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컬처 이준섭 기자] 충남 홍성의 상징인 홍주읍성이 여름밤 새로운 얼굴로 깨어난다. 낮에는 고요한 성곽이지만, 해가 지고 나면 빛과 이야기, 사람의 움직임이 더해지며 전혀 다른 공간으로 변모한다.
오는 14일, 15일 이틀간 진행되는 ‘2026 홍성 국가유산 야행 「비밀을 품은 홍주읍성!」’은 야간 개장을 넘어 역사와 문화가 살아 움직이는 복합 체험형 축제로 구성됐다. 조선시대 홍주목의 중심지이자 치열했던 홍주성 전투와 의병의 흔적을 품은 이곳은, 이번 야행을 통해 과거의 기억을 보다 입체적으로 풀어낸다.
가장 먼저 눈길을 끄는 것은 밤의 경관이다. ‘홍주읍성 달을 품다’ 프로그램에서는 다양한 형태의 달 조형물이 성곽과 어우러지며 몽환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은은한 조명 아래 성벽을 따라 걷다 보면, 공간 전체가 하나의 이야기처럼 이어진다. ‘홍주읍성 역사를 담다’에서는 경관조명을 통해 성곽 곳곳에 스며든 역사를 시각적으로 드러내며, 빛 자체가 해설의 역할을 한다.
걸음을 옮기면 참여형 탐방 프로그램 ‘홍주읍성 보물탐험대! 귀신의 초대장’이 기다린다. 관람객은 방문자를 넘어 이야기 속 인물로 들어간다. 배우와 함께 밤의 성을 누비며 미션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공간과 역사를 체득하게 된다. 어둠과 연출이 결합된 이 프로그램은 긴장감과 몰입도를 동시에 끌어올린다.
체험 프로그램 역시 다채롭다. ‘홍주읍성 보민 출입패 이야기’에서는 출입패를 직접 만들어보며 당시의 신분과 제도를 이해할 수 있고, ‘키캡 체험’과 ‘손거울 만들기’는 국가유산의 이름과 이미지를 일상 속 기념품으로 남기는 방식으로 구성됐다. 손에 쥐어지는 결과물은 방문의 기억을 오래 붙잡는다.
전시와 예술 콘텐츠도 눈에 띈다. ‘프레드릭 맥켄지의 다이어리’는 외국인의 시선으로 기록된 홍주의병 이야기를 바탕으로 색다른 역사 해석을 제시한다. ‘홍주읍성 화공 체험’에서는 현장에서 완성되는 캐리커처를 통해 여행의 순간을 또 다른 방식으로 간직할 수 있다.
공연 프로그램은 현장의 열기를 끌어올린다. ‘홍주의병! 홍주읍성을 지켜라!’는 관객이 직접 의병이 되어 참여하는 재현형 공연으로, 관람을 넘어 몸으로 체험하는 역사 교육의 성격을 띤다. 성 안 곳곳에서 펼쳐지는 거리 퍼포먼스 역시 예측할 수 없는 만남과 재미를 더한다.
먹거리와 체류 프로그램도 빠지지 않는다. ‘홍주읍성 주막’에서는 전통 분위기 속에서 지역 음식을 맛볼 수 있으며, ‘어라운드 홍주읍성 스테이’는 숙박과 연계해 여행의 시간을 넓힌다. 머무는 시간 자체가 특별한 경험으로 이어진다.
이번 야행은 ‘보는 행사’에서 ‘참여하는 경험’으로의 변화를 보여준다. 성곽이라는 공간 위에 빛과 이야기, 체험이 더해져 완성된 이 축제는 홍주읍성을 새롭게 바라보게 만든다. 한여름 밤, 가장 선명하게 살아나는 시간은 낮이 아닌 어둠 속에 있다. 홍성의 밤은 지금, 가장 빛나는 순간을 향해 열려 있다.
뉴스컬처 이준섭 rhees@nc.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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