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임환자가 증가하면서 임신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보조치료가 사용되고 있다. 이 중 하나가 반복착상실패나 반복유산 환자에게 사용되는 ‘인트라리피드(Intralipid) 주사’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난임시술(보조생식술)환자는 2020년 13만746명에서 2024년 16만1083명으로 23.2% 증가했다. 난임은 피임하지 않고 정상적인 성생활을 지속했는데도 12개월 이상 임신이 되지 않는 경우를 말한다.
이에 최근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이 인트라리피드 주사의 국내외 근거와 사용현황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한 결과 치료효과를 명확히 입증하기 어렵고 표준화된 적응증과 용법·용량 등도 마련돼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난임치료 적응증 없지만…의료현장에서는 사용
인트라리피드는 본래 총정맥영양(TPN)을 목적으로 사용하는 지질주사제다. 즉 난임치료나 면역조절을 위한 적응증은 없다. 하지만 면역반응을 조절해 착상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기대 아래 반복착상실패·반복유산 환자에게 보조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국내 사용량도 적지 않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이 2020~2024년 공급현황을 분석한 결과 인트라리피드제의 연평균 공급금액은 약 25억원으로 5년 새 1.4배 증가했다. 의원급 의료기관의 연평균 공급금액은 약 16억원이었다.
산부인과 전문의 70명을 조사한 결과에서도 54.3%가 체외수정시술 환자에게 경험적으로 인트라리피드 주사를 사용한다고 답했다. 주된 이유는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어서’와 ‘부작용이 크지 않아서’가 각각 28.9%였다. 반면 사용하지 않는 의료진의 90.6%는 ‘치료효과가 불분명해서’를 이유로 꼽았다.
환자의 치료 선택에도 의료진의 영향이 컸다. 난임 면역치료 등을 경험한 407명 가운데 보조생식술 과정에서 인트라리피드 주사를 맞은 경험이 있는 환자는 177명(43.5%)이었다. 이들이 치료를 선택하는 데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요인은 ‘의사의 권유’(63.3%)였다.
연구책임자인 한국보건의료연구원 박동아 선임연구위원은 “체계적 문헌고찰 및 메타분석 결과 인트라리피드의 임상적 효과를 뒷받침할 근거는 충분하지 않았다”며 “무작위배정연구 3편에서는 임상적 임신율이 다소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근거수준은 낮았다”고 설명했다.
■효과·안전성 모두 ‘불확실’
인트라리피드가 임신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지는 명확하지 않았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이 관련 연구를 체계적으로 검토·메타분석한 결과 반복착상실패·반복유산 환자가 포함된 일부 무작위배정임상시험에서는 임상적 임신율 개선효과가 확인됐다. 하지만 근거수준은 낮았으며 비무작위연구에서는 오히려 유산율 증가가 확인됐다.
안전성 역시 명확한 결론을 내리기 어려웠다. 중대한 위해에 관한 근거는 제한적이지만 일부 연구에서 임신합병증이나 선천성이상 사례가 보고돼 잠재적 위해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것이 연구진의 판단이다.
해외 주요 지침에서도 인트라리피드 주사와 NK세포검사 등 사전 면역검사는 근거 부족을 이유로 임상사용을 권고하지 않고 연구목적으로만 제한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표준화된 적응증과 용법·용량, 사전검사 기준 등이 마련돼 있지 않다.
연세대 의과대학 산부인과학교실 부교수는 “국내 임상현장에서 인트라리피드 주사제가 사용되고 있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의학적 근거나 국제적 권고는 아직 충분하지 않다”며 “환자에게 불확실한 근거수준과 잠재적 위해 가능성, 비용 등을 투명하게 설명하는 공유의사결정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