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새로운 세제개편안을 발표하면서 서울 아파트 시장의 분위기도 빠르게 달라지고 있다. 세금 부담이 앞으로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자 주택을 계속 보유하는 것보다 매도하는 편이 낫다고 판단하는 집주인들이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고가 아파트가 몰려 있는 강남·서초 지역에서 매물이 빠르게 늘어나면서 향후 집값에 미칠 영향에도 관심이 쏠린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 집계 결과, 9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물은 6만2516건으로 나타났다.
세제개편안 발표 직전인 3일 6만409건과 비교하면 6일 동안 2107건이 추가됐다. 증가율로는 3.4%다. 정책 발표 직후 서울 아파트 시장에 2000건 이상의 매물이 새롭게 등장한 셈이다. 지역별 움직임을 보면 강남권의 변화가 특히 컸다.
보유세 2배 뛰자 고가주택 집주인 '매도 고민'
서초구는 7630건에서 8098건으로 매물이 6.1% 증가해 서울에서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강남구 역시 9453건에서 9934건으로 5.0% 늘었다. 영등포구 4.7%, 용산구 4.5%, 광진구 4.2% 등도 매물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
집주인들이 매도 여부를 고민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보유세 부담으로 나타났다. 우병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이 공정시장가액비율 80%를 적용해 분석한 결과 잠실주공5단지 전용 82㎡의 보유세는 올해 1257만원에서 내년 2509만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추산됐다.
아크로리버파크는 2284만원에서 3874만원으로, 래미안퍼스티지는 1905만원에서 3367만원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실제 현장에서는 가격을 조정하는 매물도 등장했다. 서초구 반포동 반포힐스테이트 전용 84㎡의 한 매물은 기존 호가보다 1억원 낮은 45억원에 다시 등록됐다.
강남구 개포동 개포자이프레지던스 전용 59㎡도 호가를 5000만원 낮춰 31억원에 재등록된 것으로 알려졌다. 세금 부담을 감안해 매도 가격을 현실화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매물 증가만으로 서울 집값이 곧바로 하락세로 돌아설 것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세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단기적인 매도 움직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집을 처분하지 않고 직접 거주하는 선택이 늘면 전세시장에는 악재가 될 수 있다. 임대에 내놓던 주택이 실거주로 전환되면 전세 공급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반포동 래미안 원베일리 전용 84㎡의 전세 호가는 최근 24억~25억원 수준까지 올라왔고, 래미안 트리니원 전용 60㎡ 역시 10억원대 초반 매물이 사라지면서 13억~16억원 수준의 호가가 제시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늘어난 매물이 실제 거래로 이어질지는 알 수 없다. 매도 물량이 계속 쌓이면 가격 조정 압력이 커질 수 있지만, 집주인들이 매도 대신 증여나 실거주를 선택할 경우 매물 증가가 제한될 가능성도 있다. 세제개편안이 매매시장뿐 아니라 전세시장까지 흔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강남권을 중심으로 나타난 변화가 서울 전역으로 확산될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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