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운자로와 위고비는 우리를 어디로 데리고 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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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운자로와 위고비는 우리를 어디로 데리고 가는가?

에스콰이어 2026-08-10 13:00:00 신고

세상에 안 될 일은 없나 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약으로 살을 뺀다는 말에는 뭔가 미심쩍은 구석이 있었다. 효과는 시원치 않고 몸 건강에도 별 도움이 안 되는 일인 줄 알았다. 그런데 대체 무슨 일이 생긴 건가. 이제는 약으로 체중의 15~20%를 줄일 수 있다. 마운자로는 임상시험에서 72주 뒤 평균 20% 안팎의 체중 감량 효과를 보였고, 위고비는 체중뿐만 아니라 심혈관질환 위험까지 낮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뒤에서 몸을 풀며 시판을 기다리고 있는 삼중작용 비만치료제는 2상에서 감량률 24%를 기록했다. 약으로 비만 수술만큼의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얘기다.

상상력에 날개를 달아보자. 2030년에는 무슨 일이 벌어질 것인가. 미국에서 비만 약 사용자가 3000만 명이 될 거라는 예측이 있고, 2035년이면 한국 인구와 맞먹는 5500만 명이 될 거라는 예측도 있다. 뭐, 이 정도면 판을 바꾸기에 충분한 숫자다. 판이 바뀌는 걸 감지한 식품업계는 이미 빠르게 움직이는 중이다. 뉴욕의 한 식당은 미니 버거와 미니 감자튀김에 미니 맥주를 곁들인 세트를 판다. 네슬레는 GLP-1 사용자를 위한 새 브랜드 ‘바이털 퍼수트’(Vital Pursuit)를 내놓았다. 30년간 신제품 출시(론칭) 소식이 전혀 없던 회사가 비만약 때문에 신규 브랜드를 만든 셈이다.

어쩌면 모두가 식욕을 상실한 세상에서 밥 대신 무언가를 삼키며 하루를 시작하는 장면을 그리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픽사의 〈월-E〉(2008)에서처럼 컵에 담긴 액상으로 식사를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알약으로 식사를 대신하는 미래는 오지 않을 것이다. 사실 알약으로 식사를 대신하는 건 지금도 기술적으로 가능하다. 캡슐 속에 단백질, 탄수화물, 지방을 채워 넣으면 되는 거니까. 문제는 칼로리의 부피다. 단백질도, 탄수화물도, 지방도 약으로는 바꿀 수 없는 물질이다. 하루치 에너지를 알약에 담아 먹으려면 어지간한 약통 하나로는 어림없다. 하루에 300알은 삼켜야 필요 열량이 채워질 것이다. 평소의 절반만 먹는 비만약 사용자라도 한 끼에 50알은 먹어야 한다. 그러니 그런 세상은 오지 않을 것이다.

다들 적게 먹으니 식품산업이나 외식산업에는 치명타가 아닐까 싶지만, 그렇지도 않다. 미국의 레스토랑 체인 올리브 가든은 지난겨울 메뉴에 새 섹션을 하나 만들었다. 이름하여 ‘라이터 포션(lighter portions)’. 1020kcal짜리 치킨 파르미지아나 옆에 630kcal짜리 ‘같은 맛이지만 좀 더 적은 양’의 메뉴를 나란히 놓는 식이었다. 이 회사의 실적 발표 때 한 애널리스트가 물었다. “그거 비만약 쓰는 사람들을 겨냥한 거죠?” CEO의 대답은 이랬다. “도움이 되긴 하죠. 하지만 GLP-1만을 위한 건 아닙니다. 모든 손님에게 선택지를 주고 싶었어요. 다만 마침 그게 적게 먹고 싶은 분들께 도움이 될 뿐이죠.” 원래 물길이 가던 방향에 맞춰 노를 저었을 뿐이란 얘기다. 그렇게 양을 줄인 분기에 올리브 가든의 동일 점포 매출은 4.7% 늘었다. 즉 작은 접시가 꼭 작은 돈을 뜻하지는 않는다는 얘기다.

