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흐름 속에서 토종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빅파마가 아직 완벽하게 지배하지 못한 틈새시장을 정조준하고 있다. 약가 인하 국면의 '원가 경쟁력', 매주 주삿바늘을 찔러야 하는 번거로움을 개선한 '장기지속형 제형 혁신', 그리고 차세대 삼중 작용제 트렌드 선점이 최대 과제로 떠오른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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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파마의 '스피드와 자본'…초저가 경쟁 속 공급망 선점 전쟁 돌입
현재 글로벌 비만약 시장은 경구제 도입을 기점으로 '효능 경쟁'에서 '가격 및 인프라전'으로 경쟁의 축이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주사제 대비 저렴한 경구제의 출현은 시장의 파이를 폭발적으로 키우는 동시에, 오리지널 신약의 고단가 구조를 깨뜨리는 강력한 촉매제가 되고 있다. 또한 기존 오리지널 비만약의 특허만료로 복제약(제네릭) 의약품까지 나올 것으로 예상되며 가격 경쟁은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내달 글로벌 메가 블록버스터인 노보 노디스크 '위고비' 핵심 성분(세마글루타이드) 물질 특허가 중국에서 만료된다. 이를 신호탄으로 중국 현지의 저렴한 원료를 바탕으로 한 초저가 제네릭과 복제약들이 물밀듯 쏟아질 것으로 관측된다. 세계 2위 의약품 시장인 중국발 약가 인하 쓰나미는 인도, 브라질을 거쳐 전 세계로 확산되며 현재의 '고가 혁신약' 위주 시장 구조를 '피 말리는 가격 경쟁' 체제로 180도 뒤바꿔 놓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도 특허 만료를 앞둔 GLP-1 제네릭 허가 절차를 본격화하고 있다. 캐나다 제네릭사 아포텍스(Apotex)가 신청한 세마글루타이드 주사제(오젬픽, 위고비)는 FDA로부터 ‘잠정 승인’(Tentative Approval)을 획득했다. 잠정 승인은 약물의 안전성과 동등성 등 기술적 심사는 끝났으나, 오리지널사의 특허 기간이 남아있어 최종 시판만 대기 중인 상태를 뜻한다.
글로벌 제네릭 1위 기업인 산도즈(Sandoz)와 중국 하이바이오 파마슈티컬은 마운자로·젭바운드’(성분명 티르제파티드)를 겨냥한 제네릭 주사세 승인 신청을 FDA에 제출했다. 빅파마들도 이에 대비해 선제적 방어선을 촘촘히 구축 중이다. 최근 일라이 릴리가 경구제 공급 기반 확충을 명목으로 중국 생산 거점에 무려 30억 달러(약 4조 원)를 투입하기로 한 결정이 대표적이다.
비만치료제 업계 한 관계자는 "GLP-1 실제 제네릭 출시까지는 특허·규제 변수가 많아 당분간은 오리지널과 신약 파이프라인 간 경쟁 구도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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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후 5년 기술 트렌드…"장기지속형과 다중 작용제가 판도 재편할 것"
후발주자인 국내 K-바이오 기업들이 꺼낸 차별화 카드는 '장기지속형 주사제'와 다중 작용제 플랫폼이다. 특히 장기지속형 플랫폼은 기존 치료제 부작용의 대안, 특허 우회형 진입, 임상·생산 리스크 분산 등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펩트론(087010)은 지난달 미국당뇨병학회(ADA 2026)에서 '스마트데포' 기술을 적용한 월 1회 세마글루타이드 후보 'PT403'의 최신 비임상·안전성 데이터를 공개했는데, 2~3주 간격 투여군이 4주 시점에 약 30% 수준의 체중 감소를 보였다. 특히 건강한 성인 대상 평가에서 PT403 단회 투여군은 기존 주 1회 세마글루타이드 대비 구토·메스꺼움이 관찰되지 않았고, 이상반응은 경미한 주사부위 반응과 식욕 감소 수준에 그쳐 내약성 우위를 재확인했다.
임상·생산 리스크 분산 측면에서도 강점이 있다. 레타트루타이드처럼 신규 기전 삼중 작용제는 심혈관 데이터에서 유의성을 놓치는 등 승인까지 변수가 많은 반면, 장기지속형은 이미 검증된 세마글루타이드 등 성분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임상 실패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낮고, 2028년 이후 예상되는 삼중 작용제 상용화 이전까지 '편의성 프리미엄' 구간을 선점할 시간적 여유가 있다는 게 업계 전언이다.
실제 지투지바이오(456160)는 자체 약물전달 플랫폼 '이노램프'를 앞세워 선두를 다투고 있다. 회사 측은 ADA 2026에서 카그리세마, 터제파타이드(마운자로), 레타트루타이드 등 이중·삼중 작용제 기반 장기지속형 주사제의 전임상 데이터를 공개했는데, 설치류 실험에서 투여 후 24시간 내 초기 과다 방출률이 5% 미만으로 억제되고 혈중 약물 농도가 28일 이상 유지돼 월 1회 제형 개발이 가능한 수준의 약동학 데이터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이노램프는 펩타이드 성분을 50% 이상 고함량으로 탑재할 수 있어, 피하주사의 용량 제한이라는 기존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지투지바이오는 삼성바이오에피스와 장기지속형 비만치료제 공동 연구·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공정 개발을 진행 중이며, 베링거인겔하임과도 당뇨·비만 펩타이드 장기지속형 프로젝트를 공동 연구하는 등 글로벌 빅파마와의 협업을 확대하고 있다. 회사는 내년 상반기 1개월 지속형 GLP-1 계열 비만약의 임상시험을 신청할 계획이다.
지투지바이오 관계자는 "장기지속형 주사제는 변수는 많고 실험 주기는 길어 시행착오가 불가피한 분야"라며 "축적된 데이터를 딥러닝한 AI가 제형 연구와 공정 분석의 최적 방향을 미리 제시하면 유망한 후보물질에 연구 역량을 집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셀트리온(068270)과 대원제약(003220)도 글로벌 시장보다 한 단계 앞선 4중 작용제 비만치료제 개발에 뛰어들었다. 셀트리온이 개발 중인 CT-G32는 4개 대사 관련 수용체를 동시에 표적하는 차세대 비만 치료제 후보물질이다. 회사는 기존 GLP-1 계열 치료제의 한계로 지적되는 환자 간 체중 감량 편차와 근손실, 약효 지속성 문제를 개선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최근 영장류 독성시험에 돌입했으며 비임상 연구에서는 동일 용량 기준 선행 개발 약물보다 우수한 체중 감량 효과와 함께 근육 등 제지방량(LBM) 보존 가능성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 상반기 임상시험계획 제출이 목표다.
대원제약도 4중 작용제 개발 경쟁에 뛰어들었다. 팜어스 바이오사이언스와 공동 개발 중인 후보물질은 GLP-1·GIP·글루카곤(GCG)에 가스트린(Gastrin)을 결합한 4중 작용제로 설계됐다. 단순 체중 감량을 넘어 췌장 베타세포 보호와 신장 기능 개선까지 노린 것이 특징이다.
대원제약에 비만 치료제 후보물질을 기술이전한 글라세움 유상구 대표는 “현재 비만치료제들은 식욕을 억제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비만의 본질은 체지방을 줄이는 데 있다”며 “식욕은 GLP-1 계열 약물이 담당하고 우리는 지방을 줄이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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