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일이 애즈위메이크 한 곳의 문제를 넘어 벤처캐피털(VC) 시장의 투자심사 관행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투자기업이 제출한 재무자료와 감사자료만으로 판단하기보다 주요 거래처를 직접 확인하고 은행 잔액과 매출의 실재 여부까지 대조하는 검증 절차가 한층 깐깐해질 가능성이 있어서다. 투자업계에서는 가뜩이나 신규 투자에 보수적인 분위기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이번 사례가 초기·성장기업의 자금 유치 문턱을 더욱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IB 베테랑’ CFO도 이탈…재무자료 신뢰성 쟁점 부각
10일 이데일리 취재 및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애즈위메이크 CFO A씨는 최근 퇴사했다. 회사가 제시한 재무자료의 신뢰성이 이번 사태의 핵심 쟁점으로 떠오른 상황에서 재무 업무를 총괄하던 책임자까지 회사를 떠난 사실이 확인되면서, A씨의 정확한 퇴사 시점과 재직 당시 역할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A씨는 지난해 10월 애즈위메이크에 합류해 회사의 재무 업무를 맡아왔다. 삼성증권 리서치센터 애널리스트와 IB센터를 거쳐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 이사, HMC투자증권 PE팀 부장, 화이텍인베스트먼트 투자본부장, 아이원벤처캐피탈 상무 등을 지냈다. 이후 타임와이즈인베스트먼트 본부장을 거쳐 2019년부터 2022년까지 NH벤처투자 대표이사를 역임한 뒤 누아엔터테인먼트 CFO를 거쳐 자리를 옮겼다. 증권사 IB와 사모투자(PE), 벤처캐피털(VC) 등 투자업계 전반을 두루 거친 인사다.
A씨가 문제가 된 재무자료의 작성이나 투자자 제출 과정에 직접 관여했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데일리는 A씨에게 정확한 퇴사 시점과 500억원 규모 투자유치 과정에서의 역할, 재무자료 작성·검토 여부 등을 확인했으나 그는 “그 회사를 그만뒀기 때문에 드릴 말씀이 없다”며 추가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창업자인 손 대표도 경영에서 물러난다. 애즈위메이크는 최근 제기된 재무·경영자료 관련 사안에 대한 객관적인 사실관계 규명과 회사 정상화 절차를 위해 손 대표가 대표이사와 이사직에서 사임한다고 7일 밝혔다. 손 대표는 지난 5일 서면 사임서를 제출했으며, 사임 절차가 완료되는 즉시 자금 집행, 회계자료 작성·검토, 인사 및 주요 의사결정에서 완전히 배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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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억 받은 성장기업, '성장 조작' 의혹
이번 사태는 애즈위메이크가 한 단계 몸집을 키우기 위해 약 500억원 규모의 대형 추가 투자 유치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수면 위로 올랐다. 애즈위메이크는 오프라인 식자재마트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온라인 주문·배송 망을 앞세워 외형을 키워온 곳이다. 지난 2022년 11월 시리즈A(50억원)를 시작으로 2024년 9월 시리즈B(110억원), 지난해 6월 시리즈C(100억원) 등 누적 260억원의 자금을 끌어모았다. 뉴패러다임인베스트먼트, LB인베스트먼트, JB인베스트먼트, 위벤처스, 파트너스인베스트먼트 등 다수의 주요 VC가 주요 주주로 이름을 올렸다.
이후 기존 누적 투자액의 두 배에 달하는 500억원의 신규 자금을 끌어오려 했으나, 신규 투자자 측이 기업가치와 재무상태를 검증하는 기초 실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재무 상태에 의문을 제기한 것으로 파악됐다. 회사가 제출한 거래처 자료의 왜곡 정황이 포착돼서다. 실적이 기재된 일부 거래처를 상대로 확인한 결과, 해당 업체로부터 “애즈위메이크와 거래한 사실이 없다”는 취지로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종 업체 대비 이례적으로 높았던 매출 수치도 발목을 잡았다. 검증 범위를 넓히는 과정에서 회사가 제시한 매출과 실제 거래관계 사이의 불일치를 의심할 만한 정황이 속속 포착됐다. 여기에 투자자에게 제출된 잔고증명 자료와 실제 계좌 잔액이 일치하지 않는 정황까지 확인되면서, 회사가 제시한 정량 데이터 전반에 의문부호가 찍힌 양상이다.
◇감사보고서 원본 뜯어고친 정황…투자사 법적 대응 착수
의혹은 회계법인 명의의 감사 관련 자료 위조 정황으로까지 확산됐다. 투자사들이 확보한 자료 중 일부 수치와 내용이 해당 회계법인이 작성한 원본과 일치하지 않는 정황이 포착됐다. 투자사들이 애즈위메이크의 감사보고서를 작성했다는 회계법인에 직접 사실관계를 문의하자, 회계법인 측은 “확인을 요청한 형태의 보고서를 발급한 적이 없다”는 취지로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투자사들은 회계법인이 작성한 감사보고서 원본에 기재된 수치 및 일부 내용이 투자자에게 전달되는 과정에서 임의 수정되거나 부풀려졌을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기존 투자사들은 추가 투자 절차를 전면 중단하고 외부 회계실사를 통해 회사의 실제 재무상태와 기존 투자금 사용처 확인에 나섰다. 일부 투자자는 손 대표 등을 사기 혐의로 고소하는 등 법적 대응에 돌입했다. 회사 측은 횡령 의혹에 대해서는 부인하면서, 일부 매출 및 재무자료 관련 사안에 대해서는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라는 입장을 낸 상황이다.
500억원 규모의 신규 투자 추진이 중단되고 대표와 CFO가 회사를 떠난 가운데, 향후 외부 회계실사를 통해 실제 재무상태와 기존 투자금 사용처, 투자자에게 제시된 자료의 작성 경위 등이 확인될 전망이다. 확인 결과에 따라 기존 투자금 회수와 후속 법적 대응의 범위도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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