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솥을 열었는데 밥알이 서로 엉겨 붙어 떡처럼 보이는 날이 있다. 물을 늘 하던 대로 맞췄는데도 그러면 어디서부터 잘못됐는지 짐작하기가 더 어려워진다.
그런데 질어 보이는 밥이 전부 물을 많이 넣어서 생기는 것은 아니다. 취사가 끝난 밥솥 안에는 갈 곳 없는 수증기가 가득 차 있고, 이것이 뚜껑과 밥 표면에서 물방울로 맺혀 다시 밥알 위로 떨어진다. 그대로 두면 위쪽 밥부터 젖어 든다.
그러니 손을 대는 순서를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물을 더 넣거나 다시 취사 버튼을 누르는 것이 아니라, 안에 갇혀 있는 김부터 빼내야 한다. 순서가 반대면 더 나빠진다.
진 밥에서 살리는 방법
취사가 끝났다는 소리가 나면 곧바로 뚜껑을 열고 주걱을 넣는다. 그대로 두는 시간이 길수록 뚜껑 안쪽에 물방울이 더 맺혀 떨어지므로, 이 첫 1분을 어떻게 쓰느냐가 결과를 크게 바꾼다.
주걱을 넣었으면 밑에서 위로 뒤집듯 크게 가른다. 주걱으로 누르거나 비비면 밥알이 터지면서 전분이 새어 나와 더 끈적해지므로, 밥을 세로로 자르듯 넣었다가 들어 올리는 동작을 몇 번 반복하는 정도가 알맞다.
섞어 놓았으면 뚜껑을 연 채로 5분에서 10분쯤 그대로 둔다. 이 사이에 밥 표면의 물기가 김이 되어 날아가면서 겉이 보송해지고, 서로 붙어 있던 밥알도 하나씩 풀린다. 김이 안 오르면 다 된 것이다.
다시 덮을 때는 뚜껑 안쪽에 마른 면포나 키친타월을 한 겹 대어 두면 좋다. 위에서 떨어지던 물방울을 천이 받아 내므로, 보온 상태에서 밥이 다시 젖는 것을 막아 준다. 한 장이면 충분하다.
이 상태로 보온에 두고 5분쯤 지나면 처음 열었을 때보다 훨씬 나아진 밥이 된다. 여기까지 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다 합쳐도 15분이 넘지 않는다.
아주 진 밥 살리는 방법
김을 빼도 손쓸 수 없을 만큼 질다면 밥솥 밖으로 꺼내는 편이 낫다. 넓은 접시나 쟁반에 얇게 펴 놓으면 표면적이 넓어져 물기가 훨씬 빨리 날아간다.
한 그릇씩 먹을 것이라면 전자레인지를 쓰는 방법도 있는데, 이때는 뚜껑이나 랩을 덮지 않고 그대로 돌려야 수증기가 빠져나간다. 덮어 두면 그 안에서 다시 물이 맺혀 처음으로 돌아간다. 열어 두는 것이 요령이다.
물을 더 붓고 다시 취사를 누르는 일만은 반드시 피해야 한다. 이미 물을 머금은 밥알에 물을 더하는 셈이라 죽에 가까워지고, 되돌릴 방법도 없다.
마른 쌀을 조금 넣고 다시 안치는 방법도 절대 해서는 안된다. 새로 넣은 쌀은 익지 않은 채 남고 기존 밥은 더 퍼져, 두 가지가 섞인 애매한 밥이 된다.
차라리 살리기를 포기하는 편이 나은 순간도 있다. 볶음밥으로 돌리면 팬에 넓게 펴 놓고 센 불에 볶는 동안 수분이 날아가 오히려 잘 맞고, 죽이나 누룽지로 가는 길도 남아 있다.
밥이 질지 않게 짓는 방법
가장 흔한 원인은 씻은 쌀의 물기를 빼지 않고 안치는 것이다. 쌀을 씻어 바로 안치면 쌀알 겉에 묻은 물까지 밥물에 더해지므로, 체에 받쳐 10분쯤 물을 빼고 안치면 이 오차가 사라진다.
가을에 새로 나온 햅쌀은 물을 줄여 잡아야 한다. 갓 수확한 쌀은 안에 수분이 많이 남아 있어 평소 눈금대로 맞추면 질어지니, 한 눈금 아래나 십분의 일쯤 덜 잡는 편이 맞다. 묵은쌀은 반대로 조금 더 잡는다.
미리 물에 불려 둔 쌀도 같은 이유로 물을 줄여야 한다. 30분 이상 불린 쌀은 이미 안까지 물을 먹은 상태라, 불리지 않은 쌀과 같은 양을 부으면 결과가 넘치게 된다.
취사가 끝난 밥을 오래 그대로 두지 않는 습관도 도움이 된다. 밥솥 안에서 김이 도는 시간이 길수록 위쪽 밥이 젖으니, 먹을 때가 아니더라도 한 번은 저어 두는 편이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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