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는 시어머니를 원초적으로 불편해한다." 이 한 문장으로 시작하는 글이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서 거센 갑론을박을 부르고 있다. 자신을 치과의사라고 밝힌 작성자가 고부갈등의 해법이라며 남편이 처가에 더 잘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자 찬반이 팽팽하게 갈리고 있다.
글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AI 툴로 만든 사진.
작성자는 ‘이거 인정 못하면 결혼하지 말아라’란 제목으로 최근 올린 글에서 아내가 시어머니를 불편해하는 것을 전제로 깔아야 결혼생활이 풀린다고 주장했다. 그는 아내가 시어머니와 잘 지내는 것처럼 보여도 상당수는 잘 지내는 척 노력하는 것이라고 봐야 한다고 했다. 남자가 처가를 불편해하는 것과 여자가 시댁을 불편해하는 것은 관계의 성격이 다르다는 게 그의 논리다. 그는 이를 아기에게 술을 먹이지 않는 이치와 같다면서 예외가 간혹 있더라도 드문 일로 여기면 된다고 했다.
작성자가 제시한 해법은 구체적이었다. 그는 남성들에게 용돈이 100만원 있으면 자기 어머니에게 40만원, 장모에게 60만원을 드리라고 했다. 여성은 마음속으로 자신이 시댁에 6, 친정에 4만큼 하고 있다고 느끼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명절에 시간이 10시간 있으면 어머니와 4시간, 장모와 6시간을 보내고, 순서는 아내가 원하는 대로 하라고도 했다. 여행도 본인 부모는 따로 비용을 대 보내드리고 장인·장모가 함께 가고 싶어 하면 모시고 가라고 했다.
작성자는 이런 태도가 아내를 진심으로 시어머니와 친하게 만들지는 못한다고 인정했다. 다만 아내가 시어머니를 참아낼 원동력은 만들어 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 정도 노력을 못 하겠으면 차라리 시어머니와 아내가 겉으로만 친한 관계로 지내게 두라면서 그것도 나쁜 선택은 아니라고 했다. 다만 그럴 경우 진심으로 잘 지내기를 바라지는 말라고 했다. 그것이 갈등의 시작이라는 이유에서다.
반응은 크게 엇갈렸다.
먼저 작성자의 주장에 공감하는 쪽에서는 결혼생활의 현실을 짚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결혼 17년 차라고 밝힌 한 여성은 신혼 초 시어머니와 갈등으로 이혼까지 생각했지만 남편이 확실하게 중간에서 선을 그어 주고 친정에 한결같이 잘한 덕분에 마음이 풀렸다고 적었다. 그는 "엄마는 엄마이고 내가 앞으로 평생 같이 살 사람은 너"라고 한 남편의 태도가 이혼을 생각하지 않게 된 가장 큰 이유였다고 했다.
또 다른 이용자는 "먼저 내가 손해 본다는 마음으로 상대 입장에서 생각하면 상대도 더 잘하게 돼 행복한 가정이 된다"며 "고마움을 아는 사람과 결혼했다는 전제가 깔린 것"이라고 옹호했다. 한 남성은 "장인·장모를 모시고 여행을 다니고 기념일을 챙겨드리면 아내가 우리 어머니한테 엄청 잘한다"며 자기 경험을 근거로 들었다. 시어머니와 며느리가 편해지기 어려운 관계라는 대전제만큼은 맞는다는 반응도 여럿 있었다.
반면 비판하는 쪽에선 대전제부터 틀렸다는 반박이 주를 이뤘다. 가장 많이 나온 지적은 남자도 처가가 불편하기는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한 이용자는 "남녀 모두 양측 부모가 불편한 것"이라며 "그래도 배우자의 부모니까 존중하고 잘 지내보려 노력하는 것"이라고 적었다.
해법이 일방적이라는 반발도 컸다. 한 이용자는 "돈 주고 계약한 관계도 아닌데 왜 한쪽이 포기해야 편하다는 마인드로 가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다른 이용자는 "같은 성인끼리 왜 한쪽 기분을 다른 한쪽이 반드시 케어해 줘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양가에 똑같이 잘하되 적당히 거리를 두는 것이 가장 낫다는 절충론도 상당수 나왔다. 한 이용자는 "복잡하게 갈 필요 없이 내 아내, 남편의 부모님으로 딱 이 정도만 대우하면 부부 사이도 돈독하고 아무 문제가 없다"고 적었다.
며느리 입장이라고 밝힌 이용자들도 불편함을 드러냈다. 결혼 13년 차라는 한 여성은 "시댁이든 처가든 사람과 사람 사이에 지켜야 할 선과 예의를 지키면 갈등이 생기지 않는다"며 "하대하지 말고 당연시하지 말고 호의에 고마워하면 되는데 이걸 못하는 어른이 너무 많은 게 문제"라고 적었다. 또 다른 며느리는 "여자를 얕잡아 보는 글처럼 느껴진다. 마치 모자란 강아지를 예뻐해 주는 느낌"이라며 "자연스럽게 양가를 같이 챙기며 살아가면 된다"고 했다.
작성자가 여성을 비하하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한 이용자는 "여자를 본능적으로 열등한 존재로 깔아 놓은 글인데 결론만 보고 자기편을 들어준다고 좋아하는 것이냐"고 꼬집었다. 남성 이용자 가운데서도 "동등한 인격체인데 여자를 내려다보는 듯한 글에 동조하는 건 정신이 미숙한 것"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용돈 배분을 두고도 반박이 나왔다. 한 이용자는 "60만원과 40만원이 반반이라고 생각한다면 초등학교 산수부터 다시 배워야 한다"며 "정상적인 부부라면 형편에 따라 상의해 조정하되 기본은 반반이 맞는다"고 지적했다.
논쟁이 길어지면서 성별 갈등을 조장하는 글이라는 시각과 결혼해 보지 않으면 모르는 현실이라는 시각이 계속 맞부딪혔다.
한 이용자가 "이 논리가 맞고 틀리고를 떠나 결과적으로 이렇게 해서 아내에게 사랑받고 가정에 평화가 오면 본인 이득이니 현명한 것"이라고 정리하자 곧바로 "그렇게 해서 평화가 올 가정이었으면 처음부터 이런 고민을 안 했을 것"이라는 반론이 달렸다. 아들을 키우는 부모 입장에서 안타깝다는 반응과 함께 며느리였던 여성이 훗날 시어머니가 된다는 점을 함께 생각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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