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로드] 국내 주식시장이 한 주 사이 ‘역대급 롤러코스터’에서 다소 벗어나며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레버리지 상품에 대한 금융당국 보완 대책 이후 수급 왜곡이 완화되면서 변동성이 줄어들고, 미국발 금리 인상 우려도 한풀 꺾이면서 이번 주 반등 계기를 모색할 수 있다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지난 7일 한국거래소와 연합인포맥스 집계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주 대비 336.68포인트(5.10%) 하락한 6,258.77로 한 주 거래를 마쳤다. 지수는 지난달 31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사상 최대폭’ 급등에 힘입어 단일 거래일 기준 1,001.89포인트(17.91%) 폭등했지만, 이후 3일 -5.12%, 5일 3.76%, 6일 -4.58% 등 3%를 웃도는 급등락이 이어지며 극심한 변동성을 노출했다.
과매도·낙폭과대 구간 진입 평가에도 불구하고 지수는 6,000선 초중반에서 뚜렷한 추세를 만들지 못한 채 횡보했다. ‘23만전자’와 ‘140만닉스’로 불리며 폭등을 주도했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이틀 새 급락으로 급등분의 상당 부분을 반납했다. 삼성전자는 한 주 동안 12.00% 하락해 직전 급등분의 약 56.8%를 돌려줬고, SK하이닉스는 17.23% 추락하며 상승분의 74.75%를 토해냈다.
SK하이닉스의 경우 메모리 업황 피크아웃(정점 통과) 논란에 더해 주주환원 기대 약화, 미국 낸드플래시 자회사 솔리다임의 나스닥 상장 추진설 등 각종 ‘노이즈’가 겹치며 낙폭을 키웠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면 코스닥은 ‘역풍’ 속에서도 급반등 흐름을 이어갔다. 코스닥 지수는 전주 대비 79.05포인트(10.98%) 오른 798.81에 마감했다. 지난달 31일 11.63% 급등으로 700선을 회복한 뒤 이달 6일까지 5거래일 연속 상승하며 800선까지 단숨에 치고 올랐다. 다만 단기간 24% 넘게 급등한 부담과 주말을 앞둔 차익실현 물량이 쏟아지며 7일에는 소폭 하락, 800선을 내주고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업종별로는 반도체가 쉬어가는 사이 로봇, 제약·바이오 등으로 순환매가 전개됐다. 특히 그간 삼성전자·SK하이닉스 레버리지 상품에 쏠렸던 거래대금이 금융당국의 보완대책 시행 이후 급감하면서, 왜곡됐던 수급이 코스닥 등으로 일부 되돌아가는 모습이 나타났다는 평가다.
‘한국형 공포지수’로 불리는 코스피200 변동성지수(VKOSPI)는 전주보다 8.76포인트(10.39%) 급락한 75.59를 기록했다. 지난달 29일 장중 93.27까지 치솟았던 것과 비교하면 7거래일 만에 20% 가까이 빠진 수준이다. 한때 90선을 넘나들던 극단적 공포 국면은 다소 진정됐다는 의미다.
나정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변동성 지수 특성상 하락 속도가 완만해 정상화까지는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며 “국내 수급발 요인은 축소됐지만 미국 메모리 반도체 옵션 포지션에서 비롯된 변동성 요인은 여전히 남아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메모리 반도체 업종의 풋옵션 헤지 포지션이 완전히 정리되지 못한 상황이 변동성 증폭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급 측면에선 개인이 ‘폭락장 방파제’ 역할을 했다. 지난주(3∼7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5조9,391억원, 2조3,099억원을 순매도한 반면, 개인은 홀로 7조8,908억원을 순매수했다. 코스닥 시장에서는 기관과 개인이 각각 6,576억원, 5,921억원을 순매수했고, 외국인은 1조2,843억원을 순매도했다.
코스피 외국인 순매수 상위 종목에는 삼성물산(1,113억원), 셀트리온(886억원), 삼성바이오로직스(792억원), 한화에어로스페이스(725억원), 기아(677억원), SK(643억원) 등이 이름을 올렸다. 반대로 SK하이닉스(3조5,078억원), 삼성전자(1조2,985억원), 삼성전기(9,061억원), 삼성전자우, 대덕전자, 한미반도체 등 반도체·전자주가 외국인 순매도 상위권에 포진했다.
