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월비 시금치 152%·오이 55%·애호박 47% 올라…히트플레이션 현실화
폐사 여파로 축산물·수산물가 불안…추석 앞두고 과일값도 빨간불
(서울=연합뉴스) 홍국기 기자 = 이달 들어 더욱 극심해진 폭염으로 일부 밭작물을 중심으로 농산물 가격이 급등했다.
특히 고온에 취약한 시금치와 상추 등 엽채류를 중심으로 출하량이 줄면서 이달 들어 소비자 가격이 가파르게 올랐다.
9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지난 7일 시금치 소매가격은 100g 기준 1천978원으로, 지난달 7일(784원) 대비 152.3% 폭등했다. 한 달 만에 가격이 2.5배 수준으로 뛴 것이다.
같은 기간 오이는 가장 대표적인 품종군인 다다기계통 기준으로 10개당 소매가격이 5천369원에서 8천313원으로 54.8% 상승했다.
애호박은 1개당 1천26원에서 1천504원으로 46.6%, 청상추는 100g당 1천165원에서 1천651원으로 41.7% 올랐다.
폭염에 따른 농산물 가격 상승의 출발점은 엽채류다.
시금치와 상추의 경우 잎이 얇고 수분 증발이 많아 고온에 상대적으로 취약하다. 폭염이 이어지면 잎이 시들거나 끝부분이 타고, 상품성이 떨어져 출하할 수 있는 물량이 줄어든다.
오이와 애호박도 생육 부진과 낙화, 기형과(정상적인 모양과 다르게 자란 과실) 발생으로 정상 출하량이 감소할 수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시금치, 오이, 애호박 등 채소류는 서늘한 기후에서 잘 자라는 특성이 있다"며 "여름철에는 출하량이 감소하면서 가격이 상승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달 상순 현재 이들 채소류의 도·소매가는 평년 대비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올해 주요 채소류의 생산량이 대체로 증가해 평년보다 낮은 가격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농식품부는 강조했다.
그러나 연일 40도를 넘나드는 폭염으로 가축과 양식 어류 폐사까지 겹치면서 농축수산물 전반에 '히트플레이션'(Heat+Inflation·고온에 따른 물가 상승) 우려는 점차 현실화하는 분위기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지난 7일 기준 폭염으로 가축재해보험에 신고된 폐사 가축은 90만1천602마리다. 폐사 가축의 약 95%는 닭과 오리 등 가금류(85만6천220마리)다.
하지만 농식품부는 현재까지의 폐사 규모가 지난해 동기 대비 약 55%로 낮은 수준이며, 폐사가 닭고기 수급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그동안 6천원대를 유지했던 육계 1㎏당 소매가는 지난 7일 5천925원으로 6천원을 밑돌았다.
육계 1㎏당 일별 소매가격이 6천원을 하회한 것은 지난 2월 20일(5천930원) 이후 약 6개월 만이다.
그러나 폭염이 더 길어지거나 피해가 집중될 경우 가격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이에 농식품부는 대형마트 등에 닭고기 납품 단가를 1천원 이상 인하해 공급하고, 육용종란 수입을 완료하는 등 닭고기 가격 안정 및 공급 확대를 추진 중이다.
농작물에 대해서는 미세 살수 장치와 차광 도포제, 송풍 팬 등을 지원하고, 수매 비축 물량 확보에 나섰다.
또 농식품부는 기존 국장(농촌소득에너지정책관)이 총괄하던 재해 대책 상황실을 차관이 총괄하는 '사고수습지원본부'로 격상해 운영하고, 지난 7일 이후를 '폭염·가뭄 특별관리기간'으로 정해 폭염 대책을 더욱 강화해 추진하기로 했다.
아울러 극한 폭염으로 수온이 올라 양식 어류 폐사가 속출하는 등 어업 분야 피해도 커지고 있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지난 7일 기준 고수온으로 폐사한 양식어류는 약 86만4천497마리로 집계됐다.
고수온 경보 발효 해역도 17곳으로 확대되면서 우럭, 광어, 강도다리, 전복 등 고수온에 취약한 양식 어류의 폐사 및 조기 출하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 양식 수산물의 고수온 피해는 전체 사육 물량(3억6천805만마리)의 0.23% 수준이고, 전체 폐사 물량 가운데 출하 크기 미만의 비중이 90% 이상으로 수산물 수급과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해수부는 설명했다.
대표적인 양식 수산물인 전복은 5마리당 소매가격이 지난달 7일 1만1천287원에서 지난 7일 8천701원으로, 김은 10장당 소매가격이 같은 기간 1천438원에서 1천433원으로 떨어졌다.
해수부 관계자는 "지난달 고수온 취약 양식 수산물 조기 출하를 위해 광어, 우럭, 전복 등을 대상으로 특별전을 개최했고, 오는 23일까지 폭염에 따른 여름철 밥상 물가 안정을 위해 수산물 모든 품목으로 할인전을 확대했다"고 소개했다.
추석 명절을 한 달 반가량 앞둔 시점에서 과일값에도 경고등이 켜졌다.
폭염은 과수의 열매가 맺히는 착과와 과실의 크기·무게가 늘어나는 생육 과정, 색깔 형성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강한 햇볕으로 강한 햇빛으로 과실이 타들어 가는 '일소 피해'가 발생하면 상품성이 떨어진다.
추석 차례상에 올리는 대표적인 제수용 과일인 사과와 배는 수확 시기가 아직 남아 있어 최종 작황을 단정하기는 이르지만, 폭염이 계속되면 출하할 수 있는 특품 물량이 줄고 추석 수요와 맞물려 가격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
사과(후지)와 배(신고) 10개당 평균 소매 가격은 지난 7일 각각 2만5천496원, 4만6천973원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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