호들갑스러운 뉴스와 달리 위고비를 맞는다고 모두 같은 사람이 되는 것도 아니다. 고용량을 쓰는 사람은 말 그대로 식욕이 삭제되기도 한다. 소위 말하는 ‘음식 소음’, 뇌에서 계속 뭔가를 먹으라고 외치는 소리가 사라진다. 냉장고 속 케이크를 보고도 아무 생각이 안 난다. 낮은 용량을 쓰는 사람은 다르다. 여전히 먹고자 하는 욕구는 있지만, 예전보다 젓가락을 일찍 내려놓는다. 취재한다는 명목으로 인천 차이나타운에 가서 식당 네 곳을 돌아다니며 짜장면 여섯 그릇을 먹었던 내가 위고비를 쓰면서는 한 그릇을 다 못 먹게 됐다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그러나 내 안에 여전히 짜장면을 좋아하고 먹고 싶어 하는 마음이 있다는 것 또한 사실이다. 약 사용자 대부분은 나와 비슷하다. 햄버거를 먹던 사람은 햄버거를, 치킨을 먹던 사람은 치킨을 먹는다. 다만 전보다 적게 먹는다. 심지어 약을 맞고 있다는 사실을 포식의 면죄부처럼 쓰는 사람도 있다. ‘어차피 약을 쓰고 있는데 오늘은 혈당 스파이크 걱정 없이 케이크 한 조각쯤은 괜찮겠지’, ‘약을 잠시 중단하고, 일단 먹고 나중에 빼자’ 이런 생각으로 음식을 집어 드는 사람도 얼마든지 존재한다.

그러나 미디어는 초고도 비만이었다가 식욕을 삭제당한 사람들에게만 주목하고 보여준다. 식품회사는 유지 용량을 쓰는 사람에게 맞춰 제품을 만든다. 현실의 인간은 약을 쓰다 말다 할 때도 있다. 그러니 미래의 식탁은 식욕이 사라진 사람들만의 자리가 아니라, 식욕이 제각각의 형태로 낮아진 사람들의 식탁일 것이다.

나는 오히려 식탁보다 사람들의 신체 변화에 주목한다. 적게 먹는 사람에게는 적게 먹는 사람의 문제가 생긴다. 열량이 줄면 근육도 줄어든다. GLP-1 약으로 빠지는 체중의 상당 부분은 지방이지만 근육도 함께 빠진다. 근손실을 막으려면 한 끼에 20~30g의 단백질을 챙겨 먹고 근력 운동을 병행해야 한다. 걱정할 일은 없다. 편의점 냉장 진열대에는 이미 단백질 드링크 한 병에 45g짜리도 있다. 미국 얘기가 아니다. 한국 편의점에 가보시라.

변비도 온다. 위 배출이 느려지고 먹는 양이 줄면 대변을 만들 재료가 줄어든다. 섬유질을 챙겨야 한다. 비타민, 미네랄도 마찬가지다. 70킬로그램의 성인 남성이 하루 권장 칼로리인 2200~2800kcal를 먹으면서 필수 비타민과 미네랄을 챙기는 데는 문제가 없지만, 하루에 1,200kcal밖에 안 먹으면서 철분과 칼슘까지 다 챙기는 건 생각보다 빡빡한 일이다. 라면을 반 봉지만 먹는다고 건강식이 되는 건 아니다. 음식 먹는 양이 줄어들면, 미량 영양소 부족 위험도 커진다. 라면을 반 봉지만 먹으려면 종합비타민제도 챙겨 먹어야 한다. 덜 먹기 위해 약을 맞았는데, 덜 먹기 때문에 챙겨 먹어야 하는 것들이 늘어난다.

적게 먹으니까 엥겔지수가 낮아지지 않겠냐고? 그럴 리가. 예전엔 하루에 스무 입을 먹었는데 이제 열 입만 먹어야 한다고 생각해 보자. 아마 두 배로 비싼 음식을 먹을 것이다. 미국 소비자 조사에서 GLP-1 사용자의 소비가 늘어난 품목을 조사했더니 요거트, 신선 과일, 견과, 육포, 뉴트리션 바였다. 줄어든 품목은 과자, 사탕, 술. 즉 이것은 식품산업 전체의 재앙이 아니라 식품산업의 재편이다. 감자칩 봉지 하나에서 얻는 마진과 그릭 요거트 한 컵에서 얻는 이익은 다르다. 사람들이 덜 먹으면서 더 비싼 걸 먹는다면, 파는 쪽에선 슬퍼할 이유가 없다. 박리다매보다는 비싼 걸 적게 파는 편이 훨씬 유리하다. 영양소 중에 가장 비싼 건? 물론 단백질이다.

한국은 이미 그 길에 들어섰다. 국내 단백질 식품 시장은 2018년 800억원대에서 2023년 4500억원 규모로 커졌고, 올해는 8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편의점 도넛에도, 빵에도, 도시락에도 단백질 함량이 찍혀 나온다. 비만약이 도입되기 전부터 있었던 단백질 트렌드가 가속화되면서 탄력을 받고 있다.

