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레이팅 스쿨 서울’은 40여 명의 참여자를 두 차례에 걸쳐 인터뷰하며 이들이 어떤 계기로 미술을 시작했고, 창작자로 성장해왔는지를 추적했다. 그렇게 수집한 기억은 작품 ‘안팎으로, 위아래로, 거꾸로 배우기’로 옮겨졌다. 휴대전화로 영상을 찍고 무료 프로그램으로 편집했던 기억은 2000년대 핑크색 모토로라 폴더폰을 통해 전시장에서 되살아났다.
박재용 작가는 “참가자의 기억 속 물건들을 구하기 위해 동묘시장을 돌아다니고 중고거래 앱 당근마켓을 뒤지기도 했다”며 “이번 전시의 키워드 중 하나인 ‘배움’은 결국 서로에게서 배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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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들이 제도권 밖에서 서로 배우고 함께 창작해온 과정을 조명하는 기획전 ‘예술 학교: 우리가 서로의 학교가 될 때’가 개막했다. 오는 9월 27일까지 서울 종로구 아르코미술관 제1·2전시실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는 예술가들이 스스로 만들어온 ‘배움의 공동체’에 주목한다.
전시에는 머터리얼 라이브러리, 모크캠프, 버드콜, 쿠로다, 큐레이팅 스쿨 서울, 행복반, 파이(PIE), YPC×학회쥐 등 8개 팀 42명의 작가가 참여했다. 이들은 정규 교육을 마친 뒤에도 작업을 이어가기 위해 동료들과 지식과 경험을 나누고, 서로 가르치고 배우며 성장해온 과정을 전시장에 펼쳐놓았다.
노해나 큐레이터는 “예술가들의 공동 창작은 꾸준히 이어져 왔지만, 이를 전시의 주제로 다룬 경우는 많지 않았다”며 “각자의 방식으로 이어져 온 활동들을 한자리에서 소개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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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는 관객도 능동적으로 ‘배움’의 과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2014년 결성된 파이(PIE)는 언어와 기록을 매개로 배움의 태도를 제안하는 프로젝트 ‘PIE는 아무래도 당신을 사랑합니다. 당신은 아무래도 PIE를 사랑합니다’를 선보인다. 구성원들이 배움에 관해 쓴 문장을 30개의 포스터로 제작해 전시장 곳곳에 설치했다. 미술을 향한 일종의 ‘사랑의 선언문’이다.
관람객은 미술관 곳곳에 숨겨진 큐알(QR) 코드를 찾아 ‘예술 학교’에 관한 짧은 문장을 수집하며 작품에 직접 참여할 수 있다. 박현정 작가는 “이번 전시를 통해 배움은 완성된 결과물이 아니라 계속해서 변형되는 과정이라는 점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2022년 가을, 이태원의 한 카페에서 만화 모임을 시작한 ‘쿠로다’의 공동작업 ‘러브 레터’는 전시장 한쪽 벽면을 가득 채웠다. 작품에는 ‘우리가 서로의 숲이자 학교가 될 때, 어떤 새로운 것들을 만들 수 있을지 상상하며’ 등의 글귀와 각자의 개성이 담긴 만화가 하나의 장면처럼 어우러졌다.
유나 작가는 “각자 캐릭터를 만들고 콘티를 짜는 과정도 작품과 함께 살펴볼 수 있다”며 “탁자 아래에는 취향대로 골라볼 수 있는 추천 만화도 비치했다. 평상에 앉아 편하게 작품을 보며 각자가 생각하는 배움의 의미를 떠올려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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