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때문에 세입자 내보내야 합니다... 맘이 정말 불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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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때문에 세입자 내보내야 합니다... 맘이 정말 불편합니다"

위키트리 2026-08-07 14:05: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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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싼값에 전세를 내준 집주인이 세입자를 내보내야 할 처지에 놓였다. 계약 초부터 계약갱신청구권을 쓰겠다고 했던 또래 신혼부부 세입자에게 "실입주해야 하니 나가 달라"고 말을 바꿔야 하는 상황이다. 정부의 세제 개편안이 부른 풍경이다.

글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AI 툴로 만든 사진.

‘세입자 쫓아내기 미안하다’는 취지의 글이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7일 올라왔다. 자신을 임대인이라고 밝힌 작성자 A씨는 세입자가 자신과 나이 차이가 얼마 나지 않는 신혼부부라고 했다.

A씨는 원래 세입자를 내보낼 생각이 없었다고 했다. 그는 "또래 신혼부부라 마음이 쓰여 단지 내 최저가로 전세 거래를 했다"며 "실입주할 필요가 없어 굳이 전세금을 올려 받고 싶지 않았고, 오래 살게 해드리고 싶었다"고 적었다. 세입자 역시 계약 초부터 갱신청구권을 쓰겠다는 뜻을 밝혔고, A씨도 당시엔 실입주할 것 같지 않다고 답했다고 한다.

말을 바꾸게 된 배경으로 A씨는 정부 정책을 지목했다. 그는 "정부가 정책을 이렇게 하니 2년 만에 세입자를 내보내야 한다"며 "강제 실입주에 세입자분을 퇴거시켜야 해서 마음이 어렵다"고 했다. 이어 "세법 개정안이 발표대로 확정되면 계약 기간이 끝난 뒤 실입주해야 할 것 같다고 미리 말씀드려야겠다"고 적었다. 그사이 전세금은 반년 만에 2억원 넘게 올랐다고 했다.

A씨가 고민한 대목은 세입자에게 언제 이 사실을 알려야 하느냐였다. 그는 "빨리 말해줄수록 세입자분들에게 도움이 되는 것인가. 언제쯤 이야기하는 게 좋은지 조언을 해달라"고 적었다.

그는 "정부 정책도 답답하고 그 때문에 미안한 말을 꺼내야 하는 내 마음도 불편하다"고 적었다.

A씨 글에는 100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다. 세입자에게 언제 알려야 하느냐는 물음에 대한 답이 쏟아졌다. "결정된 일이면 최대한 빨리 말해줘야 세입자도 다른 집을 알아본다"는 의견이 많았다. 한 이용자는 "무조건 빨리 알리라. 지연될수록 더 미안해진다"고 했다. 반면 "아직 1년 6개월이나 남았는데 지금 말하면 오히려 부담을 준다"며 만기 6개월 전쯤이 적당하다는 반론도 나왔다. 한 이용자는 "1년 반이나 남았는데 말하는 건 놀리는 것"이라고 적었다.

책임이 정부에 있다는 반응도 나았다. 한 이용자는 "임차인은 전셋값이 올라 더 살게 해달라 하고 임대인은 세금 때문에 들어가야 한다고 하는 상황인 만큼 범인은 정부"라며 "재정을 방만하게 풀고 공급을 안 해 임대료를 폭등시킨 것도, 비거주에 세금을 왕창 물려 들어가 살 수밖에 없게 만든 것도 정부"라고 적었다. 실제로 "정책을 이렇게 하니 어쩌겠느냐"는 취지의 댓글이 여럿 올라왔다.

A씨를 겨냥한 비판도 있었다. "무슨 말을 해도 쫓아내는 것 아니냐", "이런 사람 때문에라도 전세를 오래 보장하는 법이 통과돼야 한다"는 댓글이 달렸다. A씨는 "또래 신혼부부라 마음이 쓰여 최저가로 계약했고 오래 살게 해드리고 싶었던 마음이 나쁜 마음이냐"며 "세입자를 내보내는 결정을 하게 된 배경은 정부 정책"이라고 반박했다.

지난 3일 발표된 세제 개편안으로 세 부담이 커진 비거주 1주택자들이 매각이나 실거주를 위해 세입자에게 퇴거를 요청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실거주하지 않는 1주택자에게 세금을 무겁게 물리는 방향으로 제도가 바뀌면서 집주인 입장에선 세입자를 내보내고 직접 들어가 사는 편이 현실적인 선택지가 된 것이다.

개편안은 1주택자의 장기보유특별공제를 장기거주소득공제로 바꾼다. 집을 갖고만 있어도 최대 40% 공제를 받을 수 있었지만 2029년부터는 실거주해야만 공제를 받을 수 있다. 종합부동산세 공제도 2028년부터는 5년 이상 거주해야 받을 수 있다. 세를 놓던 집주인이 직접 들어가 살 유인이 그만큼 커졌다.

세입자를 보호하기 위한 계약갱신청구권도 사실상 힘을 잃고 있다. 세입자가 요청하면 1회에 한해 2년 더 계약을 연장할 수 있지만, 집주인이 직접 거주하거나 집을 팔면 이 권리를 행사할 수 없다. 세제 개편으로 실거주가 세금 부담을 크게 좌우하게 되면서 A씨처럼 갱신을 거부하고 입주를 택하는 집주인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전세 시장 자체도 이미 벼랑 끝이다. 서울 아파트 평균 전세가격은 처음으로 7억원을 넘어섰고, 2년여 만에 1억원이 올랐다.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올 초보다 줄었는데, 여기에 세금 때문에 실거주를 택하는 집주인이 한꺼번에 늘어나면 매물 감소 속도는 더 가팔라진다. 밀려난 세입자들이 다시 새 수요가 되면서 전셋값을 더 밀어 올리는 악순환이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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