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반도체를 대표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나란히 역대급 실적을 내놓고도 주식시장에서는 전혀 다른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실적 발표 이후 삼성전자는 주가가 10% 넘게 뛰었지만 SK하이닉스는 오히려 8% 이상 하락했다.
업황과 실적만 보면 비슷한 흐름을 보였던 두 기업의 주가가 엇갈린 배경에는 주주환원 정책에 대한 시장의 기대 차이가 있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SK하이닉스 주가는 지난달 29일 2분기 실적 발표 이후 이달 7일까지 8거래일 동안 8.26% 하락했다.
특히 7일에는 하루 만에 4.88% 급락하며 투자자들의 실망감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반면 삼성전자는 지난달 30일 실적 발표 이후 7거래일 동안 10.79% 상승하며 뚜렷한 상승세를 나타냈다.
삼성전자는 주주환원 기대감, SK하이닉스는 실망감
두 회사 모두 실적 자체는 매우 좋았다. 삼성전자는 2분기 영업이익 89조4000억원을 기록했고 SK하이닉스도 60조5000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투자가 확대되면서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증가했고, 가격 상승세까지 이어진 것이 실적 개선에 힘을 보탰다.
특히 HBM을 비롯한 고부가 메모리 시장이 성장하면서 하반기 실적에 대한 기대도 이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주가가 정반대로 움직인 것은 투자자들의 관심사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시장은 이제 단순히 기업이 얼마나 많은 이익을 냈는지만 보는 것이 아니라 그 이익을 주주들에게 얼마나 돌려줄 것인지에도 주목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실적 발표 과정에서 특별배당을 포함한 추가 주주환원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향후 주주환원 정책에 대해서도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내놓으면서 투자자들의 기대감을 높였다. 실적 개선이 주주가치 제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지자 주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반면 SK하이닉스는 추가 주주환원에 대해 여러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원론적인 설명에 그쳤다. 구체적인 환원 규모나 시행 방식이 공개되지 않은 상황에서 2분기 영업이익 역시 시장 전망치를 밑돌면서 투자심리가 급격히 얼어붙었다. 실적은 사상 최대 수준이었지만 시장의 눈높이를 충족시키기에는 부족했다는 것이다.
다만 SK하이닉스도 주주환원 확대 가능성을 닫아둔 것은 아니다. 회사는 보통주 1주당 375원의 분기배당을 결정했으며 3분기 안에 추가 주주환원 방안을 확정해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앞으로 공개될 정책이 최근 주가 하락세를 반전시킬 수 있는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하반기 두 종목의 주가 방향은 실적뿐 아니라 주주환원 정책의 구체성에 따라 달라질 가능성이 크다. AI 투자 확대와 HBM 수요가 계속될 경우 반도체 업황에 대한 기대는 이어질 수 있지만, 중국 업체들의 생산 확대와 글로벌 빅테크의 투자 속도 조절 등 변수 또한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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