굳이 약으로 살을 빼기 싫은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약을 흉내 내는 음식이 등장한다. ‘천연 위고비’, ‘자연의 GLP-1’, ‘주사 없이 식욕을 잡는다는 무언가’가 마치 새로운 발명품인 양 소셜 미디어에 등장한다. GLP-1은 우리 몸이 원래 만드는 호르몬이니 음식으로 분비를 늘릴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절반만 맞는 얘기다. 운동을 하든 달걀을 먹든 GLP-1이 늘어나긴 한다. 그러나 효과는 미미하다. 우리 몸이 식후에 자연스럽게 분비하는 GLP-1은 몇 분 만에 분해된다. 비만약이 강력한 이유는 그 호르몬을 흉내는 내되 분해되지 않게 개조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위고비(세마글루타이드)는 GLP-1처럼 포만감을 주면서 그것을 분해하는 효소(DPP-4)를 피해 가도록 만든 약이다. 원래 몇 분이면 사라지는 호르몬 대신 일주일 내내 생리적 수준을 훨씬 넘는 농도로 신호를 유지한다. 식이섬유를 먹어서 얻는 포만감과 마운자로 5단계를 써서 얻는 포만감은 이름만 같은 별개의 사건이다. 후자를 원하면서 전자를 사는 사람은 돈만 잃을 게 뻔하다.

약을 끊고 싶은 사람도 있다. 끊으면 대체로 돌아온다. 체중도, 식욕도. 한 시장조사에 따르면 약을 중단한 사람들은 식료품 쇼핑을 할 때 투약 때 생긴 (날씬한) 구매 습관을 상당 부분 유지했지만, 음료와 냉동식품 코너에서는 예전처럼 사들이기 시작했다. 단약자의 절반은 다시 약을 쓸 생각이 있다고 답했다. 들어갔다 나왔다 하는 사람들. 어쩌면 가장 흔한 미래의 사용자상이 아닐까. 약을 평생 맞는 사람도, 완전히 끊는 사람도 아닌, 계절처럼 단약과 투약을 오가는 사람. 먹는 비만약까지 출시되고 나면 아마 이런 사람이 훨씬 더 많아질 것이다.

어떤 면에서는 한국이 미국보다 빠르다. 지난해 8월 출시된 마운자로는 넉 달 만에 월 처방 건수가 다섯 배로 뛰었고, 올해 4월에는 월 20만 건을 넘겼다. 국내 비만약 시장은 1년 만에 두 배 이상 커져 세계 5위가 됐다. 상위 10개국 중 성장률 1위다. 식약처는 이 두 약을 오남용 우려 의약품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비만이 아닌 사람이, 살을 빼야 해서가 아니라 조금 덜 먹고 싶어서 저용량으로 맞는 일이 충분히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마운자로 1단계 저용량이 자꾸 품절되는 걸 보면 이미 그런 일이 벌어지는 중인지도 모른다.

우리가 누군가. 지고는 못 사는 사람들이다. 한 끼에 30g이면 근육 합성에 충분한 단백질을 한 병에 45g까지 넣는 나라다. 한국은 미국을 따라가는 게 아니라 앞질러 갈 가능성이 높다. 미세 조정이 크게 유행하는 나라가 될 공산이 크다. 결혼식 전에 두 달, 여름 전에 석 달, '이츠 마운자로 타임'. 식욕이 없어지는 게 아니라 미세하게 조절 가능한 변수가 되는 세상. 그게 지금의 한국이다.

20세기 후반 그리고 21세기 초반의 식품산업은 더 많이 먹이는 기술로 돈을 벌었다. 슈퍼사이즈, 1+1, 대용량 팩. 창고형 할인 매장에 묶음 상품을 쌓아두는 것이 시대의 풍경이었다. 이제는 반대다. 소용량 제품이 팔리고, 편의점과 온라인이 대형마트의 자리를 가져가고 있다. 1인 가구가 늘고 있는데, 비만약 트렌드까지 덮쳤다. 단백질·섬유질이 강화된 소용량 짜장면이 상용화되는 세상에 아마 우리는 도달하고야 말 것이다.


정재훈은 서울대학교 약학대학을 졸업한 정재훈은 지상파와 유튜브 방송을 비롯해 조선일보·중앙일보·약업신문 등 다양한 매체에 칼럼을 기고하며 약사로서 올바른 영양 섭취와 식단의 중요성을 꾸준히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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