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로드] 정부가 조만간 내놓을 주택 공급 후속 대책에 수도권 물량 확대와 더불어 ‘속도전’을 뒷받침할 금융·세제 지원이 대거 포함될 전망이다. 집권 첫해인 지난해 9·7 대책으로 공급 목표와 큰 그림은 제시했지만 1년이 지나도록 가시적인 성과가 미미하다는 비판이 이어지자, 단기간에 체감할 수 있는 공급 성과를 내놓는 데 방점이 찍힌 모양새다.
9일 정부 당국에 따르면 전날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열린 부동산 정책 점검 2차 회의에서는 수도권 주택 공급을 전폭적으로 확대하되, 이를 실제 사업으로 신속하게 전환할 수 있는 실행 방안이 집중 논의됐다. 회의 직후 재정경제부, 국토교통부, 금융위원회 등 관계부처는 주말을 반납한 채 후속 대책에 담길 세부 내용을 막판 조율 중이다.
핵심은 ‘빨리 지을 수 있는 집’을 최대한 끌어모으는 것이다. 도시형 생활주택 등 비아파트와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도심복합사업)을 중심으로 다양한 유형의 주택을 공급하고, 민간 업계가 사업을 끌고 갈 수 있도록 금융·세제 지원을 병행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지난달 부동산 대토론회와 최근 업계 간담회에서 제기된 현장의 아이디어와 건의사항도 상당 부분 대책에 반영될 것으로 전해졌다.
올해 들어 입주 물량 감소에 따른 공급난은 수치로도 뚜렷하다. 국토부 주택통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서울 아파트 준공 물량은 1만2천251가구로, 지난해 같은 기간(2만9천420가구)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연립주택 등을 포함한 전체 주택 준공 물량도 1만5천160가구에 그쳐 전년 동기 대비 52.1% 줄었다. 매매와 전·월세 시장 모두에서 수급 불안이 커지는 배경이다.
이 같은 여건을 감안할 때 정부는 이미 내놓은 ‘비아파트 공급 확대’ 방안을 사업 안정성과 추진 속도 측면에서 보완하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도심 자투리땅을 활용하는 도시형 생활주택 등 비아파트는 아파트보다 행정 절차와 공사 기간이 짧아 단기간 공급이 가능한 점이 강점이다.
그러나 비아파트 사업 현장에서는 ‘돈줄 막힘’이 가장 큰 걸림돌로 지목된다. 금융권이 비아파트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고위험으로 분류하면서, 토지 매입을 위한 브릿지론 단계부터 본 PF까지 전 과정에서 자금 조달 창구가 사실상 막힌 상태라는 게 업계의 하소연이다. 규제지역의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이 40%에 그쳐 중도금·잔금 등 분양대금 조달이 어렵고, 다주택자 규제 강화로 비아파트를 매입해 임대 수익을 올리던 수요가 급감해 분양 자체가 녹록지 않다는 지적도 잇따른다.
국토부와 금융위는 최근 주택업계와 다시 간담회를 열고 이 같은 애로사항을 종합적으로 청취했다. 이후 금융, 세제, 대출 규제 등 여러 영역에서 비아파트 사업의 자금 조달을 원활히 할 수 있는 지원책을 두고 조율을 진행 중이다. 한 정부 관계자는 “부동산 대토론회에서 업계와 실수요자들이 제시한 건의사항과 아파트·비아파트·금융·세제 이슈를 함께 반영해 공급 속도를 높이고 물량을 늘리는 방안을 관계부처가 최종 조율하고 있다”며 “대책 발표 시점은 미정이지만 토요일과 일요일에도 조율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도심 내 수요가 집중된 지역에 실질적인 물량을 공급하는 방안도 이번 대책의 또 다른 축이다. 정부가 지난해 9·7 공급대책에서 재가동을 선언한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이 다시 전면에 등장할 가능성이 크다. 이 사업은 절차 간소화로 사업 기간을 단축하고 용적률 특례까지 부여하는 방식으로, 정부는 이를 통해 최소 2만가구 이상을 공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대규모 공급을 위한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 카드도 본격적인 검토 대상에 올랐다. 서울 강남·동남권을 중심으로 서초구 내곡동 예비군훈련장, 강남구 세곡·자곡동, 수서차량기지,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선수촌 인근 등은 과거 그린벨트 해제 논의 때마다 후보지로 거론돼 온 곳들로, 이번 대책을 계기로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이명박 정부 시절 보금자리주택지구로 지정됐다가 주민 반발로 해제된 하남시 감북지구 역시 서울 동남권과 인접한 입지적 장점 덕에 공공주택지구 재지정 가능성이 거론된다. 올해 초 1·29 대책에서 6천800가구 공급 대상지로 발표된 서울 노원구 태릉골프장은 최근 국토부 중앙도시계획위원회에서 그린벨트 해제 총량 예외를 인정받는 등 관련 절차가 이미 진행 중이다.
다만 그린벨트 개발은 각종 환경·교통 영향평가와 주민·지자체 등 이해관계자 협의 등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하는 중장기 과제다. 수도권 공급 절벽을 해소할 ‘대형 물량 창고’로서의 상징성은 크지만, 당장 1~2년 내 체감할 수 있는 신속 공급과는 거리가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한편 현장에서는 규제 완화 요구도 거세지고 있다. 한국임대인연합 소속 회원들은 지난달 27일 서울 청와대 인근에서 집회를 열고 비아파트에 대한 각종 규제 철폐를 촉구했다. 이들은 “비아파트를 사실상 고위험 상품으로 취급하는 금융 관행과 다주택자 규제 강화가 겹치면서 도심 소형주택 공급이 막히고 있다”며 “임대시장 안정과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해 비아파트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수도권 공급 확대와 속도전을 동시에 꾀하는 이번 대책에서 비아파트 금융·세제 지원, 도심복합사업 물량 확대, 그린벨트 해제 검토가 어떤 조합으로 제시될지에 따라 향후 몇 년간 수도권 주택시장 지형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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