해외 증시 환경은 국내 투자심리 개선을 뒷받침했다. 지난주 마지막 거래일 미국 뉴욕증시는 ‘고용 쇼크’를 계기로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 가능성이 낮아질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면서 3대 지수가 동반 상승했다.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0.28%,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0.62%, 나스닥 종합지수는 1.30% 올랐다. S&P 500 지수는 종가 기준 7,757.64로 사상 최고치를 새로 썼다.
미 노동부가 발표한 7월 비농업 일자리는 전월 대비 2만3,000명 감소해 시장 예상치(8만3,000명 증가)를 크게 밑돌았다. 고용 둔화가 확인되면서 연준이 추가 금리 인상에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는 해석이 위험자산 선호 심리를 자극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금리선물 시장은 7일 기준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 동결 가능성을 56%로 반영했다. 불과 하루 전만 해도 금리 인상 가능성이 55%로 더 높게 점쳐졌던 것과 대조적이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상무는 “고용 둔화는 연준의 긴축 강도를 낮출 수 있다는 점에서 증시에 호재지만, 동시에 경기 불안을 자극하는 요인이기도 해 지수 상승 폭은 제한됐다”며 “장 마감을 앞두고 미국의 이란 항구 봉쇄 해제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다시 한 번 상승 폭을 키우며 마감했다”고 설명했다.
미국 반도체 업종 내에서도 온도 차가 뚜렷했다. 엔비디아(2.27%), 퀄컴(4.66%), 인텔(1.84%), 브로드컴(1.71%) 등 시스템 반도체·AI 관련 종목은 강세를 이어간 반면, 메모리 반도체 기업들은 대체로 약세를 보였다. 마이크론은 씨티가 D램·낸드 가격 상승 폭 둔화와 2027년 2분기 메모리 가격 사이클 정점 전망을 제시하며 목표주가를 1,400달러에서 1,150달러로 하향 조정하자 0.44% 하락했다. 샌디스크(-3.68%), 웨스턴디지털(-3.81%), 시게이트(-4.71%) 등 스토리지 업체들도 일제히 밀렸다.
SK하이닉스 미국 주식예탁증서(ADR)는 3.92% 떨어진 137.91달러에 마감했다. 국내 본주 급락에 더해 분기배당(주당 375원) 공시에도 불구하고 추가 주주환원책 발표 시점을 3분기로 미룬 점, 대규모 투자 계획에 따른 공급 증가 우려 등이 겹치며 실망 매물이 쏟아진 것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흐름 속에 한국 증시 관련 투자심리 지표들은 전반적으로 개선됐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한국지수 상장지수펀드(ETF)는 1.20%, MSCI 신흥국지수 ETF는 0.95% 상승했다.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2.56% 급등했고, 러셀2000지수와 다우운송지수도 각각 1.10%, 0.38% 올랐다. 코스피200 야간선물 역시 0.89% 상승 마감해 이번 주 현물 시장의 반등 기대를 키웠다.
시장 시선은 이제 미국의 물가 지표와 AI 인프라 관련 기업 실적에 쏠려 있다. 이번 주에는 코어위브·슈퍼마이크로컴퓨터(11일),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AMAT·13일) 등이 실적을 발표한다. AI 인프라 투자가 어느 정도의 수익성을 담보하고 있는지, 메모리·시스템 반도체 수요가 지속 가능한지 가늠할 수 있는 바로미터가 될 전망이다.
무엇보다 12일 발표될 미국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향후 증시 방향을 가를 핵심 변수로 꼽힌다. 서 상무는 “이번 CPI는 9월 FOMC 정책 기대와 연말까지의 금리 방향성을 결정할 핵심 요인”이라며 “모건스탠리 등 주요 투자은행들은 근원물가 0.24%, 헤드라인 0.10% 상승을 예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시장에서는 물가 수준뿐 아니라 메모리 반도체 가격 상승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도 주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내 증시 재도약의 관건으로는 여전히 외국인 매수세 회복이 지목된다. 나 연구원은 “추가적인 외국인 수급 유입을 이끌어내기 위해선 단순 실적 개선보다 제도적 촉매가 필요하다”며 “주주환원 정책의 구체화, 상속·증여세 개편 등 제도 변화가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극단적 공포 국면은 일단 한 고비를 넘긴 모습이지만, 메모리 업황 논란과 옵션 시장발 변동성, 미국 물가·금리 변수 등 불확실성이 여전히 상존하는 만큼, 이번 주 국내 증시는 ‘변동성 완화 속 반등 시도’와 ‘재차 조정’ 사이에서 치열한 줄다리기를 이어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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