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미국 에너지부 산하 오크리지 국립연구소와 영하 30도 이하에서도 안정적으로 작동하는 차세대 히트펌프 기술을 개발한다. 난방의 전기화가 확산되는 북미와 북유럽 시장을 겨냥해 한랭지용 냉난방공조(HVAC) 기술 경쟁력을 높이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오크리지 국립연구소와 '한랭지용 증기압축식 난방과 멀티 솔루션 개발' 연구를 진행한다고 9일 밝혔다. 단일 압축기를 사용하면서도 영하 30도 이하에서 난방과 온수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기술 확보가 목표다.
핵심은 히트펌프에 쓰이는 증기압축 기술이다. 냉매가 외부에서 흡수한 열을 압축기를 통해 고온·고압 상태로 만든 뒤 실내 공기나 물에 전달하는 방식이다. 연료를 직접 태우지 않고 외부의 열을 이동시키기 때문에 난방 전기화의 핵심 기술로 꼽힌다.
문제는 외부 기온이 크게 떨어지면 냉매가 흡수할 수 있는 열이 줄면서 난방 성능과 효율도 낮아진다는 점이다. 영하권 날씨가 장기간 지속되는 북미 북부와 북유럽에서는 히트펌프 시장 확대를 위해 극저온 운전 성능을 확보하는 것이 주요 기술 과제로 꼽힌다.
삼성전자는 압축기에 회전식 스크롤 방식을 적용해 이 같은 한계를 보완할 계획이다. 두 개의 스크롤이 맞물려 냉매를 압축하는 구조로 에너지 손실을 줄이고 장시간 운전 때 안정성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냉매량을 제어하는 '플래시 인젝션' 기술도 적용한다. 장기간 난방으로 압축기 온도가 올라가면 냉매를 추가로 주입해 과열을 억제하고 난방 성능을 유지하는 방식이다.
미 에너지부는 2021년부터 '한랭지 히트펌프 기술 챌린지'를 추진하며 북미의 저온 환경에서도 난방 용량과 에너지 효율을 유지할 수 있는 제품의 개발과 현장 실증을 지원해왔다.
오크리지 국립연구소도 한랭지 히트펌프 기술을 지속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올해 공개한 연구에서는 증기 주입 기술을 적용한 히트펌프를 알래스카 영하 34도 환경에서 시험해 안정적인 운전 성능을 확인했다.
삼성전자는 내년 상반기까지 공동 연구를 진행한 뒤 미국 알래스카 페어뱅크스에서 실증에 나설 예정이다. 혹한기 난방 성능과 에너지 효율, 장시간 운전 안정성, 온수 공급 성능 등을 실제 주거 환경과 유사한 조건에서 검증한다.
임성택 삼성전자 DA사업부 부사장은 "실제 극저온 환경에서 고효율 기술과 기기 신뢰성을 증명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연구 데이터를 바탕으로 탄소 배출을 줄이면서 성능과 에너지 효율을 높인 히트펌프 제품을 글로벌 시장에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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