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오전 10시 서울 홈플러스 강서점 수산물 코너. 주름이 깊게 패인 손으로 냉장 오징어 한 팩을 집어 든 한 70대 여성은 상품을 정리하던 직원을 향해 “힘내시라”는 말을 건넨 뒤 하나를 더 장바구니에 담았다. 그는 “홈플러스가 문을 닫은 뒤에는 저 멀리 농협까지 장을 보러 다녔다”며 “폭염에는 밖에 나가기도 힘들었는데 오늘 다시 문을 연다고 해 아침부터 왔다”고 말했다. 25일 만에 다시 문을 연 홈플러스에는 이처럼 인근 단골 주민들의 응원 손길이 묻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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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산 위기에서 한숨을 돌린 홈플러스가 이날 전국 67개 대형마트에서 가오픈에 들어갔다. 자금난으로 지난달 13일 영업을 중단한 지 25일 만이다. 앞서 서울회생법원이 회생절차를 다음달 4일까지 연장하고 메리츠금융그룹의 2000억원 규모 긴급운영자금(DIP) 대출을 허가하면서 매장 불을 다시 켤 수 있었다. 홈플러스는 오는 12일까지 운영 점검을 마친 뒤 13일 정식 개장한다.
가오픈은 정식 개장 전 시스템을 점검하고 미비점을 보완하는 최종 준비 단계다. 매장은 북적일 정도는 아니었지만 대부분이 그동안 강서점을 이용해 온 단골 주부와 고령층이었다. 아이와 함께 장을 보러 온 40대 주부는 “물건이 많지 않을 것은 이미 알고 왔다”며 “계란 같은 품목은 있을 것 같았고 주민으로서 사주자는 마음에 계란도 사고 수박도 한 통 담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난번 문을 닫았을 때는 동네가 텅 빈 느낌이었다”며 “여는 날 한 번은 와야 할 것 같았다”고 덧붙였다.
매장 곳곳에서는 정상화를 준비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텅 빈 매대 속 진열된 물건은 대부분 자체브랜드(PB) ‘심플러스’였다. 청과 매대는 과일 대신 진열 받침만 드러났고 두부·콩나물 냉장고는 맨 아래 한 칸만 채워져 있었다. 반찬·즉석밥 통로에는 ‘상품 입고 준비중’ 안내문만 붙었다. 직원들은 쉴 틈 없이 상품을 진열했다. 물건을 찾는 고객에게는 “기다려주시면 곧 더 들어올 것”이라며 양해를 구했다. 재개장 소감을 묻자 한 직원은 짧게 “앞으로 잘돼야죠”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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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플러스에 따르면 이날 기준 상품 입고율은 약 30% 수준으로, 13일 전까지 대부분의 상품을 순차적으로 채울 계획이다. 마트가 제 역할을 되찾길 고대하는 것은 1층 임대매장들도 마찬가지다. 10년째 뷰티 브랜드 매장을 운영 중인 한 점주는 “휴업 기간에도 영업은 계속했지만 손님이 크게 줄어 쉽지 않았다”며 “가오픈 소식이 알려지면 주말에는 더 많은 손님이 찾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회생 절차가 아직 남아 완전히 마음을 놓을 수는 없다”고 했다.
식품사 등 업체들의 납품도 서서히 재개되고 있다. CJ제일제당(097950)은 햇반과 만두 등 제품 공급을 시작했고 대상(001680)도 홈플러스가 요청한 품목부터 납품에 들어갔다. 서울우유와 오뚜기(007310), 롯데칠성(005300)음료, 남양유업(003920) 등은 재개 조건을 협의 중이다. 농심(004370)은 선입금을 조건으로 공급하기로 했다. 다만 상당수 업체는 미지급 대금 등 문제가 있어 완전한 공급 회복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정치권에서는 홈플러스 정상화를 위한 국민적 동참 호소에 나서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는 이날 국회에서 마트산업노동조합과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의 장보기로 10만 일자리와 우리 동네 경제를 함께 지켜달라”고 당부했다. 아울러 을지로위는 “매장의 불을 다시 켰다고 정상화가 끝난 것은 아니다”라며 정부와 국회를 향해 지원과 감독을 이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홈플러스 측도 “임시휴업 이후 크게 줄었던 멤버십 앱 방문자가 개장 일정을 안내한 뒤 10만명을 넘어 지난해 수준을 회복했다”며 “정상화에 대한 기대를 높이는 고무적인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12일까지 점검과 보완을 마치고 13일까지 모든 상품을 완벽하게 준비하겠다”며 “조속히 영업 정상화를 이뤄 회생절차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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