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중앙亞 예술 잇는 다리 역할 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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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중앙亞 예술 잇는 다리 역할 할 것"

이데일리 2026-08-10 05:00:04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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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손의연 기자] “관객분들이 고려인에 대한 지식과 정보를 조금이라도 얻어가시면 의미 있는 공연이 될 것 같아요.”

우즈베키스탄 재외동포이자 고려인 4세 배우 이사샤(32)가 7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극장 쿼드에서 진행한 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서울문화재단의 8·15 광복절 특별기획 연극 ‘극장은 달린다!’에 담은 바람을 이 같이 말했다.

배우 이사샤 (사진=서울문화재단)
배우 이사샤 (사진=서울문화재단)


◇“오디션 합격 너무 기뻐…연극 통해 고려극장 역사 알게 돼”

‘극장은 달린다!’는 1932년 창단 이후 94년간 이어온 고려극장의 실화를 바탕으로, 러시아 연해주 신한촌에서 시작해 강제 이주와 화물열차 속에서도 예술을 포기하지 않았던 예인들의 여정을 그린 작품이다. 변영진 연출과 오세혁 작가가 의기투합했다. 고려극장은 홍범도 장군의 흔적이 남은 뜻깊은 곳이기도 하며, 현재도 활발한 활동으로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이사샤는 ‘아이 엄마’ 역으로 등장한다. 한국어를 모르는 ‘아이 엄마’는 우연히 고려극장의 연극을 보고 매료돼 결국 극단원이 되는 인물이다.

이사샤는 이번 역할을 맡은 감회가 특히 남달랐다고 털어놨다. 이사샤는 “기사를 보고 알았는데, 오디션에 500명 넘게 지원했다고 해서 놀랐다”며 “합격 소식을 이메일로 받고 너무 기뻤다. 고려인 4세이며 연기를 전문적으로 배운 제가 이 작품과 잘 맞는다고 생각하셨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극장은 달린다!’의 이야기는 그의 개인사와도 맞닿아 있다. 이사샤는 “저희 할머니가 1933년생으로, 고려극장이 만들어진 시기에 태어나셨다”며 “할머니도 신한촌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태어나 어린 나이에 강제 이주를 당하셨는데, 처음 도착했을 땐 갈대밭밖에 없고 추웠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고려인 2세인 할머니는 결국 한국 땅을 한 번도 밟아보지 못하셨다”며 “그럼에도 우리 집은 늘 추석과 단오 같은 전통 명절을 챙겼고, 엄마도 세종학당에서 한국어를 배우시는 걸 보며 늘 한국에 대해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그런 감정을 갖고 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사샤는 고려극장의 역사를 알게 되면서 느낀 감동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그는 “강제 이주만으로도 힘든 상황에서 끝까지 연극을 포기하지 않고 예술을 지켜내려 한 마음이 대단하다고 느꼈다”며 “연출님은 항상 에너지 있는 연기를 주문하셨는데, 그 시절 예인들이 먹고사는 문제를 고민하면서도 연극에 미쳐 계속 무대에 올랐을 걸 상상해보니 그런 에너지가 나올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작업 과정에서는 배우들이 고려인 문화를 배우는 시간도 있었다. 이사샤는 “다른 배우들이 저에게 고려인의 배경에 대해 많이 물어봤다”며 “안타까운 역사에도 불구하고 고려인들이 열심히 살아와 지금은 그 사회에 굉장히 잘 자리 잡았고, 한국에 대해 우호적인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 일조한 면도 있다고 이야기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1일 진행한 '극장은 달린다!' 쇼케이스 모습 (사진=서울문화재단)
지난 1일 진행한 '극장은 달린다!' 쇼케이스 모습 (사진=서울문화재단)


◇“정체성 혼란 느끼기도…예술 잇는 가교로 활약하고파”

이사샤는 네 살 때부터 우즈베키스탄에서 노래를 배운 뒤 고려인 가수로 활동해왔다. 열 살 때 처음 한국 페스티벌에 초청받은 이후 한국과의 인연이 이어졌고, 국내 유명 예능 프로그램에도 출연해 얼굴을 알렸다. 이후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연기 석사 과정을 밟으며 연기에도 발을 들였고, 현재는 유튜브 구독자 44만 명, 인스타그램 팔로워 4만 명을 가진 인플루언서로도 활동하고 있다.

이사샤는 성장 과정에서 느낀 정체성 혼란에 대한 이야기도 솔직하게 털어놨다. 그는 “우즈벡에서 자랄 땐 민족이 다양하니까 ‘우리는 한국인이다’라고 생각했다”며 “그런데 한국에 왔을 때 ‘고려인’이라는 단어를 처음 듣고 혼란이 생겼고, ‘난 한국인’이라 생각했는데 그게 아닌가 싶었다”고 회고했다.

이어 “자란 배경이 다르다 보니 가끔 다른 점을 느끼지만 지금은 그러한 혼란이 심각하진 않다”며 “지금은 해외에서 자라온 재외동포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는 한국과 중앙아시아 예술을 잇는 다리 역할을 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극장은 달린다’는 서울 초연 이후 키르기스스탄,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을 순회한다. 이사샤는 특히 고향인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에서 선보일 무대를 기대하고 있다. 그는 “부모님이 제가 노래하는 건 많이 보셨는데 연기하는 건 한 번도 못 보셨다”며 “좋아하실 것 같다”고 웃음을 보였다.

이번 작품에 참여한 소감에 대해선 “연극으로 이 역사를 풀어내는 게 어려운 숙제이면서도 재미있는 작업”이라며 “재외동포 관련 분야에 관심이 많아 활동도 해왔는데, 이번에 고려인과 관련한 연극에 참여할 수 있어 영광스럽다”고 말했다.

또 “음악극이다 보니 노래와 안무가 있고 극이 전체적으로 에너지 있고 재밌는 느낌”이라며 “한국에서는 한국어와 러시아어 대사가 섞여 있지만, 중앙아시아에서는 러시아어 대사만 알아들으실 텐데 각 나라 관객들이 어떻게 반응할지 궁금하다”고 덧붙였다.

‘극장은 달린다!’는 13~14일 서울 대학로극장 쿼드에서 초연한 뒤 19일 키르기스스탄 비슈케크, 23일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 27일 카자흐스탄 아스타나에서 순회공연을 이어간다.

지난 1일 진행한 '극장은 달린다!' 쇼케이스 모습 (사진=서울문화재단)
지난 1일 진행한 '극장은 달린다!' 쇼케이스 모습 (사진=서울문화재단)


지난 1일 진행한 '극장은 달린다!' 쇼케이스 모습 (사진=서울문화재단)
지난 1일 진행한 '극장은 달린다!' 쇼케이스 모습 (사진=서울문화재단)


'극장은 달린다!' 참여 배우들 단체 사진(사진=서울문화재단)
'극장은 달린다!' 참여 배우들 단체 사진(사진=서울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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