평가했고, 뉴욕타임스(NYT)는 "경제적 어려움에 처한 이란이 결국 태도를 바꿀 것으로 보고 있으며 새로운 군사 행동을 위협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란 전쟁 장기화로 무기 재고 '심각 수준' …생산 확대 압박  

이처럼 트럼프 대통령이 군사 압박에서 경제적 압박으로 선회하는 것은 무기 재고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란과의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미국의 무기 재고가 '우려스러운 수준'까지 고갈돼 아시아·유럽 배치 물량까지 차출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8일 보도했다.  

NYT는 6개월 가까이 이어진 폭격으로 고가 미사일 수천 발이 소모됐고, 방공미사일 재고가 바닥을 드러내면서 아시아·유럽 지역에 대한 무기 인도도 지연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패트리엇 미사일은 1,500발 이상 소진돼 재건에 2년 이상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재고는 1,700발 미만으로 알려졌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톰 카라고 연구원은 이를 "재래식 억제 수단의 세대적 파멸"이라고 표현하며, 중국과 러시아가 미국의 전력 공백을 의도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댄 케인 합참의장은 무기 부족 위험성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고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전쟁이 단기간에 끝날 것이라 믿고 공격을 강행했다고 NYT는 전했다. 백악관과 국방부는 공식적으로는 무기 부족을 부인하고 있다.  

그러나 워싱턴포스트(WP)는 국방부가 방산업계에 생산·납품 일정을 대폭 앞당기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보도했다. 스티브 파인버그 국방부 부장관은 지난 5일 방산업체 경영진에 서한을 보내 "핵심 무기체계의 신속한 생산·납품 계획을 21일 내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국방부는 차세대 요격미사일(NGI), 국가첨단지대공미사일체계, 이동식 방공 레이더, 우주 기반 미사일 추적체계 등을 중요 사업으로 지정하고 생산 가속화를 검토 중이다. 최근 록히드마틴과 최대 586억 달러 규모의 계약을 체결해 2030년까지 PAC-3 생산량을 3배로 늘리기로 했다.  

다만 이러한 확대 계획은 의회의 예산 승인이 필요하다. 국방부가 추진하는 1조1,500억 달러 규모의 국방예산안은 민주당의 반대로 교착 상태에 빠져 있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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