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영웅이 아닌 인간을 읽는다”… 60개 시퀀스로 재구성한 김대중의 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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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영웅이 아닌 인간을 읽는다”… 60개 시퀀스로 재구성한 김대중의 내면

뉴스로드 2026-08-09 17:33:27 신고

바다로 간 대통령 책 표지 [사진=바른북스]
바다로 간 대통령 책 표지 [사진=바른북스]

소설은 거친 동해 바다 한가운데서 문을 연다. 1973년, 생사의 갈림길에 섰던 납치 사건의 그 차가운 순간이다. 죽음의 문턱에서 시작한 서사는 곧바로 전남 하의도의 잔잔한 고향 바다와 어린 시절의 흙먼지로 타임워프한다.

신용대 작가의 장편소설 『바다로 간 대통령』은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생애를 다루지만, 거창한 정치적 치적을 축하하는 성전(聖殿)이 아니다. 가난과 전쟁, 정계 입문과 사형선고, 대통령 당선과 IMF 극복, 그리고 노벨평화상에 이르기까지 한국 현대사의 굵직한 사건들을 통과하면서도, 카메라의 앵글은 늘 ‘그 순간 인물이 삼켜야 했던 침묵과 표정’에 머무른다.

이 책의 가장 큰 차별점은 구성과 문체에 있다. 저자는 역사의 줄거리를 늘어놓는 전형적인 서술 방식을 거부하고, 작품을 총 60개의 독립된 장면(Sequence)으로 쪼갰다.

불필요한 미사여구를 걷어낸 짧고 담백한 문장, 그리고 행간의 여백을 통해 마치 영화의 한 컷 한 컷을 따라가듯 인물의 고독과 결단을 직접 체험하게 만든다. 역사를 '읽는' 것이 아니라, 인물의 심리 속으로 들어가 함께 '숨 쉬고 기다리는' 문학적 경험을 선사하는 셈이다.

이 소설을 관통하는 두 축의 상징은 ‘바다’와 ‘씨름’이다.

'바다'는 절망이자 희망이며, 죽음의 공간이자 결국 돌아가야 할 귀향의 공간이다. 동해의 죽음에서 출발해 하의도의 평화로운 바다로 끝나는 원형 구조는 인물의 삶 그 자체를 대변한다.

'씨름'은 어린 시절 등장하는 씨름판은 단순한 승패의 장이 아니다.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 손을 내밀어 상대를 일으켜 세우는 '인간 존중'의 철학을 비추는 거울로 작동한다.

이러한 상징적 장치들은 김 전 대통령이 평생을 지탱해 온 ‘행동하는 양심’과 ‘대중경제론’이라는 무거운 철학을 정치 구호가 아닌, 삶의 자연스러운 선택과 화해의 메시지로 승화시킨다.

이 책을 쓴 신용대 작가는 금융 및 방위산업, 국가 경제·산업 정책 분야에서 독특하고도 폭넓은 이력을 쌓아왔다. 신 작가는 철저한 고증 위에 자신만의 다채로운 현장 감각을 입혔다. 덕분에 역사적 사실이 겉돌지 않고 생생한 현실감을 띤다.

김홍걸 '김대중이희호기념사업회' 이사장은 추천사를 통해 권력이나 영웅주의를 탐닉하는 정치소설이 아니라, 시대를 견디며 끝까지 ‘사람을 믿는 삶’을 선택했던 한 인간의 진정성을 조명했다는 점에 깊은 공감을 표했다.

『바다로 간 대통령』은 역사와 평전의 경계를 넘어, 시련 속에서도 인간에 대한 신뢰와 화해를 포기하지 않았던 한 사람의 내면을 밀도 있게 들여다보는 뜻깊은 여정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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