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벤틀리모터스가 브랜드 최초의 순수 전기차 '토르칼(Torcal)'에 탑재할 '큐레이션 엔진(Curation Engine)'을 공개했다. 서스펜션과 파워트레인을 조절하던 주행모드에 조명과 사운드, 공조, 공기 질, 디지털 정보까지 결합해 탑승자가 원하는 분위기와 감정을 선택하도록 만든 시스템이다.
토르칼의 전체 모습과 세부 제원은 오는 9월23일 글로벌 론칭에서 공개된다. 벤틀리는 이에 앞서 차량 사운드와 실내 경험 시스템을 차례로 선보이며 첫 순수 전기차를 출력과 주행거리보다 탑승자가 보고 듣고 느끼는 경험으로 설명하고 있다.
토르칼이 풀어야 할 과제는 분명하다. 벤틀리는 대배기량 엔진의 힘과 배기음, 수작업으로 완성한 실내, 장거리 주행의 안락함을 결합해 브랜드 가치를 구축해왔다. 순수 전기차에서는 엔진의 진동과 변속 과정, 배기음이 사라진다.
벤틀리모터스 브랜드에 새로 합류하는 '토르칼(Torcal)'. ⓒ 벤틀리모터스코리아
큐레이션 엔진은 내연기관이 만들던 감각적 요소를 조명과 사운드, 공기, 디지털 화면의 조합으로 다시 설계하려는 벤틀리의 해법이다.
◆탑승자 감정까지 조율
기존 자동차의 주행모드는 가속페달 반응과 서스펜션 강도, 스티어링 감각을 조절해 차량의 기계적 성격을 바꾸는 기능이었다.
토르칼의 큐레이션 엔진도 서스펜션과 파워트레인, 주행특성을 통합 제어한다. 여기에 실내 조명과 사운드, 공조, 공기 질, 화면에 표시되는 정보를 함께 바꾸는 두 번째 단계가 더해졌다.
네 가지 익스피리언스 모드(Experience Mode)는 서로 다른 감각을 겨냥한다. 벤틀리 모드는 안락함과 운전 몰입감을 결합하고, 컴포트 모드는 조명과 정보 표시를 줄여 차분한 실내를 만든다. 스포츠 모드는 차량 반응과 시청각 요소를 강화한다.
몰입형 럭셔리 경험 시스템 '큐레이션 엔진(Curation Engine)'. ⓒ 벤틀리모터스코리아
토르칼 전용 리프레시 모드는 외부 공기 유입량을 늘리고 조명을 밝게 조절해 장거리 여정 중 활력을 되찾도록 설계됐다. 벤틀리는 감각 신경과학을 바탕으로 각 요소가 하나의 경험을 만들도록 조율했다고 설명한다.
주행모드의 대상이 차량의 움직임에서 탑승자의 감정과 컨디션까지 넓어진 셈이다. 컴포트 모드에 적용된 '디지털 디톡스'도 같은 방향을 보여준다. 화면 정보를 줄이고 필요할 때 기술을 감추는 기능까지 럭셔리 경험에 포함했다.
◆엔진 감성의 빈자리 채우기
큐레이션 엔진은 앞서 공개된 토르칼의 차량 사운드와도 연결된다. 벤틀리는 기존 V8이나 W12의 배기음을 그대로 복제하지 않고, V8 엔진의 리듬을 분석해 드럼과 비올라, 베이스 기타 등 실제 악기로 새로운 소리를 제작했다.
목표는 엔진음의 모방보다 V8이 전달하던 에너지와 감정을 재현하는 데 맞춰졌다. 악기로 만든 사운드는 가속페달 조작에 따라 변하며 차량 반응과 운전 몰입감을 강화한다.
내연기관 벤틀리에서는 엔진 회전과 배기 흐름이 자연스럽게 브랜드의 소리를 만들었다. 토르칼에서는 설계자가 선택한 음향과 조명, 차량 반응이 전기차의 성격을 완성한다. 브랜드 감성이 기계에서 발생하는 결과물에서 의도적으로 조율하는 경험으로 바뀌는 변화다.
큐레이션 엔진은 주행 모드를 대체하는 몰입형 익스피리언스 모드(Experience Mode)를 통해 감각적 요소들이 조화를 이루도록 섬세하게 제어하는 토르칼의 새로운 럭셔리 경험 시스템이다. ⓒ 벤틀리모터스코리아
자동차 업계가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oftware Defined Vehicle, SDV)를 통해 기능과 사용자 경험을 확장하는 가운데, 벤틀리는 이를 탑승자의 감정과 실내 분위기를 조율하는 럭셔리 경험으로 연결했다.
개인화의 범위도 넓어졌다. 기존 벤틀리 고객이 가죽과 스티치, 목재 베니어, 금속 장식을 선택했다면 토르칼에서는 주행 중 원하는 기분과 실내 분위기까지 고르게 된다. 소재를 맞춤 제작하던 럭셔리가 감각적 환경을 선택하는 단계로 확장됐다.
◆첫 전기차가 증명해야 할 브랜드 가치
토르칼은 벤틀리의 전동화 전략에서도 중요한 모델이다. 벤틀리는 전동화 전략 비욘드100+(Beyond100+)의 목표 시점을 기존 2030년에서 2035년으로 연장하고, 순수 전기차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내연기관을 함께 운영하는 전환 방식을 택했다.
토르칼은 곧바로 전체 라인업의 전기차 전환을 이끄는 모델이라기보다, 전기차에서도 기존 고객이 기대하는 감성과 가격 가치를 만들 수 있는지 보여줄 첫 사례다.
강한 출력과 빠른 가속, 대형 디스플레이는 고급 전기차 시장에서 더 이상 희소한 특징이 아니다. 벤틀리는 제원표만으로 구분하기 어려워진 경쟁력을 감각 경험에서 찾고 있다.
토르칼에 적용된 고유의 디자인 시그니처 '벤틀리 다이아몬드'. ⓒ 벤틀리모터스코리아
다만 조명과 사운드, 공조의 변화가 처음 몇 번만 사용하는 연출에 머문다면 큐레이션 엔진은 고가의 실내 기능으로 소비될 수 있다. 네 가지 모드의 차이가 일상적인 주행에서 얼마나 자연스럽고 반복적으로 체감되는지가 중요하다.
피로 감소와 각성 상태 향상 역시 벤틀리가 제시한 설계 목표다. 웰빙을 자동차 럭셔리의 가치로 편입하려는 방향은 선명하지만, 실제 효과와 지속성은 차량 공개와 이후의 사용 경험을 통해 확인돼야 한다.
토르칼이 팔아야 하는 것은 배터리와 충전 성능만이 아니다. 내연기관이 사라진 뒤에도 운전자가 벤틀리에 타고 있다는 확신을 만들어야 한다. 벤틀리는 그 답을 엔진의 모방보다 조명과 소리, 공기, 차량 반응을 함께 조율하는 감각 설계에서 찾았다.
큐레이션 엔진은 첫 순수 전기차에 추가된 편의 기능보다 벤틀리가 전기차 시대에 무엇을 럭셔리로 정의하는지 보여주는 장치다. 토르칼의 경쟁력은 내연기관 없이도 탑승자가 벤틀리의 감성을 느끼게 하는 능력에서 결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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